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인생-요나답과 그 아내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이선이 목사(술람미상담소 연구원).

인간이 영원히 살 곳은 어디인가? 예로부터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행복한 곳을 찾고자 하였다. 그리스인들은 사후에 평화롭고 안락하고 조용한 곳인 ‘엘리시움’을 꿈꾸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남아메리카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의 황금 도시 ‘엘도라도’를 발견하고자 항해를 떠났다. 도연명의 도연기에서는 한 어부가 평화롭고 안락한 부족함이 없는 곳인 ‘무릉도원’을 발견하였으나, 어느 곳에 있었는지는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레갑 족속 요나답 후손은 이상향을 잃어버린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잘 깨달은 사람들이었다. 예레미야가 레갑 족속들 앞에 포도주가 가득한 사발과 잔을 놓고 권하였다. 그들은 “레갑의 아들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하여 이르기를 너희와 너희 자손은 영원히 포도주를 마시지 말며 너희가 집도 짓지 말며 파종도 하지 말며 포도원을 소유하지도 말며 너희는 평생에 장막에 거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머물러 사는 땅에서 너희 생명이 길리라”(렘 35:6-7)는 말을 하며 포도주를 마시지 않았다. 

요나답의 아비 레갑은 원래 목축하던 겐 족속이었다(삿 4:17). 요나답은 북이스라엘의 왕인 예후를 도와, 바알을 숭배하던 아합의 집안과 바알의 제사장들을 진멸했던 서기관이며 종교개혁가였다(왕하 10:15, 대상 2:55) 요나답은 그 후손들이 조상의 유업인 목축을 버리고 정착생활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후손들이 농경생활을 하며 한 곳에 정착하면, 당시 북이스라엘에 만연하던 바알 숭배에 빠질 것을 예견하였다. 

요나답 후손들은 그의 훈계를 대대로 잘 지켜오다, 예레미야 시대에 바벨론 왕 느브갓네살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예루살렘으로 피신해 왔다. 그 때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들어 조상의 말을 대대손손 지켜 내려온 레갑 족속의 모범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남유다 백성을 질타하셨다(렘 35:16).

요나답이 후손에게 명령한 말씀의 영적 의미는 무엇인가? 포도주 금지는 항상 하나님을 의식하고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게 살라는 것이다. 집 건축 금지는 떠나고 가라 하실 때에 즉시 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말한다. 파종 금지는 농사를 지어 곡식을 쌓아놓는 순간 사람이 먹고 배부르면 하나님을 찾거나 의지하지 않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포도원 재배 금지는 포도 수확과 포도주를 만들어 팔 때의 유혹을 경고한 것이다.

조만간 예루살렘이 멸망하게 될 와중에 하나님은 레갑 족속의 후손에게 놀라운 약속을 하였다. 하나님은 레갑 자손에게 여호와 앞에 설 사람이 영영히 끊기지 않을 것이라는 놀라운 복을 내리셨다(렘 35:19). 이스라엘 백성은 농경 정착생활을 하면서 여호와를 버리고 바알과 우상들을 섬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성인 목자로서의 나그네 생활을 포기하였다. 

요나답과 그의 아내는 이 땅에서의 삶이 나그네 인생인 줄을 알았던 부부였다. 이 세상에서의 인간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 천상병은 ‘귀천’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하였다. 부부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아름다운 소풍처럼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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