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불편한 진실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선교사들이 각종 세미나와 연수, 그리고 건강검진 사역준비 등 이런저런 이유로 고국을 방문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교회에 선교사들이 넘쳐나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한국교회는 수많은 선교사들을 맞이하여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생긴다.
 
한국교회가 힘써 기도하면서 선교사를 보냈다. 그런데 이제 그 선교사들이 고국을 방문하면 부담이 되어서 거부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또 오셨네요”, “자주 나오시네요” 라는 인사를 들으면 여간 불편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은 본국을 방문해도 오갈 데 없고 먼 길 비행 삯 마련에 큰 맘을 먹고 나오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다.
 
선교사가 교회를 방문하면 괜스레 빚쟁이라도 만난 것처럼 부담을 갖는다. 어떤 파송 선교사는 비자문제로 자주 들어오게 되는데, 파송 교회에서 못 오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교인들 보기에 미안하기 때문에 볼일 보고 바로 현장으로 가라고 한단다. 쌍방간에 이해가 간다.
 
성도들을 만나도 마찬가지로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것을 느낀다. 식사하고 가볍게 헤어지기에는 무언가 섭섭하고, 그래서 교통비라도 주어야만 될 것 같은데 팍팍하게 짜여진 경제생활에 여유는 없고, 그래서 전화통화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한 때가 많은 것이다. 돈 없으면 교회생활도 못한다더니, 돈 없으면 선교사도 만나기가 불편한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국사람들은 유난히 먹는 일에 목을 매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손님이 오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최고급 요리로 대접을 한다. 손님에 대한 예의인 것은 알겠는데, 한 끼 식사에 두 시간 이상 걸려서 유명한 곳을 찾아간다. 식사비가 기본 십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대접하는 것이기에…
 
그러나 대접을 받는 선교사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식사 한 끼에 이렇게 많은 지출(?), 많이 먹지도 못하는 화려한 외식이 너무나 아깝다. ‘식사비 줄여서 차라리 절반이라도 현금으로 나누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은 차마 못하지만 대부분 그러한 생각일 것이다.
 
현장에 있다 보면 늘 재정에 쪼들리고 현지 목회자들에게 후원을 하며, 그들이 사는 것을 보노라면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먹는 일에 집착하는 걸까? 가난한 시대는 다 지났는데도 사는 것은 거지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와 처자식을 위하는 일에는 풍족, 타인을 위한 일에는 매우 인색한 모습. 왜 이러는 걸까?
 
어떤 선교사가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어느 교회 선교관에서 묵게 되었는데, 뒷이야기를 듣고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교회를 통하여 선교관에 들어가는데, 너무 눈총을 주어 불편했다는 이야기.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태도가 갑과 을의 관계를 연상케 했다는 말이다.
 
새벽기도를 나가지 못하면, 그것을 가지고 나무라면서 선교사가 기도하지 않는다고 책망하더라나? 어쩌다 그런 교회가 있겠지 하면서, 또 한편으로 그 동안 수많은 선교사들이 얼마나 무질서하고 뻔뻔하게 사용하고 감사하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면 그 또한 이해도 간다.
 
선교를 좀 하는(?) 교회엔 선교사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일주일에 몇 번씩 찾아 오는 경우도 있다. 매주일 선교사들이 방문하여 설교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교인들이 듣기에는 나라만 다르지 대부분 공통적인 이야기는 “힘들다, 어렵다, 그래서 도와 달라”는 결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회는 또 그러한 간증 듣기를 원하고, 어떤 목사님은 선교사가 방문하면 설교는 내가 할 테니 현장의 어려운 일을 말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러니 언제나 죽다 산 이야기,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무용담을 쏟아내야만 훌륭한 선교사로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왜들 이러는 걸까?
 
필자는 한국교회에 가서 어렵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선교사님, 어려운데 고생이 많습니다”라는 인사를 들으면, 한편으로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미안하다. 어려움이야 국내나 국외나 동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선교지가 더 마음이 편하다. 간섭하는 이가 없고, 자기 소신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후진국에서 사역하는 경우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답답함과 역사를 한 20년간 거꾸로 돌려서 다시금 반복해야 하는 일과 민족 차별당하는 것이 때로는 불편하고 기분 상하는 일이지만 그러니 선교사지! 그것이 죽을 고생은 아니다.
 
자녀를 현지 학교에 보내는 내 경우에, 경쟁이 거의 없고, 학비가 거의 없고, 초·중·고 과정을 한 학교에서 배우니 안심이고, 과외가 없으니 좋고, 오락실이 없어서 좋고, 오후 2시면 집에 오니 좋고, 외국어 하나는 완전 공짜로 배울 수 있어 좋고, 대학 시험도 외국인으로 시험을 치니 누워서 떡 먹기이다. 이런 보너스가 어디 있나? 그래서 참 감사하다.
 
사람 사는 일에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도 있고, 어려움이 있으면 즐거운 것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다 감사할 일이 아닌가? 현지에서 좋은 학교만 찾고 고급(?)만 먹으려 하고 각종 문화와 혜택을 다 누리려고 하니 어려운 것이다. 사실 덜 문화화된 현장이 좋은 것도 많은 것이니, 피차에 그리 허풍을 떨면서 대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제 곧 6월이 지나면 수많은 선교사들이 고국 방문에 줄을 이을 것이다. 사랑과 진심으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이야기하고 격려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그런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 선교 이전에 정직함으로 만나고 진실함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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