[Sergei 선교칼럼] 한국인의 편협한 의식구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필자는 며칠 전 한국에서 모스크바를 방문한 노 교수님과 만나 대화를 하면서 한국 선교에 대하여 한 말씀 조언을 구하였다. 잠깐 생각을 하시더니 곧바로 한국 선교사들의 편협한 종교관을 말씀하신다. 그것은 아시아나 중동이나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상대방의 종교에 대한 인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지 국가의 종교에 대한 인식이 심히 부족한 것이 일반적인 한국인의 약점이다. 배우려는 의식도 부족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없다는 것인데, 폐쇄적이던 과거의 한국 역사 속에서 배운 것일까?

대체적으로 한국인의 의식구조는 타인의 장점이나 특기에 대하여 존중해 주지 못하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깎아내리고 폄하하여 평준화시키든지 제외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어찌하여야 하나? 그래서 개인의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공동체를 이루기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타 종교에 대한 인식도 이제는 편협한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다원주의로 빠지라는 말이 아니다. 서로 간에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이원론적 사고와 흑백논리에 강하다. 이것은 미성숙한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한국 종교 지도자들의 사고 구조는 매우 폐쇄적이고 이기적이고 석화됐으며, 너무나 세상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만 있고 둘은 없다는 식이고 자기 생각에 맞으면 옳은 것이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틀린 것으로 치부하는 식이다.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인데 이러한 것은 자신이 신뢰하는 진리를 고수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문화와 종교의 현장에서 사역을 감당할 때에는 매우 해롭다.

필자는 90년대 초, 러시아가 개화된 시기에 들어와 러시아 정교회의 텃밭에서 사역을 감당했다. 정교회에 대한 관계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이해도 없었다. 그러한 와중에 한국과 세계를 대표하는 여의도에서 오신 목사가 크렘린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러시아 정교회를 이단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집회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에 신 종교법이 발효되고 그 곳에서 파송한 사람들은 이단이라는 낙인이 찍혀 신문에 대서특필 되어 곧 모두 내어쫓김을 당했다. 또 이러한 일로 현장에서 사역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긴장을 얻게 되고 불이익을 당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작은 실례이지만, 한국 기독교인들의 타 종교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사찰을 돌면서 젊은이들이 땅 밟기 기도를 하여 상대방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나, 모 선교 단체의 무슬림을 향한 전투적인 사역이 죽음으로 몰고가는 일까지 만들어내는 일 등은 역시 동일한 사고인 것이다. 지나친 열정과 영웅심리, 타종교에 대한 배려나 이해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데서 발생한 것이다.

한두 사람의 이념이나 편협된 사고방식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얼마나 어이 없는 일인가? 마가복음 9장에 나오는 연자 맷돌 이야기는 이렇게 사람을 실족하게 하는 종교지도자들에게 경고하는 교훈이다. 편협한 생각과 부족한 지식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일을 곡해하고 방해하면서도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일들이 수 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보수주의 텃밭에서 신학을 연마하고 신앙생활을 했다. 그런데 그 보수라는 것이 지금 생각하니 수구주의요 보수 꼴통 정도로 이해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말은 대략 아무런 생각 없이 본인이 배우고 습관된 것에 대하여 진리화시키는 것이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자기 세계에 대한 고집인 것이다.

우스운 일이만, 나는 신학교 시절 자유주의 서적을 한 번도 접한 적이 없었다. 소개를 받은 적도 없었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세상에 나와보니 다양한 신학 사상에 눈이 번쩍 뜨이고, 또 다른 면에서는 그러한 책들이 성경을 성경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이렇게 다양성을 상실한 교육이 편협한 성품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대인관계를 만들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적인 사역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상대방의 종교를 비하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필자는 MBC(Moscow Book Club)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 모임에서는 다원주의 사회 속에 발생하는 많은 주제들 가운데 타 종교와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나누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만이 옳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교만한 일인가? 모든 사람과의 관계와  사역 속에 옹졸한 마음과 생각을 넓혀가는 작업이 새롭게 진행되어야 한국선교는 더욱 활성화되어갈 것이다. 생각하는 일부터 개혁을 시도하여야 역사적인 오류를 범하는 일들이 적어질 것이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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