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의 ‘공포증’ [22] 특정공포증과 행동치료(2)

제22장 특정공포증과 행동적 치료(2)
행동치료는 행동을 수정하여 심리를 변화시키거나 치료하는 기법이다. 이런 행동치료는 잘못된 학습을 중요시하여 재교육을 하고자 한다. 잘못된 행동은 모두 잘 학습된 결과라는 점에서다. 이는 행동치료가 잘못 학습된 행동을 학습이론의 원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교정하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삼는 이유이다. 행동치료는 공포증 환자에게도 이런 원리를 적용하여 부적응 행동을 해소하고 건설적 행동을 다시 학습시키는 재교육의 과정을 시도하고자 한다.
1. 행동치료에서 실제적인 직면훈련
일반적으로 행동치료의 이론은 매우 실제적인 측면이 있다. 그것은 이론이 복잡하여 적용이 어렵기보다는 비교적 간편하여 실천하기에 쉬운 것이다. 이것은 행동치료가 실제적 측면을 중요시한다는 점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행동치료는 특정공포, 즉 모든 공포에 대해서도 직면훈련을 시도하여 행동을 수정하면서 심리를 치료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1) 직면을 위한 1단계 지침
직면 훈련을 위해서는 일정한 지침이 필요하다. 이런 지침은 효과적인 직면 훈련을 위한 것이기에 이 지침은 주의를 요하는 요령이면서 적절한 방법이기도 하다.
첫째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오랫동안 피해왔던 공포 상황에 직면하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환자가 작고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점진적으로 시도해 보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훨씬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일단 공포 상황의 단계를 설정하게 되면, 점진적으로 직면 훈련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둘째로 불편감을 감수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환자가 오랫동안 피해왔던 상황에 직면하는 일은 편안하고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직면 훈련을 시도하는 동안 어느 정도의 불안을 경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직면 훈련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흔히 전보다 더 나빠진다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환자는 더 나빠진다고 느끼는 것은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 훈련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증거임을 알아야 한다.
셋째로 자신의 속도대로 진행해야 한다. 자신의 속도란 개인마다 진행하는 차이가 있음을 상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직면 훈련의 목표는 문제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에 자기에게 맞는 속도로 직면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넷째로 직면 훈련의 초기에 두려움에 잘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직면 훈련 초기에 느낄 수 있는 강렬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두려운 상황에 직면해서 불안해질 때 후퇴할 수 없다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다. 두려울 때 느껴지는 신체감각에 저항하기보다는 대처한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한데, 이때는 복식호흡이나 긍정적인 자동적 생각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섯째로 작은 성공에 대해 자신에게 보상을 주어야 한다. 작은 성공에 대해 일관되게 자신에게 어떤 보상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날보다 두려운 상황에 몇 분 정도 더 머물 수 있었다면, 새 옷이나 외식 등으로 자기 스스로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 작은 성공에 보상해 주게 되면 훈련을 계속하려는 동기를 계속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섯째로 직면 훈련을 하는 동안 예상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예측 가능성은 대응하는 사람에게는 불안을 줄여준다. 무엇이 일어날지를 미리 알면 과제가 훨씬 쉽게 느껴진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수술 받을 사람에게 어떤 의학적인 절차를 받을 것과 어떤 종류의 신체적 불편감이 생기게 될지를 알려주면, 환자는 훨씬 고통을 적게 느끼게 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직면 훈련을 하기 전과 직면 훈련을 하는 동안 무엇이 일어나고, 자신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현실적인 기대를 갖는 것이 상황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2) 직면을 위한 2단계 지침
두려운 상황의 직면에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는 동안에는 현실적으로 부정적인 자동적 생각을 타당하게 검토해 볼 여유가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미리 자신이 가지고 있은 비현실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자동적 생각을 타당한 생각으로 바꾼 다음 그런 자동적 생각을 적어놓은 대처 카드를 준비하여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기 바로 전이나 직면할 때 자신에게 할 수 있은 타당한 말을 적어 놓아야 한다.
