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합의-수넴 여인과 그 남편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44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부부가 살다 보면 의견이 너무 달라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일 때가 있다. 재정·육아·교육·거주 등 서로 합의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부가 대화를 통한 조율이 없이 각자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가기를 고집한다면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뿐이다. 행복한 부부는 배가 산이 아닌 바다로 가도록 합의하는 사람들이다.

수넴 여인은 엘리사가 수넴 마을을 지날 때마다 음식을 대접하여 극진히 섬겼다. 영적분별력이 있는 수넴 여인은 남편에게 엘리사 선지자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녀는 남편에게 엘리사는 하나님의 선지자가 틀림없으니 그를 돕자고 하였다. 그녀의 제안에 남편은 동의를 하였다. 그들은 엘리사를 위하여 작은 방을 담 위에 만들고 침상과 책상과 의자와 촛대를 두어 편히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하루는 엘리사가 수넴 여인이 마련한 다락방에 올라가 누워서 쉬게 되었다. 그는 시종 게하시를 시켜 수넴 여인을 불러오게 하였다. 엘리사는 게하시를 통하여 “이렇게 우리를 위하여 세심한 배려를 하는데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라고 하였다. 그 여인은 “나는  내 백성 중에 거주하나이다”(왕하 4:13)라고 하였다.

그 여인은 자신의 삶에 대해 불만을 갖거나 더 많은 것을 탐하지 않았다. 엘리사가 게하시에게 “그 여인을 위하여 무엇을 할까” 물어 보니, “이 부인에게는 아들이 없고 그의 남편은 너무 늙었다”고 대답하였다. 수넴 여인은 아이가 없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쉬울 것이 없는 부유한 부인이었다. 엘리사는 여인을 다시 부르라고 하였다. “한 해가 지나 이때쯤에 네가 아들을 안으리라”(왕하 4:16)고 하였다. 여인은 그 말을 부인하며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하였다. 엘리사는 이 여인을 어여삐 여겨 그녀에게 부족한 단 한 가지, 즉 자식을 선물로 축복하였다.

엘리사가 말한 대로 수넴 여인은 다음해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여인의 아이는 어느 정도 자란 후에 머리의 통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죽어 버렸다. 이에 여인은 급히 엘리사를 찾아 와서,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 빼앗아 간 것에 대해 고통을 하소연하였다. “내가 내 주께 아들을 구하더이까 나를 속이지 말라고 내가 말하지 아니하더이까”(왕하 4:28)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애절한 통곡으로 한 맺힌 호소를 엘리사에게 하였다.

엘리사가 죽은 아이 위에 올라 엎드려 자기 입을 그의 입에, 자기 눈을 그이 눈으로, 자기 손을 그의 손에 대고 그의 몸에 엎드리니, 아이의 살이 차차 따뜻해졌다. 엘리사는 다시 아이 위에 올라 엎드리니 아이가 일곱 번 재치기 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이에 여인은 엘리사의 발 앞에서 땅에 엎드려 절하고 아들을 앉고 나갔다.

수넴 여인의 남편은 아내가 하나님의 사람을 대접하자는 말에 합의하였다. 그래서 그는 아내가 하나님의 사람을 위한 거처를 만들고자 할 때 아낌없는 지원을 하였다. 아들의 죽음에 놀란 그 여인이 또 남편에게 사환 한 명과 나귀 한 마리를 요청하며 하나님의 사람에게 간다고 하자, 남편은 아내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참으로 아내를 위하여 아무 것도 아끼지 않는 남편인 것 같다.

남녀의 차이는 부부 사이에서도 나타나는데, 일방적으로 한쪽에 맞추길 강요하지 말고, 늘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부부가 대화는 하고 싶은데 시간이 바빠서 문제라는 것은 하나의 핑계다. 밥 먹는 시간, 전화통화, 문자 메시지, 편지, 주말 시간, 퇴근 후의 시간 등을 활용하여 조금 더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다. 어느 철학자는 ‘결혼은 긴 대화’라고 하였다. 결혼에서 대화는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된다. 대화로 부부간 합의점을 만들어 가는 것은 행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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