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부부-사가랴와 엘리사벳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30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독신으로 사는 것과 부부가 함께 사는 것, 어느 쪽이 더 거룩하게 살 수 있을까? 가톨릭은 사제들의 독신을 의무로 하고 있고, 동방 정교회는 사제들이 독신 또는 결혼을 선택할 수 있다. 개신교의 목사들은 대부분 결혼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문이 이슈가 될 때마다 독신제도는 없애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개신교 목사들의 재산축적 문제가 거론되면 독신제도가 좋은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성경에 드물게 하나님께 인정받은,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가 나온다. 이 두 사람은 하나님 앞에 의인으로, 주의 모든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이 행하였다. 사가랴는 아비야 반열에 속한 제사장이었고, 그 아내 엘리사벳은 아론의 자손이었다. 사가랴와 엘리사벳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매우 모범적인 가정이었다.

그런데 이 가정 가운데 한 가지 고통이 있었다. 그것은 자식이 없는 것이었다. 이미 두 사람은 나이가 많이 들었고,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은 분명히 믿음 있는 의인이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기다리는 것에 지쳤다.

사가랴는 당시 24반열로 구성된 제사장의 반열에 속하였다. 성전 분향은 전례대로 제비뽑기를 하여 정했는데, 사가랴가 선택되었다. 그가 성전 분향을 할 때에 주의 천사가 향단 우편에 나타났다. 그가 너무 놀라 무서워하였는데, 천사가 “사가랴여 무서워하지 말라 너의 간구함이 들린지라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네게 아들을 낳아 주리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눅 1:13)고 전하였다.

그 부부가 모두 그 기도를 잊고 포기하여도 하나님께서는 잊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간구를 들으셨다. 천사는 그 아들이 큰 자가 될 것이며,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저희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할 사명을 가진 자라고 알려주었다.

사가랴는 천사에게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요 내가 늙고 아내도 나이가 많으니이다”(눅 1:18)라고 말했다. 천사는 자신이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가브리엘이라고 밝히며, 사가랴가 믿지 않기 때문에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였다. 이후에 그의 아내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었다. 엘리사벳의 품에 앉긴 아이는 예수님이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라고 한 세례 요한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의 행복이었다.

하나님은 서로 다른 남성과 여성을 만들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의도와는 다르게 기독교 내에서 결혼과 성을 왜곡하여 보는 시각이 있다. 많은 학자들은 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근원으로 초기 기독교 역사를 들고 있지만, 그것은 성경적인 정확한 이해가 아니다. 성을 부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이교도인 고대 그리스-로마인의 종교에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기독교의 성인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는 기독교인이 되기 전 마니교에 심취했었는데, 마니교도들은 출산행위를 통해서 악의 굴레를 쓰기 때문에 결혼은 죄악이고 출산은 신성모독이라고 믿었다. 그는 위대한 신학적 업적을 남겼지만, 마니교에서 연유된 이원론적인 성의식으로 기독교 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성적인 것을 혐오하여 억압하거나 쾌락주의적으로 탐닉하는 것 모두 잘못된 극단적 태도이다. 결혼과 성은 인간의 죄에 의해서 손상되고 훼손되었지만, 창조주 하나님의 아름다운 선물임에는 틀림없다. 우리의 본성이 왜곡된 것이지 성 자체가 왜곡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적 이해는 성이 죄악의 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사가랴와 엘리사벳은 부부로서 의인의 삶을 살았고, 아들 세례 요한을 얻었다. 바울은 독신으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았다. 거룩함은 독신이나 부부의 생활양식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성에 의해서 좌우된다. 성적인 오용과 중독은 영성생활에 치명적 독이 되지만, 부부관계의 친밀감은 영성생활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부가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성을 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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