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지향적인 일본인 위한 효과적 선교전략은?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현승건 선교 칼럼] 일본의 지리적 특성 (2)

자연재해(외적침입) - 대응적 기질(은근과 끈기의 기질)

▲현승건 선교사(나가사키순교기념교회 담임).
▲현승건 선교사(나가사키순교기념교회 담임).

한국은 대륙에 연결되어 있는 반도의 지형적 특성상, 오랜 역사를 거쳐 대륙으로부터 수많은 외적의 침입을 받았다. 따라서 좁은 반도의 한정된 자원으로 막강한 대륙의 세력과 직접 부딪치기보다는, 오히려 지혜와 인내심을 발휘하여 상생을 도모해나가는 방식으로 생존해왔다. 이러한 한국의 은근과 끈기의 기질은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의 민족성으로 인식되어왔다. 빈번한 외적의 침입 속에서도 군사적 무력에 의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은근과 끈기의 정신으로 나라를 지키고 혈육을 보존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한민족의 은근과 끈기의 기질은 나라에 대한 사랑과 혈육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인의 가족지향적 특성을 형성하게 된 요인이 되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태평양을 면한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섬나라의 특성상, 지진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자주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천재지변은 인간의 힘으로 저항할 수 없는 재난이며, 이러한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은 섬나라에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어떡하든지 자연의 재해를 막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엄청난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절감하면서도, 스스로의 힘을 모아 재난에 대비하고 할 수 있는 대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협동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이렇듯 자연의 재난에 대처하는 공동체적인 협력 방식이 일본인 특유의 대응적 기질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일본인의 대응적 기질은 향토를 사랑하고 지역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일본 민족의 특성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이렇게 형성된 일본인의 대응적 기질은 향토의 보존과 지역 공동체의 번영이라는 지상목표를 설정하게 되었고, 이러한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지역 공동체의 협력에 의지하는 향토지향적 특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향토지향적 특성(가족지향적 특성)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종종 겪게 되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의 부조 문화라는 것이다. 혈연지향적 특성을 갖고 있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라는 의미는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잦은 외적의 침입 속에서 피해를 경험한 한반도인들은 어려울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은 가족밖에 없다고 하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히게 되었다.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경사를 맞이하였을 때 한국인들은 한솥밥을 먹는 가족의 의미로 서로 돕고 위로하거나 축하하는데, 이것을 부조 문화 또는 계 문화라고 부른다.

이러한 부조 문화는 한국의 가족지향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이해하기도 어렵고 또 실제로 참여할 만한 형편도 되지 못해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많은 불편과 배척을 경험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비단 외국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 있어서도 적어도 한국에서 사회적 마찰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조 문화를 이해하고 적절히 처신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지역의 재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지역사회 구성원의 협동을 중시하는 부역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엄청난 자연의 위력 앞에서 개인이 자신의 힘만으로 생존을 도모하기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역 문화는 지역의 모든 주민이 힘을 합쳐 재난을 막고 함께 공존을 도모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 것으로, 자연의 재난에 대응하는 일본의 대응적 기질이 향토지향적 특성을 통해 발휘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교회의 놀라운 성장은 구역예배라고 하는 소모임의 긍정적인 기능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예배와 성경공부 뿐만이 아니라 공동의 식사와 부조를 통해 믿음의 한 가족으로서의 소속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지향적 특성을 보이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가족의 의미는 특별한 것이며, 신앙을 통해 한 가족이 된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집착은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교회의 의미는 각 단위지역의 교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당 단위지역의 신자들은 해당하는 지역교회에 등록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구역예배를 통해 어느 교회의 공동체에 가입하고 한 가족으로서의 소속감을 확인한 신자들은 지역에 관계 없이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를 통해 그 공동체가 속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계속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가족지향적 특성이 교회의 대형화 또는 비대화를 초래한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교회에서 운영하는 버스로 인해 지역교회들이 피해를 하소연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은, 한국 신자들의 가족지향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의 각 지역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성시화운동이, 한국인의 가족지향적 특성에 가로막혀 크게 결실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단위지역에 대한 성시화 전략에 있어서, 해당 지역의 신자들에 대해 소규모 신앙 공동체의 가입을 통한 가족화 전략으로 접근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와는 달리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향토지향적 특성이 강한 일본에서는 오히려 단위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성시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구원의 결단도 가족과 지역사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일본인에게 믿음을 지키기 위해 언제까지나 외톨이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작은 단위지역을 목표로 삼아 그 지역 전체를 복음화의 대상으로 삼는 전략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복음화율이 0.8%라고 볼 때에 인구 4만 명의 단위지역에는 320여명의 그루터기 신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교회에 출석하여 정상적으로 신앙생활을 계속하는 신자는 절반 정도인 160여명으로, 이 가운데로만 가톨릭 신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의 개신교 신자가운데 복음파와 오순절파로 양분되어 반목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지역 복음화를 위해 가용한 신자는 4만 명의 주민 가운데 겨우 4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신자가 공공연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 개인이 자신의 사회적 기반을 포기하지 않고도 기독교인으로 개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해당 단위지역의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어 놓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단위지역을 목표로 삼아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여론을 기독교에 호의적인 상황으로 바꾸면서 점차 단위지역을 전체적으로 복음화시키는 성시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일본인들의 향토를 사랑하고 지역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향토지향적 특성에 따른 효과적인 선교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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