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자손-유다와 다말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39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결혼의 역사에서 여성이 진정한 사랑을 기초로 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결혼은 사랑과 동시에 생각할 수 없었고, 가문 간의 공적인 욕망으로 맺어지는 것이었다. 결혼의 주목적은 가족의 번영과 생존, 자녀의 생산에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가문을 잇기 위하여 다른 여인을 들여 자녀를 낳게 하는 씨받이가 있었다. 고대 근동에서는 죽은 남편 대신에 그 형제가 후사를 잇게 하여 여인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수혼법이 있었다.

성경에서 수혼법과 관련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유다는 형제들로부터 떨어져 가나안 땅에서 살았다. 그는 가나안 사람 수아의 딸을 만나 아내로 삼았다. 유다의 아내는 엘, 오난, 셀라라는 세 아들을 낳았다(창 38:1-5).

유다는 첫째 아들 엘을 다말과 결혼시켰다. 그런데 엘은 하나님 앞에 악하여 죽어 버렸다. 수혼법에 의하여 유다는 오난에게 “형수에게 장가 들어 시동생으로서 형의 후손을 남기라”고 하였다. 그러나 오난은 형수와 한자리에 들었을 때 땅에 설정하여, 형에게 후손을 남겨 주지 않으려 하였다. 그가 한 짓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악했으므로 그도 죽었다. 그러자 유다는 며느리 다말에게 “수절하고 아들 셀라가 장성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였다. 사실 유다는 그마저 형들처럼 죽을까봐 염려되었다. 그리하여 다말은 친정에 돌아갔다(창 38:6-10).

세월이 흘러 유다의 아내도 죽었다. 유다는 상을 벗은 후 친구와 함께 양털을 깎으러 딤나로 올라갔다. 한편 다말은 시아버지가 양털을 깎으러 딤나로 올라온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과부의 옷차림을 벗어 버리고 너울을 써서 몸을 가리고 딤나 길 옆 에나임 문에 나가 앉았다. 셀라가 어른이 되었는데도 유다는 며느리를 부르지 않았다(창 38:11-14).

유다는 그 여자가 얼굴을 가린 것을 보고 창녀려니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길가에 있는 여인에게 발길을 돌리며 수작을 건넸다. 그 여인이 바로 자기의 며느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다말이 화대를 청하니 유다는 염소 새끼를 주겠다고 하였다. 그녀는 담보물로 도장과 끈과 지팡이를 구하였다. 그래서 그것을 주고 한자리에 들었는데 마침 그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창 38:16-18)!

유다는 친구를 시켜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주고 그 여인에게서 담보물을 찾아오게 하였으나, 그 여인은 이미 거기에 없었다. 그는 그 곳 사람들에게 에나임 길가에 있는 신전 창녀가 어디로 갔느냐고 물어 보았으나, 거기에는 창녀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유다는 부끄러움을 당할까 하여 내버려 두라고 하였다(창 38:20-23).

석 달쯤 후에 유다는 며느리 다말이 임신하였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다. 유다는 그를 끌어내어 화형에 처하라고 명령하였다. 다말은 사람을 보내어 도장과 끈과 지팡이의 임자로 된 일임을 알렸다. 유다는 그 물건들을 알아보고 “그는 나보다 옳도다 내가 그를 내 아들 셀라에게 주지 아니하였음이니라”(창 38:26)하고 다시는 다말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의 일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대 근동에서는 수혼법이 시아버지도 적용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형제가 없을 때는 시아버지가 며느리와의 관계를 통해 아들의 대를 이어주고, 시아버지는 그 며느리와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히타이트 법전). 그러므로 다말의 행위는 히타이트 법을 적용하면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다말은 쌍둥이 세라와 베레스를 낳았다. 그리고 베레스는 예수님의 계보를 잇는다. 다말은 단지 결혼에서 대상화된 존재였다. 그녀는 남편과 시동생과 시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존재였다. 그러나 하나님의 무한한 긍휼로, 다말은 구속사의 대열에 합류되어 있다. 다말을 통하여 현대 부부들은 약속의 자손들을 얻기 위한 열정(반인륜적인 행태가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다)을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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