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상간-롯과 두 딸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59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근친상간(近親相姦) 금지는 인간사회에서 보편적인 규범이다. 인류학자들은 근친상간을 금지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시도했으나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근친상간의 기원에 대하여 사람들이 은근히 갈망하지만 사회적 터부시되었다는 주장과, 매우 가까운 친척 사이에는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여 본능적으로 혐오한다고 하는 주장이 있다. 전자는 근친상간이 금지되었다고 보며, 후자는 회피되었다고 본다.

인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성경에 근친상간 이야기가 나온다. 소돔과 고모라는 죄악으로 멸망할 성이었다. 이 때 롯은 천사의 도움으로 빠져나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천사가 롯의 가족에게 뒤를 돌아보거나 들에 머물지 말고 도망하여 멸망함을 면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아내는 뒤를 돌아보아서 소금기둥이 되어버렸다.

롯은 소알에 거주하기를 두려워하여 두 딸과 함께 산으로 올라서 굴에 거주하였다. 어느 날 큰딸이 작은딸에게 “우리 아버지는 늙으셨고 온 세상의 도리를 따라 우리의 배필 될 사람이 이 땅에는 없으니 우리가 우리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동침하여 우리 아버지로 말미암아 후손을 이어가자”(창 19:31-32)고 하였다.

그 밤에 그들은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첫째 딸이 아버지와 동침하였고, 다음날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둘째 딸도 아버지와 동침하였다. 두 자매는 계획대로 아버지의 씨를 받아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큰 딸이 아들을 낳아 모압이라 하였고 후에 모압의 조상이 되었다. 작은 딸도 아들을 낳아 벤암미라고 하였고 암몬의 조상이 되었다.

두 딸들은 부끄러움 없이 행동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롯이 살았던 소돔은 성적 타락이 심각한 곳이었다. 두 천사가 소돔 성을 방문하였을 때, 소돔 사람들은 행패를 부리며 남색을 요구하였다. 롯은 손님인 천사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자기 딸들을 내어 놓겠다고 제안했다. 말하자면 롯은 소돔 사람들에게 동성애가 아닌 이성애로 쾌락을 맛보라고 한 셈이었다. 두 딸은 어려서부터 음란과 죄악의 땅 소돔의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롯의 아내는 소돔에 미련을 두고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하였다. 롯의 두 딸과 결혼할 사위들은 롯이 하나님의 심판에 대하여 말할 때 그것을 농담으로 여겼다(창 19:14). 한 마디로 소돔은 음란과 무질서로 총체적으로 부패한 성이었다. 그들은 죄악의 환경에서 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적인 음란성에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고대 동서양에서는 근친혼이 성행했다. 우리나라 삼국 시대에만 하더라도 왕가에서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동성동본 간의 혼인은 말할 것도 없고 근친혼도 성행했다. 이런 근친상간에는 부녀상간, 모자상간, 남매상간, 동성상간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부녀상간이다.

부녀상간이 일어나는 경우, 어머니가 자식을 잘 돌보지 않거나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을 때 어머니와 딸 사이의 역할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특히 어머니가 병이 들어 일찍 죽는 경우나 밤늦게 자주 집을 비우는 경우에는 부녀상간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근친상간은 부부관계와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파괴한다.

인간의 성적인 타락이야말로 인간성 자체를 파괴하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성적인 유혹과 타락에는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다. 성은 분명히 아름다운 하나님의 선물이다. 다만 인간이 그 소중한 성을 잘못 사용하여 타락과 죄악으로 빠지는 것이다. 현 사회는 소돔과 고모라보다 더 타락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건강한 부부관계와 자녀관계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소돔과 고모라에서 벗어나 작은 에덴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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