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파도를 직면할 것!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저는 바다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에메랄드빛 바다. 잔잔히 펼쳐져 있는 바다를. 그래서 휴가를 떠날 때면 언제나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가곤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가졌던 휴가 기간 동안 2시간 정도 배를 탈 일이 있었습니다. 갈 때는 잠잠하던 바다가 돌아올 때는 몹시 사나운 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영도 못 하는 저는 파도가 높이 오를 때마다 치솟았다가 다시 푹 가라앉는 배 안에서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배 안에는 삼백 명 정도의 승객이 있었고, 그 중에 몇몇은 저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으악, 난 이런 바다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울 듯한 표정으로 소리 지르자 옆에서 딸아이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떨고 있는 제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아, 저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한동안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직 남은 시간은 1시간 55분…. 그 시간 동안 공포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여기저기서 구토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주위를 둘러보니 태반의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잠든 그들 때문에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허리를 곧추세우고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친 바람에 숨을 몰아쉬는 바다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심호흡을 하자, 불안과 두려움이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아, 놀라웠습니다. 1미터, 2미터까지 치솟는 파도를 눈을 부릅뜨고 직면하자, 배의 오르내림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파도에 몸을 싣고 출렁이며 앞으로 전진하는 이 배가, 결코 부서지거나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평안해졌고 놀랍게도 재미있기까지 했습니다.

파도를 직면하니 침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것! 그것은 오래 전 깨달음을 재확인하게 했습니다. 수많은 파도를 넘어왔던 나, 그리고 당신은 알 것입니다. 우리는 무서운 파도를 보면 본능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회피하고 웅크리게 됩니다. 제가 앞좌석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질끈 감고 있을 때는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았지만 명료한 눈빛으로 파도를 직면했을 때 두려움이 사라진 것처럼, 생의 파도를 회피하며 두려움에 떨고만 있지 말고, 그 파도를 직면하며 두려움을 넘어설 때 이길 수 있는 힘도 생긴다는 사실을 알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처를 받고, 고난을 받고, 시련에 부딪히고, 배신 당하고, 실패하고, 좌절할 때마다, 파도는 숨넘어갈 정도의 공포를 싣고 우리 자신을 침몰시키려고 합니다. 피하면 평생 피해야 합니다. 두려움을 넘어서지 않으면 평생 두려움에 시달려야 합니다. 두려움을 넘어서야 치유도 되고 용서도 됩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파도를 만날 것입니다. 예기치 않은 파도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파도를 직면할 용기가 있는 한 우리는 침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눈을 들어 파도를 보기만 해도 빠져나올 방법이 점점 보일 것입니다. 파도를 직면할 힘조차 없더라도, 그저 눈꺼풀만 들어 바라보기. 조금 더 눈에 힘을 주어 직면할 것! 내가 직면하는 동안 파도는 더 이상 파도가 아니고, 내가 탄 배는 안전하며 그 출렁거림을 놀이기구를 타듯이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탄 인생의 배는 결코 침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배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보혈로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으므로 결코 침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믿음이 생기기만 하면 파도는 두려움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기구가 될 것입니다. 

파도를 지나오면서 죽음 같던 공포의 시간을 넘어서니 영혼의 평강과 행복을 만났습니다. 저는 이제 떨쳐낼 수 없는 기쁨을 가지게 되었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환경과 상황에 상관없는 행복과 자유를 이루어냈습니다. 때때로 외로움을 느끼지만 지난날의 병적 외로움과는 다릅니다. 실존적인 건강한 외로움이며 누군가와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면 금방 사라지는 그런 외로움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파도를 직면하고 회피하지 마세요. 파도가 더 이상 당신의 삶을 파괴하지 못 하도록 두 눈 맑게 뜨고 바라보세요. 그러면 반드시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넘지 못할 파도는 없습니다. 우리와 늘 함께하시는 주님께서 우리가 파도를 넘을 수 있게 힘을 주시고 도와주십니다. 파도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나에게 용기와 성숙을 가져다주는 것을 믿게 된다면, 당신은 이제 다 치유된 것입니다.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www.lovehel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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