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52
이 지상에서 사람들의 가장 행복한 모습 중 하나는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결혼하는 것일 것이다. 불행한 결혼은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류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않는 것 같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결혼 제도를 존속시키며 자녀 생산과 양육의 기쁨을 누려왔다. 과연 하늘나라에서도 이런 일을 지속되는 것일까?
어느 날 사두개파가 예수님을 찾아왔다. 사두개인들은 종교지도자로 제사장 사독의 후손이었다. 이들은 헤롯정권과 밀착되어 종교적인 기득권을 유지하는, 아주 현실적인 사람들이었다. 사두개인들은 모세오경을 인정했지만 부활, 천사, 귀신을 믿지 않았다. 당시 대제사장, 서기관, 장로, 바리새인, 헤롯당 등 종교 기득권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죽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사두개파가 예수님을 방문한 이유는 질문을 통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질문이었을까? “선생님이여 모세가 우리에게 써 주기를 어떤 사람의 형이 자식이 없이 아내를 두고 죽으면 그 동생이 그 아내를 취하여 형을 위하여 상속자를 세울지니라 하였나이다 칠 형제가 있었는데 맏이가 아내를 취하였다가 상속자가 없이 죽고 둘째도 그 여자를 취하였다가 상속자가 없이 죽고 셋째도 그렇게 하여 일곱이 다 상속자가 없었고 최후에 여자도 죽었나이다 일곱 사람이 다 그를 아내로 취하였으니 부활 때 곧 그들이 살아날 때에 그 중의 누구의 아내가 되리이까”(막12: 19-23)라는 것이었다.
질문은 유대인들의 형사취수(兄死娶嫂)제도를 적용하여 한 것이다. 형사취수란,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취하여 종족을 보존할 뿐 아니라 과부의 생계를 책임지게 하는 제도였다. 고대사회에 지파별·자손별로 분배된 땅을 지키게 하는 사회보장제도였다. 사두개인들은 부활이 있다면 형사취수 제도로 인해 부부 관계에 큰 문제가 되므로, 부활은 없다고 주장하려 한 것이다.
그들이 한 질문은 부활이 있다면 여러 남자의 아내였던 여자는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 또는 여러 번 재혼한 남자나 여자는 부활하여 누구와 살게 될 것이냐는 것이었다. 사두개인은 이러므로 부활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예수님은 사두개인들에게 “너희가 성경도 하나님의 능력도 알지 못하므로 오해함이 아니냐 사람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때에는 장가도 아니 가고 시집도 아니 가고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으니라”(막12: 24-25)고 대답하셨다.
사두개인들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하늘나라의 일들을 판단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예수님은 결혼제도 혹은 형사취수제도가 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일 뿐, 천상은 장가도 안 가고 시집도 갈 필요가 없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인 것을 알려주셨다.
실제로 요즘도 부활을 없다고 주장하는 현대판 사두개파들이 있다. 그러나 성경은 천국이 있음을 분명히 말씀한다.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참석할 하나님의 사람들을 위해 천국잔치가 준비되었다고 한다.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늘로서 내려오니 그 예비한 것이 신부가 마치 그 남편을 위하여 예비한 것 같더라.”(계 21: 2)
천국은 거듭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 하나님 나라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명수의 강이 흐르고, 생명나무가 있고, 중심에는 하나님의 보좌가 있다. 기쁨이 넘치는 곳이며, 영원한 나라이며, 밤이 없고 영원히 찬양하는 곳이다. 이 땅의 삶의 연장으로서 부활하지는 않는다. 완전히 다른 세계이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늘의 천사들과 같다고 하셨다. 이 땅의 부부들이 천국에 대한 소망이 분명하다면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아옹다옹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저 예수님을 맞이하는 거룩한 신부로 살아야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