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 사회에 접어들었고, 12~13년 뒤에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해야 한다.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시대가 은퇴를 앞둔 지금, 우리 경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시니어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대중문화를 접해온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 가량이 1년에 최소 1번 이상 문화생활을 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들은 시니어가 된 후에도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대중문화를 향유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니어들의 소비 행태는 비단 문화 뿐만 아니라 외식이나 의류 등 다양한 소비패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시니어의 소비 증진을 위해 법률 개정을 논의 중이며, 시니어 비즈니스 역시 보편화되어 있다. 편의점은 시니어가 허리를 숙이고 상품을 살펴보는 수고를 덜기 위해 상품 진열대가 앞으로 튀어나와 있고, 큰 글씨의 가격표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해 낮은 선반과 넓은 통로를 확보했다. 또 카페에는 큰 글씨와 심플한 메뉴판으로 시니어가 상품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였고, 시니어를 위한 따뜻한 물수건을 배치하고 건강음료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소외계층이 제품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젊고 건강한 사람 뿐 아니라 어린이, 노인, 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이러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고령자 및 소외계층을 위한 세심한 배려에서 출발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 디자인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사용이 쉽고 간편해야 한다. 그리고 신체적인 부담이 적어야 하며, 오작동에 대해서도 위험부담이 없어야 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유니버설 디자인 바람이 불어 우리 생활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상버스가 하나의 예인데, 버스의 턱이 낮아 유모차나 휠체어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으며 노약자들도 일반 버스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정부는 몇 해 전 화성시에 들어선 유앤아이센터, 보훈회관, 노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등 공공기관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시범 적용하기도 했다. 이들 시설의 출입문은 턱이 없는 미닫이 방식으로 휠체어로도 불편함이 없으며, 엘리베이터 내에서도 휠체어 회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 터치형 스위치를 문 옆에 설치하여 힘없는 노약자도 손쉽게 문을 열 수 있으며, 복도에는 장애인과 어린이를 위해 바닥 유도선과 안전봉이 설치되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일본의 경우 저상버스와 같은 공공시설 등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상품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계속 출시하고 있다. 일본의 가전업체 P사에서 2005년에 출시한 세탁기는 세탁물을 투입하는 앞면이 30도 기울어져 있어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가전업체 역시 몇 해 전 이러한 디자인을 벤치마킹하여 출시한 바 있다. P사의 세탁기는 이 뿐만 아니라 쉬운 사용설명서, 편리한 제품 작동으로써 소외계층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에 힘썼다.
또한 일본의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T사는 근력이 약한 노인들이 냉장고 문을 열기 힘든 점을 보완하기 위해,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도록 만들었다. 냉장고 문을 닫을 때도 살짝 밀기만 하면 내부에 설치된 자석이 문을 잡아당겨 쉽게 닫히게 만들어 편의를 극대화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시니어들은 어떤 상품을 이용할 때 불편함을 느끼며 필요로 할까? 비지팅엔젤스에서 방문요양 서비스와 중산층케어 서비스를 받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여쭤보았다.
비지팅엔젤스의 복지용구 쇼핑몰에서 미끄럼방지 양말을 구입해서 매일 다른 색상으로 골라 신으시는 멋쟁이 어르신 한 분은, 와이셔츠나 겉옷의 단추를 잠글 때가 가장 불편하다고 하셨다. 특히 와이셔츠 단추를 잠글 때에는 단추와 구멍이 너무 작아 잠그기가 힘드시다는 것이었다. 이 분 외에도 케어기버(실버도우미)가 있을 때에는 대신하여 잠가주지만 혼자 있을 때에는 잠그기가 불편해서 단추가 없는 옷으로 골라 입으신다는 분 등, 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계신 어르신이 많았다.
시니어를 위해 어떤 상품이 개발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바디로션을 제안하셨다. 환절기나 겨울철 건조해서 쉽게 상처받아 가렵거나 따가운 피부에 바를 바디로션이 없다고 하시며, 근처 화장품 가게에 나가 보면 젊은이들을 위한 미용용품만 잔뜩 있을 뿐이지 시니어 피부에 맞는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셨다.
시니어 비즈니스는 시니어를 위한 세심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시니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기획해나가다 보면 자연히 시니어의 구매도 많아질 것이다.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시니어의 수요를 잘 파악하여, 진정한 복지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