대처 카드는 지갑이나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닐 수 있는 크기가 좋다. 대처 카드는 이처럼 두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흔히 떠오르는 부정적인 자동적 생각에 반박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의 상태를 갖게 하여 불안수준을 낮추어주고,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기 전이나 직면하는 동안에 이완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처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로 직면 훈련 동안 떠오르는 부정적인 자동적 생각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직면 훈련을 하기 전에 특정한 과제에 대해 떠오르는 자동적 생각을 모두 적어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자동적 생각에 들어 있는 인지적 오류를 찾아보아야 한다. 직면 훈련 동안 부정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어느 정도 과대평가하고 있는가? 실제로 두려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것보다 얼마나 더 대처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는가?
다음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검토하고 더 타당한 대안을 생각해 봄으로써 그런 생각들을 반박해 보아야 한다. 직면 과제를 하기 전에 새로운 사고방식을 시연해 보면, 실제로 두려운 대상에 직면했을 때는 훨씬 더 현실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 직면 훈련 동안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일이 얼마나 일어날 것 같은가?
-현실적으로 볼 때 어떤 일이 더 일어날 것 같은가?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둘째로 직면 훈련을 한 후에 자신의 경험을 검토해야 한다. 무엇이 일어났고 다음에는 어떻게 달리 대처할 수 있을지를 평가해 보아야 한다. 또한 건강하지 못한 자기비난에 주의하고, 느낀 것보다는 해낸 것을 기억하고 스스로를 보상해 주는데, 이때 감정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동안 불안을 느낀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2마일 정도 고속도로를 운전한 자기에 대해 보상해 준다.
셋째로 직면 훈련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직면 훈련은 정규적으로 빈번하게 반복해야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하루걸러 한 번씩은 직면 훈련을 해야 효과적이다. 또한 직면 훈련은 30분 이상 긴 시간 동안 충분히 해야 한다.
넷째로 상식적으로 하는 것을 넘어선 행동들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직면 훈련의 모든 단계를 한 후에는 한 단계 넘어서 일상적으로 하지 않은 것들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거미 공포증 환자는 거미를 보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팔위에 거미가 다니도록 올려놓을 수 있다. 고소공포증 환자는 일부러 가장 높은 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다섯째로 일시적 퇴보를 예상하고 이것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호전이 항상 직선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좋아지다가 나빠지는 기복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 퇴보도 극복 과정의 일부분이다. 일시적 티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본다면 점진적으로 나아진다. 따라서 일시적 퇴보에 너무 낙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빠진다고 해도 지금까지 노력을 통해 좋아진 부분이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 퇴보를 공포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더 알 수 있은 학습 기회로 생각하고 활용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3) 대처 카드의 활용
주의력을 활용하는 요령에 이어 다음의 대처 카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공포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다음과 같이 심리적인 다짐을 하자는 것이다. 직면하기 전과 직면하는 동안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직면하는 점에는 다음과 같다.
-오늘 나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범위를 약간 벗어날 것이다.
-이번이 이런 상황에서 편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두려움에 직면하는 것은 공포증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가 상황에 직면하기를 선택할 때마다, 나는 두려움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 단계를 해봄으로써 결국에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거야.
-이것을 하는 다른 좋은 방법은 없어. 무엇이 일어나든지 괜찮아.
-실제로 그 상황에 머물다 보면 더 좋게 느껴지리라는 걸 난 알아.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실제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 직면하려고 한다는 것에 대해 나를 칭찬해 주자.
-필요하면 그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항상 있어.
그리고 공포 상황에 처음 직면하거나 직면하는 동안에는 다음과 같다.
-나는 전에도 이런 상황을 다룰 수 있었고, 지금도 다룰 수 있어.
-이완하고 천천히 하자. 지금 당장 밀어붙일 필요는 없어.
-복식호흡을 해서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전에도 성공을 했잖아.
-이것을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어. 나는 보통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을 거야.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점점 더 쉬워질 거야.
다음은 직면 동안 나타나는 신체감각과 감정에 대처하기이다.
-내 증상이나 감각을 난 다룰 수 있어.
-이런 감각들은 자연스러운 것이지 위험한 것은 아니야.
-복식호흡을 한다면 이런 느낌들은 지나갈 거야.
-이런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고 나는 괜찮아질 거야.
-이것은 곧 지나갈 거야.
-이것은 생각일 뿐 실제는 아니야.
-이런 감정이나 감각들 때문에 그만둘 필요는 없어. 나는 계속할 수 있어.
-필요하면 얼마 동안 물러나 있을 수 있어.
