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깊은 정신적 트라우마(Trauma)를 남겨주고 있다. 트라우마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데, 삶의 부정적 경험으로 무의식에 내재되어 일상적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증상이다. 세월호 사건은 친구를 잃은 청소년들과 자녀를 잃은 부모들, 이를 공감하는 국민들에게 너무나 큰 트라우마를 주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러한 고통 속에 주저앉아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슬픔을 당한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까? 우리는 가족, 가까운 친구, 이웃들이 예기치 않은 이러한 사건들 앞에 상실감과 절망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한 상태로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지혜의 왕인 솔로몬을 통하여 그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
솔로몬은 기브온에 있는 큰 산당에 가서 제단에 일천번제를 드렸다. 밤에 하나님께서 그의 꿈에 나타나셔서 “내가 네가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왕상 3:5)고 하셨다. 이에 솔로몬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부족한 자가 왕이 되었음을 고하고, 많은 백성들을 위하여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왕상 3:9)라고 응답하였다.
하나님은 솔로몬이 구한 것을 기쁘게 여기셧다. 하나님은 “네가 이것을 구하도다 자기를 위하여 장수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부도 구하지 아니하며 자기 원수의 생명을 멸하기도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네 앞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네 뒤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왕상 3:12)고 하셨다. 그는 하나님께 구한 바를 얻었고 구하지도 아니한 부귀와 영광도 받게 되었다.
솔로몬이 구한 ‘듣는 마음’은, 박학한 지식이나 노련한 지혜가 아니었다. ‘듣는 마음’은 백성의 억울함을 듣고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로운 마음이었다. 하나님은 인간의 심중을 살피시며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다. 솔로몬은 하나님의 백성을 재판하는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마음을 구한 것이다.
지혜는 상대방의 심정을 읽을 줄 아는 것이다. 듣는 마음은 어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아픔과 고통을 듣는 것이다. 상담의 첫 단계는 바로 듣는 마음이다. 상담의 이론과 방법이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경청이다. 능동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직접적으로 당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듣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제일 잘 들을 수 있다. 마음으로부터 들으면 상대방에게 힘을 줄 수 있다. 참된 기독교인은 이웃의 고통을 들을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잃은 부모, 남편을 잃은 아내, 부모를 잃은 자녀들, 결혼을 앞둔 청춘 남녀의 죽음 등 갖가지 사연 속에 가슴에 일렁이는 슬픔으로 인하여 마음이 바다의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분노와 공포, 슬픔과 절망이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은 그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충격으로 고통을 격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필자도 애도하는 여러분들과 함께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며,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써서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 데살로니가 교회는 서로 사랑하기를 힘썼다(살전 4:9). 얼마나 사랑이 많은지 외부 사람들이 놀랄 정도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실천을 하였다. 기독교인들이 이런 사랑을 가지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통과하기까지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듣는 마음을 가지고 다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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