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결혼예비학교에서 저와 저의 아내가 함께 강의한 후에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젊은이들 120여명이 모여 있는데, 그 때 받은 질문 중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과연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내 짝이 있는가요? 만약에 있다면 어떻게 알아보죠?”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예정된 사람이 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구별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예정론을 철저히 믿는 칼빈주의 교육을 받은 저로서는 순간적으로 ‘단 한 명의 예정된 상대’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저하며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다행히도 저의 아내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예정된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좋은 사람이 여럿 있고, 그런 사람이라면 사귀어 보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라고 했습니다. 즉,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사귀어 보면서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만남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의지적 선택을 통한 결혼을 하고 그 후에는 노력하며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결혼한 후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그 사람이 바로 내 배우자라고 믿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실수까지도 활용하셔서 당신의 뜻을 이루시는 분이시니까요. 우리의 삶 가운데는 어쩌면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의 삶을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하나님께서 간섭하신 세심한 손길이었습니다.
만약에 예정된 단 한 사람이 있다면, 헤어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무와 책임과 노력을 다하지 않고, 짝을 잘못 만났다고 핑계를 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내가 나의 짝을 잘못 만났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헤어지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우자가 성적인 부정, 해결 불능의 중독, 혹은 심한 폭력을 저지르는 것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이혼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혼은 바른 선택이 아닙니다.
저의 커플 상담 경험에 의하면, 잘못 만나서가 아니라 서로를 잘 몰라서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신의 사랑의 언어를 잘 모르고 배우자의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끊임없이 상대에게 사랑을 표현해도, 상대는 그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존 피스처는 “행복한 결혼은 좋은 상대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적응하는 능력에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상대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러나 상대에게 적응하는 능력은 결혼 생활에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즉 내 방식대로 사랑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맞추고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아직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실 만한 좋은 대상이 생기기를 위해서 기도하면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에 이미 결혼했다면, 나의 배우자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하나 뿐인 내 짝이라고 생각하고, 서로에게 맞추려고 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나에게 가장 적합한 배우자를 주셨다고 하는 믿음을 가지고 내 배우자를 이 세상에서 최고의 여자, 최고의 남자로 생각하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배우자의 좋은 점에 감사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의 배우자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더욱 사랑스러워져 갈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의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사랑보다는 선택과 헌신, 그리고 의지적 노력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때에 감정적인 사랑은 보너스로 주어지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가정을 통해 하나님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천국의 기쁨을 날마다 경험하시길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기독교상담학 박사 김훈 목사
<약력>
-호주가정상담대학 한국어 통신과정 디렉터
-호주가정사역센터 대표
-전 캔버라 열방대학 성경연구학교장
-기독교 상담학 박사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총신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