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문지화-엘리의 집안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58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예쁜 놈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부모는 자식이 예쁠수록 더 엄히 가르쳐 바르게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핵가족 되면서 내 자식만이 최고인 줄 아는 부모들이 많다. 자녀 일이라면 잘못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남 탓으로 돌리는, 개인주의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이런 일이 오늘날만의 일이겠는가?

엘리는 이스라엘의 백성 가운데 제사장 직분과 재판권을 가진, 영향력 있는 선지자였다. 그런데 그는 아들인 홉니와 비느하스에게 엄격하지 못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당시 제사법에 관한 규정이 있었는데, 아들들은 이를 무시하였다. 사람들이 제사를 드리고 고기를 삶으면 그들은 하인을 보내, 세 발 달린 쇠갈고리로 고기 삶은 솥이나 남비나 가마에 마구 찔러 넣어 걸려 나오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져오게 하였다. 그들은 실로에 제사 드리러 오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런 무례한 짓을 하였다(삼상 2:13-14).

이 뿐 아니라 그 하인은 단의 제물의 기름을 태우기도 전에 와서, 제사장은 삶은 고기를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 구워 먹을 날고기를 달라고 강요하였다. 이 때 만일 제사 드리는 사람이 “아직 기름을 태우지도 않았는데 그럴 수는 없소. 기름을 태우고 나면 마음대로 가져가시오” 하면 그 하인은 “안 된다. 지금 당장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빼앗아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가 일쑤였다(삼상 2:15-16).

이제 엘리가 나이가 많아 노인이 되었다. 그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자기 아들들이 성막 입구에서 일을 돕고 있는 젊은 여자들을 유혹하여 그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 아들을 불렀다. “너희가 어찌하여 이런 짓을 하였느냐? 나는 너희 악한 소행에 대해서 다 듣고 있다. 내 아들들아, 너희가 이래서 되겠느냐? 내게 들리는 소문이 좋지 않다. 사람이 사람에게 범죄하면 하나님이 그를 위해 중재하시지만 사람이 여호와께 범죄하면 누가 그를 위해 중재하겠느냐?” 그러나 그들은 자기 아버지의 권면을 듣고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삼상 2:22-25).

하나님은 한 예언자를 통하여 엘리에게 가문의 몰락을 경고하였다. 그리고 다시 사무엘을 통하여 아들들이 저주받을 짓을 계속하는 것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심판하겠다고 하였다. 엘리의 아내가 일찍 죽었는지 아내에 대한 언급은 없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일 같다.

블레셋과 이스라엘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엘리는 전쟁터에서 하나님의 궤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몹시 걱정하며 길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 전쟁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전쟁터에서 온 그 사람으로부터 이스라엘 군사가 블레셋군에게 패하여 수많은 병사가 전사하였고,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었으며 살아남은 자들은 도망하였고 하나님의 궤는 빼앗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엘리는 하나님의 궤를 빼앗겼다는 말을 듣고 그만 나자빠져서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가 나이 많아 늙고 살까지 쪄서 몸이 무거웠던 탓이었다.

엘리의 며느리인, 비느하스의 아내는 임신하여 산기가 가까웠다. 그녀는 하나님의 궤를 빼앗긴 일과 시아버지와 자기 남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진통을 겪다가 아이를 낳고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죽기 직전에 “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났다” 하고 아들 이름을 이가봇이라 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처한 상황에 절망하였다.

엘리는 자녀들을 너무 소중히 여기는 아버지였다. 그는 자녀들의 잘못된 제사와 외도를 시정하는 데 자기의 권위를 행사하지 않았다. 공개적 망신이 두려워 제사장 직무를 계속하게 하였다. 엘리는 결국 자신이 대제사장인데도 불구하고 감히 아들을 위하여 중재하지 못했고, 거룩하신 하나님의 진노를 방어할 수 없었다. 부모는 자녀의 죄에 대해 “안 돼! 안 돼! 안 돼!”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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