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46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로부터 유래한 명언이다. 그는 시의 마지막에 “현재를 즐기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라고 썼다. 이 시의 배경에는 쾌락을 추구하는 에피쿠로스학파의 철학이 있다. 과연 현재에 충실한 것이 행복을 가져오는 것인가?
현실의 쾌락에 충실했던 한 부부가 성경에 나온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벨릭스와 그의 아내 드루실라이다. 총독 벨릭스는 그리스 사람으로서 그 형제와 함께 노예 출신의 신분이었다. 로마 정부가 노예를 해방하고 해방된 노예 출신을 관직에 등용할 때에, 그 형제 발라가 등용되어 큰 권세를 갖게 되었다. 그 때 발라가 황제에게 간청하여 벨릭스를 유대 총독으로 보내게 되었다.
드루실라는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녀는 헤롯 아그립바 1세의 막내딸이며 헤롯대왕의 손녀였다. 그녀는 이미 메사라스 나라의 아지스왕과 결혼한 유부녀였다. 그러나 벨릭스는 드루실라에게 반하여 마술사 시몬을 보내어 그녀를 설득하게 하였다. 그녀는 유대교인이었으나, 율법을 어기고 남편과 이혼하고 벨릭스의 세번째 부인이 되었다.
벨릭스가 총독으로 있을 때 더불로의 송사에 대하여 바울은 그의 앞에서 변론을 하게 되었다. 바울은 진정한 양심과 담대한 태도로 자신이 전한 복음에 대하여 말하였다. 벨릭스는 바울의 무죄를 알았으나 유대인의 환심을 사고 싶어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바울은 무죄로 석방되어야 함에도 재판을 미루었다. 그는 바울을 가두고 있는 백부장에게 바울을 지키되, 좀 자유를 주고 누가 와서 돌볼 수 있게 하도록 허용하게 하였다(행24:22-23)
며칠 뒤 벨릭스와 드루실라 부부가 함께 와서 바울을 불러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도를 들었다. 바울은 의와 절제와 장차 오는 심판에 대하여 말하였다. 벨릭스는 두려워하여 대답하기를 바울에게 “지금은 가라 내가 틈이 있으면 너를 부르리라”(행24:24-25)고 하였다. 벨렉스 부부는 복음을 접하는 기회를 가졌으나 진리를 거부하였다.
벨릭스는 바울을 불러 자주 같이 이야기를 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바울에게서 뇌물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벨릭스의 마음은 탐욕으로 가득 차서 복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바울을 2년 가두어 두었는데 결국 총독 자리에서 파면되었다. 대신 베스도 총독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벨릭스는 8년간 유대 총독으로 있으면서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그는 야만적이고, 불공정하며, 살인, 학살로 사람들의 피를 흘리게 했다 벨릭스의 학정에 신물이 난 유대인들이 그의 부정과 부패를 당시 로마 황제였던 네로에게 고소하였고, 이로써 그의 정치 생명도 끝장나고 말았다. 간신히 형벌은 면하였지만 벨릭스와 드루실라는 베수비오로 추방되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머물다가 화산의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 아래 결국 아들과 함께 매몰되고 말았다.
벨릭스와 드루실라는 권력과 부의 정상에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식, 지혜, 재물, 외모, 건강을 욕심대로 써버렸다. 벨릭스는 자신의 노예 시절을 망각하였으며, 드루실라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교만하였다. 그들은 세상에 빠져 바울의 진리를 말씀을 듣지 않고 미루어버렸다. 그들은 살 기회를 놓쳐 버렸다. 벨릭스와 드루실라는 탐욕적인 현세적 쾌락만을 추구하여 결국 패망을 초래하였다.
까르페 디엠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양면이 존재한다. 현재를 위한 현재의 충실은 기약없는 현세적 쾌락주의로 흘러가기 쉽다. 그러나 미래가 있는 현재의 충실한 삶은 보다 진실하게 살 수 있는 평안을 제공한다. 인생은 쾌락만이 아닌 희로애락이 교차한다. 영원한 행복을 원하는 사람은 “영원을 바라보며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 for the eternal life is upon us!)를 외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