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은 지금 평균적으로 만 53세에 퇴직을 하는데, 그럴 경우 퇴직을 한 뒤에 보내야 할 시간은 약 25~30년 정도이다. 매일 같은 시각 집을 나와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은, 은퇴를 한 뒤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 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무료해지고 우울증을 앓게 될 가능성 또한 크다. 은퇴자금이 있는 사람들도 나빠지는 경제 상황 때문에 불안함이 앞서, 소지한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때문에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평생직업이 필요하다. 평생직업이란 정년의 개념이 없다. 건강하기만 하면 환갑이 넘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생활패턴이나 적성에 맞는 평생직업이 있다면 경제적 안정은 물론 사회생활도 단절되지 않기에 즐겁게 노년을 보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평생직업에 종사하기 위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재취업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다다른 일본에서는 관광지나 공공시설에서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시니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은퇴한 시니어에게 고문이나 재취업 자리를 마련해줌으로써 연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임금 피크제를 사용하거나, 은퇴 후 파트타임으로 일정 기간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기업도 있다.
일하는 시니어의 파워를 실감한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시니어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 기업의 지위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나서고 있다. 기업 역시 비교적 낮은 임금으로 효율적인 노동력을 얻을 수 있어,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정부의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은 시니어들의 관심도 높은데, 한 정부기관 실버사원 모집의 경우 전국 평균 3.6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일 정도였다.
비지팅엔젤스에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정년퇴직 후 요양보호사를 평생직업으로 삼아 일하고자 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대표인 나도 60세가 훌쩍 넘었고, 최근에는 시니어 인턴과 중장년 일자리 프로그램을 이용한 채용이 진행되었으며, 재직 중인 60세 이상 요양보호사들만 해도 무려 42명이 넘는다. 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고용노동부로부터 2010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으며 2011년에는 일자리 창출 유공 정부포상을 받았다.
이렇게 정년퇴직 후에도 은퇴하지 않고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여 꾸준히 경제활동을 하는 시니어가 늘어나면서, 시니어의 경제적 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이유가 생겨났다.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GDP 비율이 5.4%를 넘어선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했던 시니어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소비력이 이제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미국이 은퇴자협회를 통해 다양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일본이 시니어의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결국은 시니어의 경제적 가치가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시니어의 활동영역이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자서전 쓰기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의 한 시니어 커뮤니티는, 영국에서 자서전 사업을 하는 커뮤니티와 사전행사나 온라인 마케팅 등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활발한 교류 덕분에 사업모델을 만들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나타나는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어서 매출도 상당하다고 한다.
점점 늘어나는 고령 인구. 그들이 생산해낼 GDP를 생각한다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활동 활성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하는 시니어가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