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건 선교 칼럼] 새로운 환경에 뿌리내리기 위한 선교적 준비
장기적 선교의 열매를 맺기 위해 영어와 일본어 훈련이 필요하다. 일본에서의 선교를 위해서 어학적 준비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가 목적이므로 일본어에 대한 어학적 준비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본선교에서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본어 뿐 아니라 영어에 대한 어학적인 훈련도 필요하다.
물론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일본어에 능숙하다면 일본선교를 시작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 선교사가 일본인만큼 일본어에 능숙할 수는 없으므로, 일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일본인들이나 일본인 목사들에 대해 극복할 수 없는 핸디캡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그로 인해 일본선교에 있어서 장기적인 열매를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미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인정해 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할 수 없는 한국인 선교사는 영어를 장기 선교의 돌파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방적이고 우호적인 미국인 선교사들과의 교류와 협력은, 장기적인 일본선교를 위해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여기에 어학의 훈련을 위해서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하자면,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어성경과 일어성경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영어성경은 NIV해설성경이 추천할 만하고 일어성경은 신개역성서와 구어역성서, 그리고 신공동역성서가 있는데, 요미카타(한자음 읽기)가 붙어있는 것으로 대형사이즈(A5판)라면 어느 것이라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복음주의 교단에서는 신개역성서를 사용하는 추세이며, 참고로 가리라야하우스교회에서는 신공동역성서를 사용하고 있다.
성경에 근거한 복음의 내용과 능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일본선교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일본인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며, 이것은 반드시 성경에 대한 완전한 신뢰와 지식 뿐만 아니라 성령의 능력에 대한 신뢰와 체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성경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통한 전인격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 온전한 신앙을 심어주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미 오랜 역사적 반기독교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일본인들 사이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능력으로 증거되지 않으면 결코 일본 선교는 그 열매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경 지식의 반복적 학습에 머물고 있는 일본의 일부 교회들이 힘을 잃고 소극적인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나, 일부 성도들이 전도의 열정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영혼 구원으로 만족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끈끈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일본인들에게 살아있는 복음의 능력을 증거하고, 차갑게 식어 있는 일본인들의 마음 속에 성령의 능력을 체험하도록 이끌어 준다면 놀라운 선교의 열매를 거두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장기적인 선교를 위해서는 재정적인 자립이 필요하다. 일본은 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또는 남미 등과 달리 생활 물가가 엄청나게 높아서 재정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선교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의 자립이 곧 교회의 자립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의 자립은 장기적인 선교를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여기에서 일본선교의 장기적 자립을 위한 세 가지 요소를 말해 보자면, 먼저 첫번째로 일본인들을 지도할 수 있는 복음의 능력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인들을 지도할 수 있는 성경적 지식과 성령의 능력뿐만 아니라 문화적 수준과 어학적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번째로 일본인 사역자 내지는 협력자의 발굴이다. 한국인 선교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일본인 사역자의 발굴은 장기적인 일본선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일본의 복음화가 비록 전 인구의 0.8%에 못 미치는 실정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어느 마을에나 주민 중에는 0.8% 정도의 그루터기 신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을 찾아내서 선교의 협력자로 세우는 것은 장기적인 선교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세번째로 교회의 재정적 자립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 건너온 외국인 선교사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곤궁은 그대로 선교의 중단 내지는 실패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열매 맺는 일본선교를 위해서는 반드시 재정적 자립이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선교의 재정적 자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예배 장소와 선교사의 숙소를 위한 임대료(월세)일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선교사의 재정 자립은 불가능할 것이므로, 우선적으로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 선교사의 입장에서 특별한 초청이나 연고가 없이 선교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임대료를 피해갈 방법이 없을 것이므로, 여기에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첫번째로 일본의 기독교 교단에 소속되어 무목교회에 파송되는 방안이 있다. 이미 교회가 세워져 있고 소수이기는 하지만 교인들이 모이는 교회에, 일본교단의 목회자로서 파송된다면 임대료는 물론 생활비 문제까지도 걱정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교단의 까다로운 감독과 지시를 따라야 하고, 원치 않은 때에 원치 않은 지역으로 목회지를 옮겨 다녀야 하는 등, 활발하고 열정적인 한국인 선교사의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든 사역이 될 수도 있다.
두번째로 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미국인 선교사의 협력을 얻어 미국인 교회 안에 일본인 예배를 창설하는 방안이 있다. 협조적이고 친절한 미국인 선교사와 성도들의 환영으로 임대료 걱정 없이 선교를 시작할 수는 있으나, 영어를 하는 일본인들이 소속감을 잃고 방황하게 되면 자칫 한미교역자 간에 갈등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세번째로 대지만 임대하여 천막교회를 세우거나 주차장 교회(드라이브인 교회)를 세우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아직 실험적인 방안이므로 실제적으로 가능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 대지만 임대하여 그 위에 컨테이너를 연결하여 교회를 세운 경우도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오히려 비용이 증가하여 건물을 임대하는 것보다 불리해진 경우도 있었다.
네번째로 나가사키순교기념교회의 경우를 소개하자면, 우선 선교사의 숙소를 따로 구하지 않고 예배장소의 한 부분에 함께 마련하여 임대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택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임대료 부담이 전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후 매월 지출되는 비용가운데 임대료를 제외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만큼 최대한으로 절약하여 최소비용으로 줄인 다음, 교회의 주일헌금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제 남은 것은 임대료 문제 뿐으로, 이 문제만 해결되면 교회가 자립할 수 있게끔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성도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교회의 재정 자립을 위해 기도할 때는 심적인 부담이 컸지만, 단순히 임대료 문제로 기도할 때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일본에는 홀로 사시는 노인이 많고 또 지방에는 비어있는 건물들도 더러 있어서, 성도님들 가운데 헌신할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예배 장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년 가까이 성도님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기도한 뒤에 놀라운 기도의 응답을 받게 되어 임대료 걱정 없는 건물로 이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나가사키순교기념교회의 성도이신 하라다상이 새 집을 지으면서 자원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사시던 집을 내주어, 임대료 걱정 없이 교회와 선교사의 숙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선교사 부인을 위한 정신적 위로와 자녀의 교육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선교사는 대체로 가족과 함께 오게 되므로, 가족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충분히 강구되지 못하면 이로 인해 심각한 선교의 장애를 만나게 될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선교하는 선교사와는 달리, 선교사 부인의 입장에서는 여성으로서의 연약함과 정서적 긴장감이 의외로 심각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위로와 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본국의 가족과 친척 또는 친구들과의 교제가 끊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방안(인터넷국제전화 등)을 강구하고 되도록이면 부인만이라도 고국을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부인의 언어교육에도 신경을 써서 하루라도 빨리 주변 주민들과의 교제가 가능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자녀 교육에 있어서 어린 취학아동이나 중고생의 자녀를 둔 경우에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이른바 학원 이지메인데, 일본어도 서툴고 한국 출신인 어린 자녀들이 학교에서 당하는 고민은, 부모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될 수도 있다. 중고생의 경우에는 본국의 친가나 친척을 통해 맡기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어린 미취학 자녀나 초등학교 자녀인 경우에는 주변에 한국인 학교가 없을 경우에는 차라리 선교사 부부를 통한 홈 스쿨링이 보다 나을 수도 있다. 실제로 홈 스쿨링은 국가의 정식 교육제도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 또는 교회에서 홈 스쿨링을 통해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