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특성을 복음적 가치로 바꾸는 특성화 필요
1. 일본열도(한반도)- 섬나라 기질(반도 기질)
한국은 반도국가이다. 반도라는 곳은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좁은 지역으로, 한쪽으로 대륙과 연결되어 있어서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경우에는 대륙과의 교류가 가능한 특성이 있다. 그래서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대륙의 문화를 쉽사리 받아들여, 비교적 인류 보편적인 한반도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륙과의 교류에 있어서 강대한 대륙 국가의 세력에 막혀 쉽사리 진출하지 못하고 좁은 반도 지역에서 살아오면서, 깊이 있고 폭넓은 시야를 갖지 못하고 오히려 성급하고 다분히 감정적인 기질을 갖게 되었는데, 이것을 가리켜 반도 기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도 기질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빨리빨리 문화를 만들어 내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돌파하여 초고속 인터넷 사용률 78%, 무선 인터넷 가입자 50만명의 아이티(IT; 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 강국으로 성장하는 동력이 되었다. 또한 2002년 월드컵 당시에 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 응원은 가장 한국적인 응원 문화로 승화되어 나타나기도 하였는데,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 시위는 그러한 반도 기질이 정치적인 색채를 띤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길거리 응원 또는 촛불 시위로 나타나는 민중 문화는 한국의 반도 기질이 외부지향적으로 표출된 것인데, 이러한 한국의 외부지향적 특성에 대해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보다 발전적으로 지도해나갈 수 있다면, 장차 한국으로 하여금 세계를 이끌어갈 위대한 원동력으로 승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섬나라이다. 섬이라는 곳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바다를 건너지 않고서는 대륙으로 왕래할 수 없다.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때로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섬을 떠나 대륙으로 왕래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일본은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섬으로 외적의 침입이 쉽지 않아서, 외부에 대한 관심보다는 내부적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게 되었다. 따라서 대륙의 문화적 전통을 따르는 인류 보편적인 내용보다는 오히려 일본이라고 하는 특정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따라 독특한 방식으로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는데, 이것을 가리켜 일본 특유의 섬나라 기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의 섬나라 기질이 외부인에 대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대륙과의 교류가 부족하여 사물을 전체적으로 전망하는 시야를 갖지 못하고 인류 보편적인 내용보다는 오히려 일본의 특수한 상황을 따라 보다 독특하고 고유한 내용으로 왜곡하여 문화가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의 섬나라 기질은 바다에 둘러싸인 좁은 섬나라에서 유사시에 탈출할 수단이 없는 고립된 상황 속에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평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일본만의 폐쇄적이고 독특한 생존 문화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독특한 섬나라 기질로 인해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는 오히려 무리한 마찰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있음을 보게 된다. 특히 일본의 역사교과서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으로 표출된 과거사인식 문제, 그리고 정신대 문제와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해서 불거진 일본의 대외적 정책 혼란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대외정책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생존 문화는 일본의 섬나라 기질이 내부지향적으로 표출된 것인데, 이러한 일본의 내부지향적 특성은 어디까지나 일본 내부의 질서와 번영을 위해 발전된 국지적인 문화로서의 효용과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이하여 모두가 함께 번영하는 지구촌 세계의 일원으로서 근린국가와의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협력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련되고 보편적인 모습으로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장차 지구촌 세계의 일원으로서 성장해갈 일본의 대외적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며, 일본의 번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목표일 것이다.
