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나르시시즘과 미성숙의 문제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나르시시즘은 그리스 신화에서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며 그리워하다가 물에 빠져 죽어 수선화가 된 나르키소스(Narcissos)라는 미소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프로이트(Freud)는 이 말을 정신분석학에서 “자아의 중요성이 너무 과장되어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했으며, 나르시시즘에 대해 “자기 자신을 리비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인격적 장애(성격장애)의 일종으로 보았습니다.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자기애(自己愛)’를 뜻하며 모든 사람에게 나르시시즘은 어느 정도 있습니다. 건강한 수준의 자기애는 삶에 활력을 불러일으키지만 문제는 병적 나르시시즘의 상태가 나타나는 경우인데, 이것을 DSM Ⅳ 기준에서는 ‘자기애적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라고 명명하며 자기도취와 자기중심성이 성격특성으로 굳어 부적응적인 상태가 지속되어 나타나는 문제를 말합니다. 이러한 나르시시즘은 타인과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어른이 되어도 인격적 미성숙을 낳게 됩니다.

자신이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과장된 지각을 하게 되고, 과도한 찬사를 요구하거나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게 됩니다. 또한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은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능력이 결여되어, 타인을 질투하거나 타인들이 자신을 질투하고 있다고 믿기도 합니다. 내현적 자기애로 나타나는 경우는,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고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매우 불편해하고, 작은 일에도 마음에 상처와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르시시즘이 병적으로 강해지면 모든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게 되고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고 인격의 성숙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반면에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인식하고 주변 사람의 욕구와 감정에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프로이트는 나르시시즘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강하다고 말합니다. 여성은 자아에게 집중하는 데 비해, 남성은 대상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지나치게 이상화하여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입게 됩니다. 자기도취와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가 심할수록 위험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작은 것에도 험담과 비난을 일삼게 됩니다. 부정적인 언어가 입에 붙어 있습니다.

자신이 남들보다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지나친 남성이나 특별하거나 우월하다고 느끼는 남성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러한 나르시시즘은 인간관계의 지속을 방해하고, 대인관계에서의 문제를 가져오며, 심지어 건강에도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연구의 공동 연구자인 버지니아대학교 심리학부의 데이비드 레인하드 교수는 “나르시시즘은 높은 자부심이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우월감이 훼손될 때 그만큼 더욱 상처를 받는 나약한 면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도한 자기애(나르시시즘)를 가진 남성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을 때에도 혈류에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 심장혈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코르티솔(cortisol)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인데, 흥미로운 점은 여성은 건강에 별로 해가 되지 않는 반면 남성의 나르시시즘은 건강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나르시시즘은 무엇보다 인간관계 문제를 많이 발생시킵니다. 자신을 과대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충고나 조언에도 쉽게 기분이 상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듭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직장에서도, 남녀관계에서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미성숙한 자아가 모든 상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데서 일어납니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는 자신이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특별한 사람이나 상류층의 사람들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자신이 중심이고 자기만 칭찬해주고 훌륭하다고 말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과도한 찬사를 요구하며 특별한 대우를 받을 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특별한 대우나 복종을 바라는 불합리한 기대감을 가집니다. 그래서 대인관계가 착취적이고 거만하고 방자한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사람들과 토론을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도 자기의 관심거리는 장황하게 늘어놓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은 무시하고 심지어 “왜 그렇게 살어?” 하면서 경멸하기도 합니다. 늘 이런 투의 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지나친 나르시시즘은 영혼의 성숙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영원히 미성숙한 인격 상태로 머물게 하기 때문에 자신과 주위 사람을 피곤하고 힘들게 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 그것은 성숙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과제입니다. 입에 남의 흉을 달고 있거나, 매사에 부정적이거나, 비판과 비난이 일상화되어 있다면 병든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상처받는 가족이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을 속히 알아차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속히 치유되고 성숙을 점차 이루어가는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www.lovehel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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