2. 점진적 이완
점진적 이완 훈련은 깊은 이완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체계적인 기법이다. 이완할 수 있는 능력은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한 모든 기법의 기초이다. 행동주의 기법들은 대개 점진적 이완 훈련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 기법은 다양한 근육을 긴장시켰다가 이완시키는 것을 통해 깊은 이완 상태에 도달하게 하는데, 공포증과 함께 목이나 어깨의 만성적인 긴장 상태, 긴장성 두통, 안면긴장 등에 특히 효과적이다.
정기적으로 훈련을 연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공포증과 관련된 예기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고, 점진적 직면을 통해 공포 상황에 직면하는 능력이 향상되며, 집중력이 향상되고, 두려움에 대한 통제감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장기적인 효과를 일반화 효과라고 부른다. 매일 이완 훈련을 하게 되면 1, 2개월 후에는 이완 훈련을 하지 않은 시간에도 이완 훈련의 효과는 일반화될 것이다.
1) 점진적 이완에서 고려사항
1. 하루에 적어도 20분 정도 실시한다. 20분씩 두 번 한다면 더욱 좋다.
2. 전화나 에어컨 소리 등과 같은 소음이 들리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서 실시한다.
3. 정해진 시간에 실습한다. 깨어나서, 자기 전, 식사하기 전이 가장 좋은 시간이다. 지속적으로 매일 연습하는 것이 일반화 효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4. 공복에 실습한다. 포만감은 깊은 이완을 방해한다.
5.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몸 전체를 기댈 수 있어야 한다. 소파나 침대에 눕거나 안락의자에 앉아서 몸이 의자나 베개에 완전히 기댈 수 있게 한다.
6. 달라붙는 옷은 느슨하게 하거나 벗어버린다. 신발, 시계, 안경, 보속 등도 벗어버린다.
7. 어떤 것도 걱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하루의 근심거리를 다 내려놓는다.
8. 수동적이고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한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냥 내버려둔다”는 태도를 취하고, 이 훈련을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염려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이완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자신의 신체를 통제하려고 애쓰지 말라. 자신의 수행을 판단하지 말라. 중요한 점은 내버려두라는 것이다.
2) 점진적 이완절차
점진적 이완 훈련은 16개의 근육 부분들을 차례로 수축시켰다가 이완시켰다 하는 것으로, 요점은 각 근육을 약 10초 동안 바짝 수축시켰다가 갑자기 풀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15-20초 동안 이완되었을 때와 수축되었을 때가 어떻게 다른지를 느끼면서 이완하는 것이다. 점진적인 이완 훈련을 할 때 지침은 다음과 같다.
-자신이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에 있는지 확인한다.
-특정 근육을 수축시킬 때 7-10초 동안 바짝 조인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집중하고, 특정한 근육에서 긴장되는 것을 느낀다.
-갑자기 근육을 풀고 근육이 갑자기 풀어지는 느낌을 즐기면서 이완한다. 다음 근육을 수축시키기 전에 적어도 15-20초 동안의 이완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정 근육에 대해 작업하고 있은 동안에는 가능하면 신체의 다른 근육들은 이완된 상태로 된다.
-각 근육을 한 번씩 이완하고 수축시키는데, 특정 부분에서 긴장감이 특히 많이 느껴지면 두세 번 반복한다.
3) 점진적 이완의 요령
점진적 이완의 요령은 다음과 같이 시도된다. “손에 잡히는 물건을 꽉 잡으십시오. 꽉 잡고 있는 손의 감각에 신경을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어떤 감각이 오는가를 알아보십시오. 손에 닿은 감각이라든가 그 밖의 여러 감각이 느껴질 것입니다. 이제 물건에서 손을 떼시고 이완된 상태에서 풀어진 근육의 감각에 주목하십시오. 이제부터는 자신의 몸의 다른 부분도 차례차례로 해볼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대로 각 근육 부분을 바짝 죄었다가 풀면서, 바짝 긴장했을 때와 완전히 근육을 풀어놓을 때의 감각의 차이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계속 연습하시는 동안 당신은 점점 편안해지면서 과거의 어느 때보다 더욱 편안해질 것입니다. “오른쪽 주먹을 꽉 쥐시고 팔뚝의 근육이 떨릴 때까지 꽉 쥐십시오. 꽉 잡고 있는 손의 감각에 집중하십시오. 팔뚝과 손마디에 닿은 긴장감을 느끼십시오(약 7-10초). 이젠 주먹을 펴시고 긴장을 푸십시오. 긴장을 풀고 난 다음의 팔뚝과 주먹의 편안해진 감각을 느끼십시오. 주먹과 팔뚝에서 풀어지고 시원해져 오는 느낌을 만끽하십시오(이 상태로 약 15-20초).
