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또는 수평관계-창 1:27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상담소 대표).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상담소 대표).

새로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은 부모에게서의 떠남이다. 이것은 단순히 시공간적인 면이 아닌, 심리문화적 면에서의 탈출이기도 하다. 특별히 한국 문화에서 부모에게 영향받은 권위주의적 가부장제에서의 떠남은, 현대 청춘남녀의 결혼생활을 위한 행복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한국 남자들은 오랫동안 가부장제의 권위주의에 젖어 살아왔다. 한국 전통 가족제도의 특징은 부자관계가 뼈대를 이루었다. 부자관계는 모든 다른 인간관계에 우선했다. 효에 의해서 자기보다 부모의 의사를 중시하고, 개인보다 가족의 명예를 중시하였다. 직계 가부장제 가족에서 부부관계는 부자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결혼한 여자는 시댁에 흡수되어 최하의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부부관계는 수직관계로, 남편의 통제에 아내가 공손히 복종하는 것이 이상적인 관계였다. 그나마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은 아들 출산과 시부모 봉양, 경제적 공헌이었다. 종속된 여자는 정조를 잘 지키고 몸가짐을 언제나 얌전하게 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수직적인 부부관계 안에 숨겨진 심리학적 메커니즘은 마조히즘과 사디즘이다. 배우자에게서 학대받아 안정을 얻고 쾌감을 얻는 마조히즘과, 배우자를 학대하여 쾌감을 느끼는 사디즘이다. 배우자가 어쩔 줄을 몰라 쩔쩔 매는 것을 통해 쾌감을 느끼고, 상대 배우자는 일신상의 안정을 위하여 의존하고 복종하게 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 있어서 부부관계는 평등사상과 개인주의 사상에 의해서 수평관계로 변하게 되었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교육 기회와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가족관계 변화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치관과 현대적인 가치관의 혼재 속에서 여성들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하다.

한국 여성들은 문화적으로 인격에 대한 존중을 받아오지 못하고 억눌려서 산 경우가 많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상처가 되어, 성장하는 가운데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고 있다. 이것이 한국 여성들의 ‘한’이 되어 화병이 발병되는 수도 있다. 황혼 이혼의 증가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한국 부부관계에서 일반적으로 아내는 남편이 인격적인 면을 가지고 대해주기를 기대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대가 상충되면 부부관계는 깨어지기 쉽다.

하나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상하종속적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 창조하셨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 남자와 여자는 본질적인 면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서로가 홀로 설 수 없고 도와가며 살아가야 할 존재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의식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는 강한 유대감이 장점이다. 그러나 자녀를 소유로 보는, 부모의 과잉보호는 수평적인 부부관계가 자라나는 것을 방해한다. 부부의 의사결정은 부모에게 지나치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가부장제의 어두운 유산을 버리고, 부부관계가 가족관계의 중심을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 전통적인 부부관계의 부정적 측면은 사라져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원리에 근거하여 남편과 아내의 인격적인 만남을 기초로 한 부부간 수평관계가, 앞으로도 한국 가족문화에 뿌리내려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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