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란 무엇인가? 일이 없는 남는 시간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재충전을 하기 위한 자유로운 시간을 말한다. 요즘은 사람들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주 5일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 여가 시간 역시 점차 늘어나고 있고 할 수 있는 활동도 다양해져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흔히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여가 활동을 자기 계발, 창조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일이 없는 노는 시간, 휴식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여가는 휴식과 자기 계발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여가는 노동으로 인해 상실된 에너지를 회복하거나 긴장을 완화시키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에너지나 재화의 소비를 동반시키는 독립된 소비영역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가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성취감이나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몰입이 없이 수동적인 태도이다. 특히 젊은층보다 노인층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길을 가다가, 혹은 뉴스를 통해 종묘나 탑골공원에 모여 있는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은 그 주변 외에는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탑골공원에 가신다고 한다.
경로당이나 노인정에 가는 비율은 60% 정도이지만 이용 시간은 짧은 편이며, 노인복지관이나 노인교실 이용률은 10~13% 수준에 불과하다. 경로당이나 노인정의 주된 활동 내용이 친구와의 대화, 바둑·장기·화투·건강 체조, 라디오 및 텔레비전 시청 등으로, 시설 자체에서 운영하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프로그램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다.
그러나 이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니어의 여가생활 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부 역시 노인복지 3F정책(Fun, Family, Future)을 수립하고 3F의 하나인 ‘Fun’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가생활을 선정하고 시니어에게 안내하고 있다. 지역별로 노인회를 만들어 일본 전역으로 여행을 간다거나, 세계배드민턴연맹이 주최하는 세계 시니어 선수권 대회를 위해 지역별로 연습 경기를 갖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외국의 선진 사례를 받아들여 우리 사정에 맞게 바꿔, 시니어가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나가고 있는 추세다.
실버 문화벨트 조성 계획으로 종로와 충무로, 안산에 자리잡은 실버극장은, 1960~70년대 영화를 골라 상영하고 그 당시의 음악을 틀어놓아 시니어들이 추억에 잠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특히 55세 이상 어르신은 2000원이라는 싼 가격에 부담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어 인기가 있다. 초반에는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니어 문화공간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는 연간 20만명의 시니어가 이용하고 있으며 만족도 역시 높다.
충청북도의 한 경로당에서는 최근 취미활동, 운동, 자원봉사, 소득활동 등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로빅, 수영, 마라톤, 태극권 등 여러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니어의 건강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또한 시니어들이 인근의 초등학교 주변의 안전도우미로 봉사하며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강원도의 노인문화센터에서는 교사 출신의 시니어가 한글을 모르는 시니어를 모아 한글을 가르쳐 시청이나 도청에서 주관하는 백일장에 나가기도 하며, 한지공예나 종이꽃 만들기를 배워 5일장이나 7일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는 시니어클럽은 공공분야와 민간분야를 포함하여 시니어를 필요로 하는 곳에 건강한 시니어를 적극 추천하고 있다. 시니어클럽은 재취업을 원하는 시니어의 증가로 현재 전국 105개소에서 활발히 운영 중에 있다.
2005년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이후에 시니어 커뮤니티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성장하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경로당이나 노인문화센터 외에도 이 같은 민간 시니어 단체들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이전에 연령이나 취미와는 상관없이 가까운 경로당이나 노인문화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니어들이, 이제는 비슷한 취미나 목적을 가진 시니어를 모아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어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작년에는 국내 최초로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생활밀착형 시니어 감성 커뮤니티도 만들어져 급성장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직장이나 가족 문제를 털어놓을 수도 있고, 중고 물품을 거래할 수도 있다. 또한 영화나 동영상 강의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시니어 커뮤니티의 활동이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자서전 쓰기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의 한 시니어 커뮤니티는 영국에서 자서전 사업을 하는 커뮤니티와 사전행사나 온라인 마케팅 등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활발한 교류 덕분에 사업모델을 만들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나타나는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김인 국수배 국제 시니어 아마 바둑대회는 전국은 물론 해외 시니어들이 참가하는 큰 대회로 성장했다. 이 대회를 위해 그동안 바둑 커뮤니티에서 활동해온 40세 이상의 600여명의 세계 시니어들이 몰려든다. 즐거운 노후를 위해 시작한 시니어 커뮤니티에서 실력을 쌓은 뒤 국제 대회에서 수상하는 기쁨을 누린다면 그 얼마나 뿌듯할까?
위의 여러 사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시니어들은 은퇴 후 집에서 TV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문화생활을 바라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조만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고령층의 인구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이제까지의 젊은 세대의 청년문화 중심에서 점차 벗어나 노인문화가 주요한 문화 코드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이에 따라 시니어들은 자신의 노년기를 새롭게 재표현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노인문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각각의 시니어가 자율적으로 뭉쳐야 할 것이다. 시니어 커뮤니티와 같이 시니어들이 주체가 되어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임해야 긍정적인 방향으로 노인문화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자율적으로 뭉친 시니어들이 잘 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 다른 경험을 가지고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온 시니어들이 각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해야만 노인문화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형성된 노인문화는 결국 생산성이 있어야 한다. 정년퇴직 후에도 은퇴하지 않고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여 꾸준히 경제활동을 하는 시니어가 늘어나면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GDP 비율이 5.4%를 넘어섰다고 한다. 흔히 여가생활과 경제활동은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가생활을 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는 시니어들이 가진 소비력은 어마어마하다. 미국이 은퇴자협회를 통해 다양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일본이 시니어의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결국은 시니어의 여가생활이 나라의 경제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60세가 훌쩍 넘은 나 역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여가활동이 사업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나는 몸의 건강을 위해 꾸준히 헬스와 등산을 하고 있으며, 마음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 헬스와 등산을 통해 다진 체력으로 10시간이 넘는 업무를 수행하며 매일 신앙생활을 통해 봉사한다는 정신으로 일을 한다. 나아가 비지팅엔젤스 지점장들과 신우회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신앙생활을 함께하며 등산이나 모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이 신우회를 통해 지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시니어에 대한 정책과 재가사업에 대한 정보 등을 나누고 토론하며 사업을 발전시켜 나갈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서도 여가활동이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나타났다.
이렇듯 결국 미래 우리사회에서는 과거 청년 주도의 문화가, 시니어가 주도하는 문화로 점차 전환되어갈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시니어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시니어의 다양한 여가생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것이 생산적인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한수 대표는
전 세계 41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비지팅엔젤스의 한국 마스터 프랜차이지, 비지팅엔젤스 코리아(www.visitingangels.co.kr)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1985년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하였으며, 현재 반포 한신교회의 안수집사이자 찬양대장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비지팅엔젤스코리아는 현재 67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로부터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선정, 서울시로부터 인센티브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노인장기요양기관 최우수기관(방문요양·방문목욕)으로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