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사역 현장의 딜레마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요즘 들어 동료들과 이러한 대화를 나눈다. 첫째 사역 현장이 너무나 늙었다. 둘째 지금까지 투자에 비하여 열매가 너무나 없다. 셋째 다시금 초심을 가지고 도전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넷째 현장은 일반적인 것보다 확실하고 분명한 것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장마다 다른 상황이겠지만 필자가 속한 지역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나누면서 대안을 찾아보지만 쉽지가 않음을 이내 깨닫게 된다.
 
1. 선교사의 지역안배 불균형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역의 열매가 쉽게 나타나고 물가가 낮고 사역비가 적게 들어가는 지역, 그리고 한국교회가 방문하고 교류하기에 유익한 지역은 파송이 계속 이루어져 선교사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방문이 용이하지 않은 곳, 그리고 물가가 비싼 지역은 파송을 꺼리고 있어 선교사의 불균형이 이미 깨어지고 말았다. 러시아의 경우 20년 전 초창기의 멤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현장이 노령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투자에 비하여 열매가 없는 사역 현장, 지금까지 수많은 물적 투자가 진행되었지만 대부분 건물에 국한되고 말았다. 사역의 방향이 지도자를 세우기 위하여 양육하고 훈련하여 역사의 무너진 기초를 세우는 것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사역에 기초한 것의 결과가 아니었나 필자는 숙고해 본다.
 
3. 사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초창기의 수많은 신학교는 거의 문을 닫았고 이제는 명맥만 겨우 유지하여 신학교가 희귀한 시대가 되었다. 결국 사욕을 좇아 행하던 비전 없는 사역, 지식 없는 열정만 가진 비전문가들의 사역이 사라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4. 도전이 어려운 현장, 거대한 종교 문화와 세속 사회 속에 많은 재원이 필요한 개척사역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사역 20년을 지나면 개척한 교회들의 건축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능력이 없어 거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5.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이나 언어의 장벽으로 현장을 누비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이다. 선교는 발로 뛰며 현장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그곳에는 우리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로 뛰는 것은 많은 수고와 어려움이 따르고 재정이 투자된다. 그래서 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역의 햇수가 늘어갈수록 게을러지는 인간의 습성 탓일 것이다.
 
6. 현지교회와 연합은 선교사들과 함께할 만한 것이 대체적으로 없다. 재정 후원이나 해주면 모를까! 영성이나 지성이나 전문성이나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 한다면 심히 건방진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현지교회는 더 이상 일반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고, 기본 사역인 설교도 훌륭하게 잘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장에서 제시하는 대안
 
1. 선교사의 파송은 이제 전략적으로 진행되어야 균형을 이루게 된다. 본인이 가고 싶은 지역이라든지 교회가 원한다든지 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현장을 분석하고 거기에 합당한 일을 위하여 맞춤형 사역자로 파송되어야 한다. 무슨 사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자격도 안 되는 이들을 숫자를 채우려는 식의 어리석은 파송은 중단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각 교단이나 선교단체가 심각하게 고민할 일이다. 이미 나가 있는 자들에게 전략적인 재배치를 운운하는 것은 실제적이지 못한 탁상공론일 뿐이다. 선교 지도자들 중에는 이슈만 제공하고 허풍만 떠는 자들이 많이 있다. 가능성이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임을 지적한다.
 
2. 이제는 현장이 요구하는 사역에 더욱 더 능력을 개발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선교사는 필요한 자원이 아니다는 사실인식이다. 말씀을 증거하는 일에 있어서도 전문적인 준비가 없이 덤빈다면 오래 가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냉엄하게 살피고 현장에서 또한 후보생들을 철저하게 준비시켜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소비를 피하고 사역의 무능함을 만회할 수 있다.
 
3. 연합사역,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사역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무엇을 어떻게 연합하여야 하는 문제이다. 부분적으로 구체적인 사역이 있다면 연합하여 이를 함께하여야 한다. 그러나 원함은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상 함께할 만한 사역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교회사역은 현지인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사역이기에 연합의 대상에 포함되지를 않는다.
 
신학교 사역은 연합하기에 가장 좋은 사역이고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이미 언급한 대로 다 경험하고 단물이 빠진 상황이다. 필수 기본사역이지만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나 많은 재정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는 초창기 신학교 사역이 개인적으로 모금하여 주도권을 행사하다가 그 사역자가 떠나든지 상황이 어려워지면 사역도 없어져 버리는 식이었다. 내가 주도하였어도 내가 사라질 때를 생각하여 기초를 쌓았어야 하는데 인간의 이기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아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으니 심히 책망받아야 할 일이다.
 
현장은 대략 이러한 고민 속에 빠져 있다. 교단 선교부나 각 훈련원이 함께 깊이 기도하며 대안을 찾아야 한국 선교의 미래가 확보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진단하는 것은 한국선교의 변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뜬구름 잡는 식의 선교가 계속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고 책임 있는 사역을 진행하기 위함이다. 또한 한국교회가 현장의 상황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인식과 도전을 위한 것이다. 부정적으로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사역을 위한 조언임을 부연해둔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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