다시 자신의 오른손과 팔뚝을 함께 꽉 조이십시오. 그러면서 손과 팔의 근육에서 느끼는 긴장감에 주목하십시오. 꽉 조인 손가락 마디마디와 팔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이제 손을 완전히 풀어놓으십시오. 그리고 손과 팔뚝의 풀어진 감각을 느끼십시오. 자신의 손과 팔은 이제 점점 이완되어가고 과거의 어느 때보다 편안한 상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연습할 때마다, 아무런 긴장이 없이 점점 더 편안하고 포근한 상태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절차로 오른쪽 팔꿈치와 어깨까지의 부분을 죈다. 이렇게 오른쪽 손과 팔을 이완시킨 후에 다른 근육 부분도 같은 방식으로 훈련한다. 다른 근육에 대한 이완 훈련은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할 수 있다.
“앞이마와 얼굴 앞부분의 근육을 최대한으로 조이거나 찡그리십시오. 이제 풀어버리십시오. 앞이마에서 긴장감이 없어지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눈을 꽉 조이면서 감으시고, 코를 조이십시오. 더 조이시고 거기에 따르는 긴장감을 느끼십시오. 이제 풀어버리세요. 눈과 코, 얼굴 전체에 퍼져가는 편안한 상태를 느끼십시오. 얼굴의 근육을 풀었을 때의 편안한 상태와 꽉 조였을 때의 긴장감의 차이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턱을 윗가슴에 꼭 대면서 목 쪽에서 오는 긴장감을 느끼십시오.” “양 어깨를 앞으로 힘껏 젖히고 등의 근육이 점점 죄어 들어가는 것을 느끼십시오.” “자신의 배를 안으로 끌어 잡아들이고 등뼈까지 밀어붙이십시오. 그리고 뱃가죽이 조여드는 것을 느끼십시오.” “오른쪽 넓적다리의 근육을 바짝 조이십시오. 넙적다리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서로 꽉 조이도록 하십시오.”
근육을 수축시킬 때는 숨을 들이쉰 채 가만히 있고 근육을 풀 때 숨을 내쉬는 것이 좋다. 이완 훈련을 끝마칠 때는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이전 상태로 돌아온다. 이완 훈련을 마치는 데는 보통 20-30분 정도 걸리는데, 연습이 거듭될수록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전체 이완 기법의 지시문을 카세트에 녹음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3. 신체 변화에 대처하기
공포증은 신체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공포증 환자들은 두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일어나는 신체 변화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불안할 때 나타나는 신체감각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인식의 전환이다. 이러한 신체감각이 위험하거나 해로운 것이 아니라, 위험을 지각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반응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 대처 방법은 진정한 훈련과 보조적인 방법으로 구분하여야 한다. 전술한 점진적 이완 훈련과 뒤에 소개될 호흡조절법은 불안할 때 나타나는 신체 변화에 대처하는 보조적인 방법이다.
1) 급성과 만성의 반응
두려움에 대한 신체반응은 감각적인 것이 특징이다. 신체반응은 그 어떤 경우에도 두려운 상황에 처하기 직전이나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경험하는 신체적인 감각이다. 그러나 이런 신체반응도 그 시기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된다. 이런 급성의 경우에는 뱀 공포증 환자는 뱀을 아주 가까이서 보는 상황이다. 그의 심장이 뛰고 손과 얼굴은 땀이 많이 날 것이다. 이런 증상들은 갑작스럽게 경험되고 매우 강렬한 것으로 급성신체반응이다.
