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긍정과 긍정주의 구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긍정의 배신”을 쓴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언론으로부터는 대단한 찬사를 받았지만, 독자로부터는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종교 지도자나 신앙인은 꼭 한 번 읽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볼 만하다. 필자도 역시 동의하는 면도 있지만 생각이 다른 부분도 많이 있음을 보면서, 취사 선택할 수 있다면 매우 유익하리라 본다.

에런라이크는 기독교의 “긍정”보다 “긍정주의”를 냉철하게 비판한다. 19세기 시작된 긍정주의는 로버트 슐러나 조엘 오스틴 같은 설교자에 의하여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거의 신조가 될 정도로 잘못된 신념을 가르쳤다는 것인데,

1. 긍정주의는 사람들의 눈과 귀와 비판의식을 막는다. 불평을 잠재우고, 자기 분노를 억제한다. 감사, 자신감, 적극적 사고방식, 미소, 낙천성, 긍정적 사고는 오늘날 지상명령과 같이 군림한다. 긍정적 태도는 60%가 병을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면역력을 향상시켜 건강한 세포가 나쁜 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감정과 병이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은 환자에게 책임과 할 일을 부여한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일이다. 다만 분노와 공포라는 실체적 감정을 부정하고 쾌활함의 분칠 아래 묻어두도록 하며, 인생의 실패는 긍정하지 못하고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젊음, 건강, 활기, 걱정 말자 운동은 미국 최초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가 시작하였다. 20세기 중반 노먼 빈센트는 긍정적 사고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이다. 로버트 슐러는 적극적 사고방식, 기독교의 실용화 작업을 진행하여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강조하고, 오스틴은 그것이 부족하면 하나님까지 이용하여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신앙으로 만들어 버렸다.

일반사회에서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나 “리더십” 책을 통하여 “비판을 하지 말라. 미소를 지어라. 상대방의 욕구를 불러 일으키라. 모든 말에 네, 네, 대답하라. 상대방이 틀렸다고 하지 말라. 판단하지 말라”고 전파하여 미국의 긍정주의를 부채질하였다.

2. 긍정주의는 현실에 눈감은 맹목적 낙관주의이다. 쇼핑몰이나 기업이나 교회가 동일한 메시지를 보낸다. 부와 성공, 새 차와 새 집, 성공적인 인생을 주장한다. 고난이나 참혹이나 심판은 없다. 오스틴의 하나님은 개인적 조력자요 지지자이다. 속도위반 딱지 해결사요 식당에서 좋은 자리를 찾아주고 내 계약을 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하나님이다. 긍정주의의 피해가 얼마나 심한지 모른다.

긍정주의는 준비태세를 와해시키고 재앙을 초래한다. 희망하는 것으로 축복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 스스로 세운 장애물은 정신을 차리고 싸워야 한다. 건강한 탄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략 그의 논지이다.

필자도 그런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표현하지 못한 것을 글로 남긴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라고 본다. 오늘날 기독교에서 말하는 긍정주의는 사실 맹목적일 때가 많다. 덮어놓고 믿으면 되는 식으로 긍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믿습니까를 외치면서 거기에 화답하지 않으면 믿음이 없는 것처럼 인식시켜 왔던 몰지각한 목회자들에 의하여, 막연한 긍정주의가 한국교회를 휩쓸고 있다고 본다.

긍정주의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기의 일에 대하여 최선의 노력을 외면하고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다 이루려는 태도를 지양하는 미신적인 것이다. 유불사상과 혼합된 기독교에서는 이렇게 미신과 무지가 판을 쳐도 믿음이라는 명목 하에 무마되는 일들이 많다.

긍정주의는 의식적인 사고를 마비시킨다고 본다. 그냥 주께서 은혜를 주실 것으로 믿으면 되고, 기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에 더 이상 깊이 생각할 일이 없다. 생각하거나 분석하거나 판단하거나 이유를 대면, 그것은 이미 불신이고 믿음을 배반하는 일이 된다. 그래서 감히 더 이상의 생각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생각이 많으면 허탄한 일에 빠질 수 있고, 사고를 깊이 하다 보면 회의적으로 나가는 경향이 발생한다. 그러한 견지에서 오늘날 소위 기독교 지성주의는 신앙을 지성으로 인식시켜 기독교의 실천 행동을 무력화하는 일에 큰 역할을 하여 오늘의 신앙인들을 앉은뱅이 신앙인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긍정주의는 교회에서 목회자의 모든 일과 말과 설교에 긍정적으로 화답하여야 한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문화로 고착되어 가고 있다. 목회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무엇을 하든지 아멘 하고 순종하는 것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건전한 비판이 없으면 다 썩을 수 있다.

미국의 긍정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희락주의로 넘어갔다. 예배 중에도 낄낄대며, 예배중에 큰 소리로 웃고 떠든다. 웃으면 복이 오고, 웃으면 긍정의 에너지가 발생하여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참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행위가 아닌가?

긍정주의와 구별하여 긍정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막연한 희망이나 꿈을 반복하거나 되뇜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는 할 수 있다를 반복한다든가 믿습니다를 반복한다든가 하는 것은 자기 최면의 일종이다. 신앙과 최면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능력이 있다는 사람들이 이러한 심리와 최면을 사용하여 성도들을 미혹하고 잘못된 진리로 인도하고 있는 것은 오래 된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비판하고 분별하고 선택하여야 한다. 물고기를 수출할 때에 그 물고기 떼 속에 반드시 메기를 함께 넣어서 보낸다고 한다. 장시간 동안 물고기들은 메기에게 죽음을 면하기 위하여 이리저리 피해 다니면서 긴장 속에 머물게 된다고 한다. 메기는 한두 마리의 물고기를 잡아 먹지만, 그로 인하여 모두가 싱싱하게 살아서 수출이 된다는 것이다. 긍정주의자들은 이사야 아모스 예레미야 같은 선지자들의 소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부정주의라고 할 것인가?

비판은 어쩌면 부정적인 용어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이 없이는 어떠한 일도 바르게 진행될 수 없다. 은혜로 모든 것을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는 것이 신앙이 아니다. 주님도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하라고 하신다. 바울도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 하라고 한다. 아니오를 못하면 안 된다.

한국사회는 비판적으로 말하거나 어떤 일에 이의를 제기하면 좌파 또는 부정적인 사람으로 낙인을 한다.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또한 무조건 판단하고 부정적으로 사물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대상을 분별하지 못하고 부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의 짧은 지식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이다.

대안을 가진 비판이나, 잘못을 잘못되었다 말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와 바른 신앙을 갖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용기가 없거나 아무 생각이 없어 침묵하는 것이 긍정이 아니다.

마음의 생각이 육체를 다스리는 성경의 교훈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에런 라이크의 글을 보면서 든다. 또한 양팔과 양다리가 없는 닉 부이치치는 말씀에 의지한 긍정적인 신앙으로 자기의 인생을 바꾸고, 세계를 누비면서 타인의 삶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오늘날 이혼과 자살이 많은 것은 지나친 부정적인 환경과 생각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매우 불공평하고 피곤한 사회이다. 이러한 때에 사람의 필요를 채우는 긍정도 필요하다. 성경은 긍정적인 믿음으로 가득 차 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러나 저러나 논란을 불러오는 주제임은 틀림없는 듯하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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