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여자-에스더와 아하수에로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33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왕의 여자가 된다는 것은 절대 권력자의 안주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왕후 외에 후궁과 궁녀들 또한 왕에게 속한 여인들로서, 그의 성은에 따라 신분의 상승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왕후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왕후는 가부장적 사화에서 여인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위치이자,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아하수에로는 인도에서부터 구스까지 백이십칠 지방을 다스리는, 페르시아 제국의 왕이었다. 왕은 전 지역에서 처녀들을 불러 모아 새 왕후를 간택하는 경연대회를 열었다. 왕의 조서와 명령이 반포되어 처녀들이 수산 도성에 이끌려 갈 때에 에스더라는 처녀도 가게 되었다. 에스더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사촌 모르드개에 의해 딸같이 양육되었다. 드디어 여러 여자들 중에서 왕이 에스더를 더 사랑하여, 에스더는 왕후로 간택되었다(에 2:3-17).

모르드개는 바벨론 왕 때 포로로 끌려온 유다 사람이었다. 한편 왕의 총애를 받는 아각사람 하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모르드개가 하만에게 꿇어 절하지 않자, 그의 신분을 알고 있던 하만은 모든 유대인을 죽일 계획을 세웠다. 하만은 아하수에로 왕에게 유다인들이 페르시아 제국에 위험적인 요소라고 강조하여, 왕으로부터 아달월 13일에 모든 유대인을 처형한다는 조서를 허락받았다(에 3)

모르드개는 왕후 에스더에게 모든 사실을 알렸다. 에스더는 수산성에 사는 모든 유다인들에게 3일 금식기도를 명령했다. 당시 아하수에로 왕의 부름을 받지 않고 그 앞에 나아가면 죽임을 당하였다. 다만 왕이 금규를 그 사람에게 내밀면 죽음을 면하였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아하수에로에 대해 변덕이 심한 잔인한 독재자로 묘사하고 있다.

에스더는 삼일 금식 기도를 한 후에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왕 앞에 나갔다. 왕은 뜰에 선 에스더를 보고 매우 사랑스럽게 느껴져 손에 잡았던 금규를 내밀었다. 왕이 에스더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하자 자신이 베풀 연회에 하만과 함께 참석해 달라고 초청했다(에 4:15-5:8).

연회를 베풀어 왕을 흡족하게 한 다음 에스더는 자신이 유다인이라는 사실과 함께 모든 유다인을 죽이려고 한 하만의 계략을 폭로했다. 이에 분노한 왕은 하만이 모르드개를 매달고자 준비했던 장대에 하만을 매달아 처형하였다. 또한 에스더의 요구대로 조서를 내려서 유다인들을 진멸하라고 했던 조서를 철회하였다. 유다인을 죽이려고 공모했던 7만5천여명이 도리어 유다인 손에 죽게 되었다(에 8:1-9:16).

아달월 14일과 15일은 유대인들에게 초상날이 축제일로 바뀐 날이었다. 유대인들은 이 날을 부림절이라 부르며 기쁜 잔칫날로 지내며 선물을 주고받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는 날로 삼았다. 에스더는 시종일관 침착하고 지혜로운 태도를 보여주었다. 포로에서 왕후로의 신분 변화도 그녀를 변화시키지 않았다. 에스더는 세상의 왕의 여자이기 이전에 하늘의 왕의 여자였고, 자신과 민족의 위기를 기도로 돌파하는 내공을 갖춘 여인이었다.

탈무드에서 현명한 어머니는 시집가는 딸에게 “내 딸이여, 만약 네가 남편을 왕과 같이 존경한다면 그는 너를 여왕처럼 대접할 것이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성경도 아내들에게 남편을 왕같이 대하라고 한다. 즉 아내들에게 남편을 주께 하듯 하라고 한다(엡 5:22) 또한 남편들에게도 아내를 여왕같이 대하라고 한다. 즉 남편들에게 아내 사랑하기를 자신 자신과 같이 하라고 한다(엡 5:28).

현실에 있어서 아내는 왕 같지 않는 남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남편은 왕후 같지 않은 아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우리 인간 내면의 굶주린 자아는 누군가에게 숭배받기를 원한다. 남편은 누군가에게 신처럼 숭배받기 원하고 아내는 누군가에게 여신으로 숭배받기를 원한다. 그 누군가가 타인이 되지 않기를 원한다면 그 해답은 우리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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