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인생 여정을 쉰 해가 지나도록 오다 보니, 인간의 작은 두뇌로는 이해하지 못할 신의 영역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수많은 은하계의 아주 작은 별 지구, 그리고 그 지구에 사는 티끌처럼 작은 존재인 우리…. 제아무리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150을 넘기 힘든 IQ로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해져야 합니다.

최근 몇 달 전, 우리가 도저히 알 수 없는 결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며 의견을 분분하게 만드는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이자 새들백교회의 담임인 릭 워렌 목사님의 아들이 자살했다는 소식. 그리고 자살한 사람들의 사후에 관한 논쟁…. 스물일곱 살의 청년 매튜 워렌은 오랜 시간 동안 심각한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목사님 중에 한 분인 릭 워렌 목사의 아들이 자살했다는 이 소식은, 기독교인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이후 릭 워렌 목사는 밀려오는, 증오심 가득한 메일과 온라인 댓글을 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히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비통해하는 것은 어렵다. 공인으로서는 더 어렵다. 증오하는 이들이 당신의 고통을 기뻐하고 축하한다면 그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다(Grieving is hard. Grieving as public figures, harder. Grieving while haters celebrate your pain, hardest)”

자살한 매튜는 “놀라울 정도로 친절하고 부드러우며 연민이 많은 남자였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누군가 고통받고 있거나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 알아채는 은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자살 위기를 부를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 환자들이 얼마나 따뜻하고 부드럽고 친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느라 언제나 기진맥진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얼마나 많은 재능과, 예술적이고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얼마나 무궁무진한 재능을 펼치며 위대하게 살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 극심한 우울증에서 치유되어 놓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습니다. 나 역시 수백 번 자살 시도를 했던 중증의 우울증 환자였기 때문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수백 수천 가지 증상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놀랍게도 치유되고 살아났지만 젊은 청년 매튜 워렌은 죽었습니다. 중증의 우울증 환자가 살아나는 것보다 죽기가 훨씬 더 쉽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튜가 태어날 때부터 정신질환과 우울증, 그리고 자살하고자 하는 생각들 속에 몸부림쳤다는 글을 읽으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미국의 그 훌륭한 의사들과 심리치료사들은 왜 그를 치유하지 못했을까, 왜 살리지 못했을까……. 왜 좀 더 깊은 치유적인 접근을 하지 못했을까…….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우울증은 유전적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어린 시절이 행복하고 사랑을 충만히 받은 사람이라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리고 감성적이고 섬세한 사람들의 마음 주름마다에 상처가 먼지처럼 켜켜이 내려앉지 않을 수만 있다면, 중증으로 치닫지는 않습니다. 훌륭한 부모님이 최선을 다해 키워도 타고난 섬세함과 예민한 감성이, 얇은 유리처럼 다치기 쉬운 마음 바탕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에게만 무조건 잘못 양육한 책임을 물어서도 안 됩니다.

심한 우울증은 예기치 않은 충격에서도 비롯될 수 있으며, 심한 좌절감과 낙심이 거듭될 때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왕따를 당했던 소녀가 자살 시도를 할 만큼 심한 우울증을 겪는 모습도 보게 되고, 선생님의 심한 꾸지람 한 마디에도 우울증이 폭발하여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우울증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고 치료될 수 있습니다. 정신력 부족이라는 등의 섣부른 판단만 하지 말고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로 이끌어주면 됩니다.

젊은 매튜는 자신만이 아는 상처를 꽁꽁 여미며 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고뇌 속에 매일 매순간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그렇게 훌륭한 목사님의 아들이 뭐가 아쉬울까 싶지만, 사람은 누구나 타인이 알지 못하는 고통의 독방에 갇혀 아파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나를 이해하고 용납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매튜는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안타깝고 또 안타깝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해 주기보다 종교적 정죄의식으로 비난부터 하는 날카로운 말들이, 그의 가족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자살한 사람들이 지옥에 갔는지, 천국에 갔는지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자살은 자신을 죽이는 살인죄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어떤 죄라도 회개하면 용서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예수님의 오른쪽에 매달려 있던 자는 평생을 사람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며 돈을 빼앗았던 흉악한 강도였지만, 회개하자 즉시 용서받았고 예수님께 직접 천국을 보장받았습니다. 무한한 자비와 긍휼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아무리 우울증 상태여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죽음의 그 순간에 잠깐이라도 정신을 차려 용서를 구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나는 우물에 뛰어들려고 시도할 때마다 지옥을 기억해내곤 했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 정신을 차렸고, 회개했으며, 매번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죄라도 용서해 주시고 구원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어떻게 매튜에게 작용했을지 우리는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혹은 신앙을 가지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들이 지옥에 갔을 것이라고, 함부로 무서운 속단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닙니다! 오직 신의 영역에 속한 것입니다.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족을 잃은 가엾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거나 함께 울어주는 일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섣부른 정죄의 시각을 걷어내고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에 동참해 주기를 하나님은 간절히 원하실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크나큰 슬픔을 기억하며, 자살로 이르는 무서운 병에 대한 진정한 자각과 치유에의 희망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입니다. 정죄를 버리고 긍휼의 마음으로. 제발…!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www.lovehel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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