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의 슬픔-에스겔과 그 아내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61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배우자와의 사별은 인간에게 큰 고통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쓰라린 것인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사별을 경험한 사람은 슬퍼하는 기간과 그 후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에는 사랑하는 고인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는 것과 현재 자신을 돌보는 것의 균형을 잡아가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에스겔은 25살에 포로가 되어 30살에 그발 강가에서 선지자로 부르심을 받았다. 당시 이스라엘은 바벨론의 포로가 된 상황이었다. 멸망을 자초하는 우상숭배의 죄를 범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하여, 에스겔 선지자는 회개하라고 수없이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에스겔 선지자를 통한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아홉째 해 열째 달 열째 날에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겔 24:1)에서 아홉째 해는 에스겔이 포로가 된 지 9년째 되는 B.C. 589년이다. 바벨론 느부갓네살 왕이 쳐들어와 18개월 동안 포위하고 있었다. 예루살렘은 결국 B.C. 587년에 완전히 멸망했다.

하나님의 말씀이 에스겔에게 임하여 “인자야 내가 네 눈에 기뻐하는 것을 한 번 쳐서 빼앗으리니 너는 슬퍼하거나 울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하지 말며 죽은 자들을 위하여 슬퍼하지 말고 조용히 탄식하며 수건으로 머리를 동이고 발에 신을 신고 입술을 가리지 말고 사람이 초상집에서 먹는 음식물을 먹지 말라”(겔 24:15-17)고 하셨다.

아침에 에스겔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했는데 저녁에 그의 아내가 갑자기 죽었다. 그래서 그는 보통 장례식 때처럼 통곡할 수 없고, 사람들이 차려 주는 장례 음식도 먹을 수 없었다. 에스겔의 결혼 생활에 대하여 알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에스겔이 아내를 지극히 사랑했다는 점이다. 하나님이 에스겔의 아내를 가리켜서 “네 눈에 기뻐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에스겔이 아내를 사별한 것은 이스라엘의 표징을 나타낸 것이다. “너희가 에스겔이 행한 바와 같이 행하여 입술을 가리지 아니하며 사람의 음식물을 수건으로 머리를 동인 채 발에 신을 신은 채로 두고 슬퍼하지도 아니하며 울지도 아니하되 죄악 중에 패망하여 피차 바라보고 탄식하리라”(겔 24:23-24) 유다 백성의 눈에 기뻐하는 성전을 그들의 죄악으로 인하여 하나님이 치셔서 망하게 하시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선지자의 가정의 슬픔을 통하여 백성의 어리석음을 고치시고자 하는 것이다. 

에스겔은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어도 제대로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였다. 그저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할 뿐이었다. 이것은 예언자적 특수 사명에 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와 사별을 할 경우 배우자를 잃은 사람이 자신의 슬픔을 표현할 시간을 줘야 한다. 슬퍼하는 사람에게 많은 조언을 하거나 어떤 일을 급하게 결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남편을 잃은 아내나 아내를 잃은 남편은 외로움과 슬픔에 빠지기 쉽다. 침울한 기간에 현실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사별한 사람들에게 감정적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현실을 이해하는 진정한 친구들이 와서 지속적인 도움을 주면 좋다. 그들이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에스겔이 아내와 사별한 후에 삶이 예전 같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사람이었지만 22년 동안 선지자 일을 감당했다. 배우자를 사별하는 가슴 아픈 일을 겪고 난 홀로 남은 사람에게 삶은 여전히 소중하기 때문이다. 배우자는 서로 곁에 있을 때 잘 하고, 떠날 때 잘 보내는 것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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