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로 인한 위기-야곱의 여정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상담소 대표).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상담소 대표).

사람들은 살면서 이사를 여러 번 하게 된다. 원하던 원치 않던 여러 이유로 이사를 한다. 학생들은 학교 때문에, 청년은 결혼과 직장 때문에, 장년들은 사업과 자녀교육 때문에, 노인들은 건강 때문에 이사를 한다. 변화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태어난 곳에서 계속 살기보다는 이동을 빈번하게 하는 수가 더욱 잦다. 

족장 시대의 고대인들은 현대인들보다 훨씬 이동이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한 곳에만 머물러 살지 않았다. 예를 들면, 야곱의 인생 여정은 이사의 연속이었다. 그는 브엘세바에서 아버지 이삭과 어머니 리브가 사이에 태어났다. 그에게는 한 날 한 시에 때어난 쌍둥이 형 에서가 있었다. 그는 팥죽 한 그릇으로 형의 장자권을 사고, 아버지를 속여 형 대신 축복을 받아, 형의 노여움을 사서 결국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야곱은 하란에 있는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쳐서 20년간을 보냈다. 거기서 그는 열심히 일을 하였고, 아내들을 얻고 자녀들을 낳아 일가를 이루었다. 그는 부모에게서 떨어져 낯선 곳에서 이해타산적인 외삼촌 밑에서 힘든 생활을 견디어냈다. 그러나 때가 이르자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외삼촌 집에서 가족을 이끌고 몰래 빠져나왔다. 이에 라반이 야곱과 그 가족을 추격하였다. 라반은 야곱과 갈르엣(미스바)에서 언약을 맺고, 딸들과 손자들을 축복하고 돌아갔다. 

야곱은 마하나임에서 형을 만나 화해하고, 마침내 임시 거처인 숙곳을 거쳐 가나안 땅의 첫 성읍 세겜에 도착했다. 그는 세겜에 장막을 치고 땅을 샀으며, 그곳에 제단을 쌓았다. 그러나 딸 디나가 성읍을 구경하러 갔다가 세겜 성 추장의 아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야곱의 아들들 중 시므온과 레위가 세겜 사람들을 거짓말로 농락하고 성에 불지르며 복수하였다. 이에 야곱은 세겜을 떠날 결심을 하였다. 

야곱은 벧엘로 와서 옛날 고향을 떠나 하란으로 가기 전 제단을 쌓고 서약했던, 그 하나님을 기억했다. 그는 베들레헴, 헤브론을 거쳐 브엘세바에서 하나님께 희생 제사를 드리고 그곳에서 거주하였다. 그 후 야곱은 죽었던 줄로만 알았던 아들 요셉이 애굽의 총리로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애굽으로 이사를 갔다. 하나님께서는 70명으로 내려간 야곱 가족이 400여 년 후에 200만 명의 민족으로 번성할 수 있게 복 주셨다. 

애굽의 바로 왕이 야곱에게 나이를 물었다. 야곱은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 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창 47: 9)라고 대답하였다. 그는 애굽 땅에 17년을 거주하였다. 그는 요셉에게 자신이 죽거든 애굽에서 장사하지 말고 조상의 묘지에 장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야곱의 인생은 이주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그의 고백처럼 낯선 곳에 정착해야 하는 위기 앞에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 이주할 때마다 그는 고통과 불안의 상황을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 야곱이 이사할 때마다 남은 사람들에게 항상 잘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그는 떠나는 사람으로서 불확실한 장래에 항상 신앙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이사를 하게 될 때 크든 작든 위기를 겪는다. 가족이 이사할 경우는 온 가족원이 이사를 동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누구든 갑자기 떠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변 이웃들 끼리 서로 돌아봐야 한다. 이사할 때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외로움과 서운함을 잘 달래주는 누군가의 세심함이 필요하다. 이주할 때 떠나는 사람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해소시키는 누군가의 친절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디를 가든지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믿는 신앙심은 풍수지리설을 초월하여 위기에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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