2. 내부지향적 특성(외부지향적 특성)
이어령은 [일본문화와 상인정신](문학사상사)에서, 축소지향적이라고 표현한 일본의 특성에 대해 내부지향적이라고 부연해서 설명하고 있다. 즉 “일본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상, 외부로 확장해나갈 때보다는 오히려 내부로 집중해 들어갈 때 보다 더 일본다운 장점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세계에 진출하여 해양대국을 이루었던 영국과는 달리 ‘폐쇄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배타적이었던 일본 특유의 섬나라 기질의 특성상, 일본이 내부로 집중하지 못하고 외부를 향해 확장해 나갈 때는 오히려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과거 일본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증거는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치고 명나라를 정복한 뒤 인도까지 진출하겠다는 망상을 품었다. 그러나 그의 헛된 꿈은 두번째 일으킨 정유재란을 끝으로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이러한 역사는 또다시 되풀이되어, 명치정부의 실권을 장악한 일본의 군부는 조선을 무력으로 합병하고 만주를 침탈한 후 중국과의 전쟁에 돌입하였다. 그들은 패전의 가능성을 여실히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선제공격을 통해 태평양의 주도권을 선점할 욕심으로 진주만을 공격하여, 미국을 상대로 하는 태평양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쟁을 확대하게 되었다. 결과는 모두가 잘 알다시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와 함께 일본의 참혹한 패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시아 제국을 이루고 맹주로서 지배력을 행사하려던 일본 군부의 허황된 망상은 원자폭탄의 연기와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은 외부로 확장해 나갈 때보다는 내부로 집중해 들어갈 때 보다 더 일본다운 장점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일본의 내부지향적 특성은 오랜 세월 동안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질서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발전시켜온 고유한 문화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서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우수한 문화적 특성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일본인의 특성으로 거론되는 조심성과 성실성 그리고 책임성과 근성은 보다 섬세하고 집중력을 요구하는 부분에 특성을 발휘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본 기모노의 섬세한 문양의 염색기술이나 정교한 우키요에(浮世絵, 일본의 민화) 판화 등의 작업은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집중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일본의 내부지향적 특성은 자동차공업이나 전자산업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기술대국으로 성장하는 바탕이 되었으며, 사회질서와 환경보호에 있어서 뛰어난 시민의식을 보여주며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민중 문화가 근대 한국 기독교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인의 성급하고 다분히 감정적인 반도 기질이 오히려 한국교회 부흥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은 매우 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벽기도와 구역예배로 대변되는 한국적 기독교의 특성화는 한국인의 외부지향적 특성을 타고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룩하였다. 또한 최근에 일고 있는 한국교회의 제자화 교육과 셀 그룹(cell group, 소모임)을 통한 양육프로그램으로 점차 한국 기독교의 재성장이 기대되며, 특히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기선교사들과 함께 특히 청소년을 중심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단기봉사활동이 활발하여 장차 세계선교를 통한 한국교회의 재부흥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일본적 기독교의 특성화를 위한 전략 첫번째로, 일본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가운데 복음적 가치와 일치하는 내용을 발굴하고 이를 복음의 접촉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즉 섬나라 기질을 소유하는 일본인들에게, 그들이 존중하는 일본적 가치를 통해 접근해 들어가는 특성화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의 역사와 문학 및 사상 가운데 복음적 가치를 실을 수 있는 내용들을 발굴하고, 동일한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열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억울하게 죽은 주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끝까지 충성을 바친 쥬신구라(47인의 충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끝까지 사명을 감당한 사도들의 신앙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최초의 기독교 선교사였던 프란치스코 자비에르는, 불교적 전통에서 성장한 일본인 안지로의 서투른 통역으로 인해 불교의 나라 천축국(인도)에서 온 고승으로 오인되기도 하였다. 이 당시 예수회 선교사들이 불교적 전통이 강한 일본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불교적 용어를 사용하여 복음을 전했던 토착화의 시행착오는 이후, 오랫동안 기독교 선교사들의 큰 고민으로 남게 되었다. 따라서 일본적 기독교의 특성화를 위한 전략 두번째는, 복음적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는 전제 하에 일본의 내부지향적 특성에 대해 수용 가능한 특성과 수용 불가능한 특성으로 구분하여 접근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인간과 신의 경계가 모호하며, 어디까지나 신은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믿어온 일본인에게 있어서, 인간이 신을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자기 십자가를 지고 스스로 예수님의 뒤를 따라야 한다는 기독교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인의 내부지향적 특성 가운데 조심성과 성실성 및 책임성과 근성 같은 수용 가능한 특성들은 복음의 메시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중성과 이지메, 이해타산과 이기심 등의 수용 불가능한 특성에 대해서는 정직과 이웃사랑, 생명존중과 자기희생 등의 복음적 가치로 바꾸어나가는 특성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