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시니어 라이프 25] 시니어 문화생활을 지원하자

오상아 기자  greaterjoy@naver.com   |  
 
 

길을 가다가, 혹은 뉴스를 통해, 종묘나 탑골공원에 모여 있는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을 보며, 대체 왜 매일같이 똑같은 장소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탑골공원 주변 외에는 시니어가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 시니어들이 마음 편히 차나 커피를 즐기고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컴퓨터나 악기를 배우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시니어의 건강을 위한 운동기구들도 설치되어 있고, 보드게임이나 체스를 둘 수 있는 놀이 공간, 예방접종을 하거나 간단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시설도 있다. 회원가입 없이도 이용 가능한 시니어 문화센터의 경우 헬스, 건강식, 법률 상담, 재테크, 컴퓨터 강좌, 문화·역사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니어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스가모 거리’라는 곳이 있어 시니어가 시니어를 위한 상품을 팔며 옛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여기는 일본의 대표적인 시니어 문화 거리이다. 자동차는 통행할 수 없으며 거리 주변 지하철에는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늦추거나 노선 안내도의 글씨를 크게 하는 등 시니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놓았다. 스가모 거리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쇼핑을 즐기는 시니어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우리나라는 2009년 종로에 실버 문화벨트 조성 계획을 세워 탑골공원 근처에 시니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고, 지금은 실버극장만이 시니어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버극장은 1960-70년대 영화를 골라 상영하고 그 당시의 음악을 틀어놓아 시니어들이 추억에 잠길 수 있다. 특히 55세 이상 어르신들은 2천원이라는 싼 가격에 부담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어 인기가 좋다고 한다.

비지팅엔젤스의 중산층케어 서비스를 받고 계신 어르신 한 분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실버극장을 찾는다.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옛날을 추억하며 영화를 보고 근처를 산책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낮에 홀로 집에서 쓸쓸히 시간을 보내던 때에 비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직 또래와 어울리며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까지 생겼고, 밖에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더 젊어지는 것 같다고도 하신다.

비지팅엔젤스 광명지점장의 경우 거동이 불편해 밖에 못 나가는 어르신과 함께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근처 저수지 주변을 드라이브하며 바람을 쐬게 해 드리고 있다. 또 드라이브 후에는 다함께 외식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등 자식들 몫까지 최선을 다해서 어르신을 섬긴다고 한다. 지점장은 “외출하기 힘드신 어르신들을 위해 드라이브를 시켜드리고, 같이 식사를 하는 것들은 저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어르신들께는 정말 큰 행복이자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지팅엔젤스가 방문요양과 중산층케어, 이지웰 복지카드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문화생활과 산책 등 건강한 노후를 제공해 드리고 있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중산층케어를 이용하고 있지 않거나 주변에 마땅한 문화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어르신들이 바깥바람을 쐬러 나가지 않는다. 좀 더 활발하게 노후를 보내야 하는데 주변 상황 때문에 집이나 집 주변에만 머물러 있으니, 부족한 문화공간은 건강에도 결코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제 시니어들은 은퇴 후 집에서 TV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문화생활을 바라고 있다. 이런 현상은 조만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 더욱 두드러질 예정이다. 시니어들의 문화적 소외를 해소하고 은퇴 후에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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