반면 두려움에 대한 만성 신체반응은 보다 덜 강렬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된다. 만성의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대표적 증상이다. 이런 만성적인 반응에는 두통, 위통, 피로감, 초조함 등이 수반된다. 이런 구분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에 대한 신체반응의 구분이 항상 명확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성불안의 수준이 높은 환자가 갑작스럽게 급성불안 증상을 경험하기 쉬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명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이후부터는 두개의 불안반응을 개별적인 것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때 불안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대처법이 시도되어야 한다. 급성불안의 경우 호흡조절법을 사용하면 도움이 되고, 만성불안반응의 경우 점진적 이완훈련을 통해 더 깊은 이완 상태에 도달할 수 있게 되면 만성적인 긴장상태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두려움의 완전한 해소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목적도 아닐 수 있다.
또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반드시 병렬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두려움의 완전한 해소는 불가능하지만, 두려움을 다루는 것은 가능하며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더라도 두려운 상황에서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이유이다.
연습을 부단히 하면 자신감도 커지고 두려워하는 상황을 보다 쉽고 편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다만 호흡조절법이나 점진적 이완훈련은 행동주의 기법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호흡조절법이 급성불안반응을 다루는데 간단하고 효과적인 기법이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므로 호흡조절법을 시도해 보고 효과가 없으면 다른 방법들을 찾아볼 수 있다.
2) 신체의 역설성
공포증 환자는 두려운 대상이나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 때에는 거의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이 떨리며 숨이 가빠지는 등 다양한 신체 증상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들은 이런 신체적 감각들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일종의 반응으로서 상황에 대한 준비와 보호의 측면이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투쟁/도피반응은 사람들이 위험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용하였다. 즉 외적 위협이나 위험이 많은 원시시대에서는 외적 위험이 있을 때 도망가거나 싸우는 태세로 우리의 몸이 비상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런 신체적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즉각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준비시키기 위한 것이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생리적 메커니즘이다. 사람들은 위험이 지각되면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로 응급사태라는 메시지를 보내 에너지를 방출하고 신체가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이때 교감신경계가 실무율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그것의 모든 부분들이 모두 반응하고, 이에 따라 많은 신체적 변화들이 공포반응 동안 경험되는 것이다. 교감신경계는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화학물질을 방출하여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
이 과정 중에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신체의 다른 화학물질에 의해 파괴되거나 교감신경계와 반대 효과를 가지고 있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서 이완감을 회복한다. 이런 현상은 바로 투쟁과 도피반응이라는 스트레스 상황의 대처의 원리에서 이해된다. 다시 말해서 신체는 충분한 투쟁/도피반응을 한 다음에는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서 이완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두려움이나 공포는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고 또한 계속 증가하지도 않기에 이런 신체적 변화는 자연스럽고 무해한 것이다. 다만 신체감각은 역설적 측면이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신체감각에 집중하면 할수록 더 예민해지고 더 많이 느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오히려 줄어들고 사라진다. 이는 공포의 반응에서 중요시해야 할 이유이다.
3) 호흡조절법
호흡조절법은 단순한 호흡이 아니라 심호흡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심호흡은 위쪽 가슴에서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횡격막에서부터 배를 움직여서 호흡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방법은 ‘보다 느리고 보다 일정하게 호흡하는 방법’이다. 환자가 불안과 관련된 문제를 지니고 있다면 숨을 제대로 쉬어야 한다. 한 손을 벨트나 허리에 얹고 다른 손은 가슴에 올려놓는다. 이제 보통 때처럼 숨을 들이마시고 내뿜는다. 이때 가슴 위의 손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호흡조절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호흡조절법을 다음의 3가지로 구분하기로 한다.
첫째로 호흡조절법의 작용이다. 환자들은 횡격막을 이용해서 배를 움직여서 호흡하지 않고 가슴으로만 호흡하는 데서 그치는 경우도 많다. 아마도 여기에 가장 정상적인 호흡은 갓난아기의 잠든 모습이다. 아기가 숨을 쉴 때는 복부가 움직인다. 또 환자가 잠을 잘 때는 배를 움직이며 호흡할 것이다. 횡경막을 이용해서 호흡하면 호흡항진의 위험이 있다. 호흡항진은 흔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현상이다. 다른 형태의 호흡항진에는 한숨쉬기, 하품하기, 숨을 참기, 강제로 깊은 호흡하기 등이 있다. 얕은 호흡은 문제를 일으키는데, 모르는 사이에 만성적인 호흡항진을 경험할 수 있다.
