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하만과 세레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34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왕의 남자란 원래 환관을 일컫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의 영화 ‘왕의 남자’는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광대 공길이가 왕의 사랑을 받지만 결국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중국 후한말의 권력을 장악한 환관들은 자신들의 탐욕을 채웠다. 그들에게 주어진 직위로 조정을 농락하며 백성을 괴롭히는 일들을 자행하였다. 오늘날 왕의 남자라는 말은, 대통령 측근으로 권력 핵심부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기도 한다.

성경에 아하수에로 왕 시대에 왕의 남자 하만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아하수에로는 인도로부터 구스까지 127도를 다스리는, 바사 제국의 왕이었다. 하만은 바사제국의 2인자가 되었다. 대궐문 안에 있는 모든 신하들이 다 왕의 명령대로 하만에게 꿇어 절하였다. 다만 모르드개만이 하만에게 꿇지도 절하지도 않았다.

하만은 모르드개만 죽이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온 나라의 유다인을 다 멸하기로 작정하였다. 그는 아하수에로 왕에게 은 일만 달란트를 맡기며, 유다 민족을 멸하는 조서를 받아내었다. 조서에 왕의 반지로 인을 침으로 아달월 13일은 유다인 남녀노소가 죽임을 당하고 재산을 탈취당하는 날이 되었다(에 3:6-13).

유다인인 모르드개와 왕후 에스더는 하나님께 삼일을 금식하며 기도하였다. 에스더가 왕 앞에 나아갔을 때, 아하수에로는 어떤 청이든 말하라고 하였다. 에스더는 왕과 하만을 잔치에 초청하겠다고 하였다. 하만은 집에 돌아와서 아내 세레스와 그 친구들에게 에스더가 초청한 일을 말하였다. 아내와 친구들은 하만에게 “왕에게 모르드개를 나무에 매달기를 구하고 즐거이 잔치에 가라”고 하였다. 하만은 그 말을 좋게 여겨 명령하여 나무를 세웠다(에 5장).

그날 밤에 잠이 오지 않던 왕은 궁중일기를 읽게 하였다. 왕은 전에 모르드개가 왕의 암살을 도모하였던 자를 고발하였으나 아무 상급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왕이 모르드개에게 상급을 내릴 것을 결심하고 하만에게 어떻게 하였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하만은 상급을 받는 자가 자신인줄 착각하고, 왕복을 입히고 말을 태워 성중 거리로 다니도록 하라고 제안하였다. 하만은 왕의 명령대로 모르드개에게 실행하고 번뇌하며 급히 집으로 왔다(에 6장).

하만이 그가 당한 일을 아내와 친구들에게 말하였다. 그 중 지혜로운 자와 아내가, 앞으로 굴욕을 당하고 능히 모르드개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왕과 하만이 에스더의 잔치에 갔다. 왕은 다시 에스더에게 소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때 에스더는 왕에게 자신과 자신의 민족의 생명을 구하며, 하만이 그 대적인 것을 알렸다.

왕이 노하여 후원에 갔다가 다시 오니, 하만이 에스더가 앉은 걸상에 엎드려 있었다. 그것을 보고 왕이 왕후를 강간까지 하고자 하는가 하니, 무리가 그의 얼굴을 쌌다. 하르보나 내시가 왕에게 ‘하만이 모르드개를 달려고 준비한 나무’에 대해서 아뢰니, 왕은 하만을 그 나무에 달라고 하였다(에 7장). 유다인을 멸하고자 했던 아각 사람 하만은, 도리어 자신의 가족과 민족의 멸망을 자초하였다.

하만과 그의 아내 세레스는 절대 권력자의 위치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왕의 2인자 자리에 만족하지 못했다. 세레스는 왕께 청하여 모르드개를 50규빗 장대에 매달아 처형한 후 잔치에 참여하라고 조언하였다. 왕은 하만에게, 하만은 세레스에게, 세레스는 탐욕에 조종당하였다.

성공은 사람을 자만하게 하는 첩경이다. 성취에 대한 자부심은 유혹에 더욱 취약해지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왕의 남자들 또한 부패한 권력, 부당한 재물, 왜곡된 성에 대한 유혹에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삶의 동반자가 같이 덩달아 자만심을 부추긴다면 서로의 멸망을 자초하는 길이다. 모르드개는 하만 대신에 왕의 남자가 되었지만 교만하지 않았다. 그는 유다인 중에 크게 존경을 받고 유다인의 이익을 도모하였다. 뿐만 아니라 모르드개는 그 나라의 모든 종족을 잘 보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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