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라합과 살몬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33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과거에 부정을 저질렀던 사람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이 전과자로 낙인을 찍혀버리면 아무리 개과천선했다 해도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결국 잘못된 인식이 부정적 선입견으로 각인되면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되는 현상을 ‘낙인효과’(Stigma Effect)라고 한다. 부부 사이에서도 서로 가하는 낙인효과는 관계를 멍들게 한다.

라합은 여리고성에서 윤락을 하면서 살았던 여자였다. 어느 날 이스라엘의 정탐꾼들이 그녀의 집으로 들어왔다. 어떤 사람이 여리고 왕에게 이스라엘 정탐꾼이 들어왔다고 말하자 왕은 라합에게 사람을 보냈다. 라합은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 성문 닫을 때쯤 되어 나갔다고 대답하였다. 라합은 이미 지붕에 올라가 삼대에 정탐꾼들을 숨긴 후였다(수 2:1-7).

라합은 밤에 정탐꾼들에게 올라가서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 내가 아노라”(수 2:9)하였다. 그녀는 하나님이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실 때에 하신 일들을 들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정탐꾼들을 우대하였으니, 자신의 가족들의 목숨을 보증하라고 하였다. 정탐꾼들은 이 일들을 누설하지 않으면 여호와께서 이 땅을 주실 때 인자하고 진실하게 대우할 것이라 약속하였다(수 2:10-14). 성벽 위에 거주하는 라합은 정탐꾼들을 창문에서 줄로 달아내렸다. 그들은 여리고의 뒤쫓는 자들이 돌아가기까지 사흘 동안 숨어 있다가 이스라엘 진영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그들은 여호수아에게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보고하였다.

인간적으로 볼 때 여리고성은 이스라엘에 난공불락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스라엘 군사가 여리고성을 엿새 동안 매일 돌고 일곱째 날에 일곱 번 돈 후 백성이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버렸다. 그 성 가운데 기생 라합과 그 가족들은 약조대로 생명을 보존하였다(수 6:17). 라합은 이스라엘 한 지파의 두령이었던 살몬과 결혼하였다.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을 낳았다. 후에 기생 라합은 예수님의 족보에서 이름이 발견된다(마 1: 5).

라합이 여리고성의 기생이었다는 꼬리표가 그녀의 삶과 결혼생활에 발목을 잡았다면, 그녀는 예수님의 계보에 들지 못했을 것이다. 여리고는 역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유다 광야의 교통 요충지였다. 그래서 여리고에 왕래하는 상인들을 접대하는 주막이나 창녀, 기생들이 많았다. 남편 살몬은 그녀의 과거를 개의치 않았던, 어느 누구보다 경건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라합은 기생이었지만 여호와를 참 신으로 아는 믿음과 행함의 사람으로 칭찬되었다(히 11:31, 약 2:25). 그녀는 이스라엘의 태동기에 기생에서 벗어나 믿음의 사람으로 새 출발을 하였다. 하나님은 낙인효과의 사회적 편견을 깨고 멸시받는 이 여인을 들어올리셨다.

사람을 믿어 주고 칭찬해 주고 격려해 준다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 왕 피그말리온은 자기 왕궁에 있는 미녀조각상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버렸다. 그는 그 여인상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사랑했다. 신이 그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실제로 사람이 되게 했다는 것에서 피그말리온 효과가 유래한다.

살몬은 라합에게 피그말리온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라합은 믿음을 바탕으로 새 삶을 시작했지만 남편의 격려와 사람이 그녀를 진정한 믿음의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한다. 부부의 행복은 과거의 잘못에 매이는 낙인효과가 아닌, 미래를 위해 서로 칭찬하는 피그말리온 효과에 의해 만들어갈 수 있다.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전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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