호흡항진은 신체의 화학적인 변화를 유발하여 이산화탄소, 칼슘, 산소 등의 화학물질의 균형을 깨뜨린다. 이런 변화가 생명에 위협이 될 만큼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불안의 신체 증상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호흡이 가빠진다거나, 머리가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어지럽거나 비현실감을 경험할 수 있다. 비현실감이란 마치 꿈속에서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호흡항진은 불안할 때 숨을 보다 빨리 쉬는 경향이 있어서 호흡항진이 보다 심해지고 불쾌한 불안 증상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때 호흡 방법을 다시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신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둘째로 효과적인 호흡조절법이다. 호흡은 효과적으로 해야만 한다. 호흡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먼저는 천천히 호흡을 한다. 숨을 천천히 쉬면 1분에 8-10회 정도의 호흡만 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반드시 셀 필요는 없으며, 단지 호흡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한다. 이렇게 호흡에 집중하게 되면 현재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불안증상에 대한 주의가 호흡으로 옮겨지는 효과도 있다.
그 다음에는 코로 호흡한다. 코로 호흡하면 의도적인 호흡항진을 막을 수 있다. 입으로 호흡하게 되면 다시 흉식호흡으로 되돌아가기 쉽다. 또한 코로 숨을 쉬면 단번에 공기를 확 들이마시지 않게 된다. 이제부터는 입을 다물고 코로 호흡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정상적인 호흡을 변화시켜 흉식호흡과 복식호흡 간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모든 호흡을 배로 할 수는 없다. 평균적으로 네 번 복식호흡을 할 때 한 번 가슴을 이용해서 흉식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법칙에는 두 가지 예외가 있는데, 폐기종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복식호흡법을 익히는 것이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이런 호흡법을 익히는 것이 호흡기 질환을 지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일단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또한 흉식호흡과 복식호흡간의 비율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때도 있다. 힘든 육체노동이나 운동을 한 후에는 숨이 거칠어지고 가슴과 복부를 모두 이용해서 호흡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는 몸이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복식호흡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충분히 호흡이 안정되고 나서 다시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면서 이 비율을 맞춘다.
셋째로 복식호흡 익히기이다. 먼저,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전화나 초인종, 가족의 방해를 받지 않는 시간이 매일 15분씩 두 번 필요하다. 이때 문을 잠그고 전화를 꺼놓는다. 그 다음에는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해야 하므로 편히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특히 등을 편히 기대고 너무 꼭 조이는 옷은 삼가는 것이 좋은데, 침대, 마루, 안락의자 등이 좋은 장소이다. 진척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서 자신의 불안수준을 측정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때 반드시 직접 자신의 불안을 평가해야 한다. 이런 불안지수는 자신의 불안수준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는 불안 관리 기록표가 도움이 된다. 이것을 이용해서 스스로 불안수준을 평가하고 기록한다. 한번 연습할 때마다 연습 전과 연습 후의 불안 상태를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연습을 얼마나 오래 했고 어디서 연습했는가를 기록하고, 평가란에는 이번 연습이 성공적이었는지, 방해를 많이 받았는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적는다.
많은 환자들이 불안을 다루는 동안에 눈을 감아야 하는지 물어본다. 눈을 감든 뜨든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 눈을 감으면 연습에 집중하고 다른 방해를 받지 않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인관계 상황에서 호흡조절법을 사용할 때는 눈을 뜨고 연습하면 실제 생활에서 적용하기에 보다 용이할 것이다.
4. 정리: 잘못된 행동은 모두 잘 학습된 결과
지금까지 우리는 앞장에 이어 특정공포증과 행동적 치료에 대하여 기술했다. 행동치료는 행동을 수정하여 심리를 변화시키거나 치료하는 기법이라고 했다. 이런 행동치료는 잘못된 학습을 중요시하여 재교육을 하고자 하는데, 잘못된 행동은 모두 잘 학습된 결과라는 점에서다. 이는 행동치료가 잘못 학습된 행동을 학습이론의 원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교정하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삼는 이유이다. 행동치료는 공포증 환자에게도 이런 원리를 적용하여 부적응적인 행동을 해소하고 건설적인 행동을 다시 학습시키는 재교육의 과정을 시도하고자 한다는 점에 기초하여 몇 가지로 구분하여 다루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