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31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 말이 있다. 국내 연구진이 300여쌍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금실이 좋은 부부는 공명이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금실이 좋은 부부는 코나 입 안에서 소리가 진동되는 것이 무척 흡사하다고 한다. 사람의 감정은 목소리의 공명에 담기기 때문에 부부가 오래 살수록 서로 같아지는 것이다.
성경에 나온 인물 가운데 서로 닮았을 것 같은 부부가 나온다. 요시아 왕 시대의 살룸과 훌다이다. 살룸은 요시야 왕의 예복을 주관하는 사람이었고 훌다는 그의 아내였다. 그 당시 예레미야와 스바냐 선지자는 백성에게 하나님께로 돌이킬 것을 계속 촉구했다. 훌다는 성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처를 두고, 예루살렘의 새로운 지역에서 여호와의 말씀을 들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오후, 그녀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가까이 오는 것을 보았다. 대제사장 힐기야와 서기관 사반 그리고 왕의 종 몇 명이었다. 그들은 새로 발견한 책에 쓰인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훌다를 찾아왔다. 훌다는 여호와의 이름으로 민족의 몰락을 예언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소홀히 취급했으며, 배교자가 되었고, 살아계신 하나님 대신 우상을 섬겼다. 그녀는 무서운 파멸의 메시지를 전했다(대하 34:24-28). 훌다는 담대히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요시야 왕은 즉시 백성의 지도자들과 함께 성전에 가서 무론 노소하고 예루살렘과 유다의 모든 거민에게 하나님의 율법을 읽어 주었다(대하 34:30).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자 요시야 왕의 생애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국가 전체가 변했다. 국가 전체가 역사상 가장 철저하게 개혁했다.
신앙을 버렸던 민족이 살아계신 하나님께로 돌아섰다. 그러나 하나님의 최종적인 심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여선지자 훌다 때에 살던 백성에게만 그것이 수 년간 연기됐다. 요시아 왕은 겸손히 옷을 찢고 통곡하였으므로 목전의 그 재앙을 면하게 되었다(왕하 22:20). 훌다의 신앙이 이스라엘 백성을 살린 것이다.
훌다와 살룸 부부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살룸은 제사장이나 레위인의 예복을 주관하던 사람이었다. 제사의식에 필요한 예복을 만드는 것은 정확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훌다가 남편을 도와 예복을 바르게 만들었다면, 율법을 세심히 읽으면서 쓰인 대로 꼼꼼하게 그것을 제작해야 했을 것이다.
부부는 서로의 다름에 의해 보완이 되기도 하지만 공유점이 있기에 함께할 수 있다. 미국 UCLA신경정신과 교수인 마크 골스톤이 소개한 ‘행복한 부부의 10계명’ 중 부부가 공통의 관심사를 개발해야 한다는 계명이 있다. 권태기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소중하기 때문에,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현명하게 부부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년부부는 대부분 남편과 아내가 따로 하는 문화에 익숙해 있다. 젊을 땐 부부간 열정과 사랑이 있어서 공통점이 있고, 아이들이 생긴 후엔 자식 때문에 기쁨과 고민을 공유하면서 지낸다. 하지만 남편의 일과 아내의 생활이 오랫동안 분리되면 자식이 품안을 벗어나면서부터 부부간 이질감은 표면화된다.
어떤 부부들은 자녀들이 완전히 독립한 뒤 둘만 남은 긴긴 노후를 뭘 하면서 함께 보낼까 걱정인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부부의 행복을 위해서는 함께할 수 있는 부부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훌다와 살룸에게는 하나님의 율법과 제사가 대화의 공통주제가 아니었을까 한다.
남편이 아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시청을 함께하기, 휴일엔 부부가 손 붙잡고 산책을 함께하기, 아내가 남편이 좋아하는 운동을 같이 하기 등. 처음에는 좀 쑥스럽고 지루할지 모르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공유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부부가 함께 즐기는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