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가족-시127편1절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상담소 대표).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상담소 대표).

추석은 가족들이 모이는 즐거운 명절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추석이 다가오는 것조차 두려움이 된다. 특히 주부들이 명절이 다가왔을 때 가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껴서 나타나는 증상인 명절증후군이 있다. 실제 병은 아니지만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을 느낀다. 더 나아가 명절기간을 보내면서 갈등이 증폭되어서 명절증후군이 이혼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의 이혼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설날과 추석 등 명절을 지낸 후의 이혼 건수가 명절 직전 달보다 평균 11.5%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명절과 이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명절증후군은 주로 맏아들의 며느리나, 같이 일할 형제·자매가 없는 집의 주부들이, 음식 장만 및 설거지 등 뒤처리에서 평소보다 늘어나는 가사를 매년 겪기 때문에 생긴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두통·어지러움·위장장애·소화불량 등이, 정신적 증상으로는 피로·우울·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배우자 중 한 명에게만 일방적으로 집중되는, 명절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어려움, 상대 배우자의 몰이해, 고부 갈등으로 대표되는 시댁과의 문제 등이 표면화되어, 결국 이혼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명절증후군이 남편·미취업자·미혼자·시어머니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명절증후군과 명절이혼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있음이 헛되도다(시 127:1) 하나님께서 집을 세우시며 지키신다는 것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즉 가정을 세우는 기본적인 가치관이 하나님의 말씀에 토대를 이루어야 한다.

전통적 유교 가치관으로 부부관계가 종속적이 되면 가정 해체의 잠재성을 배태한다. 성차별적 대우와 시댁과 친정의 차별이 주요 원인들이다. 추석을 단순히 부모님이나 친척한테 인사드리는 정도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부부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계기로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부가 서로 배려와 용서로 인격적인 관계가 이루어졌다면 명절로 인한 관계의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

추석을 맞이하면서 가사분담을 적절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끼리 적절히 분담을 하여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마련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한 사람 또는 몇몇 사람이 일을 감당하고 나머지는 그저 바라보고 노는 것은 명절증후군을 일으키는 일이다. 사실 가족들이 조금만 거들어줘도 주부들의 짐은 한결 가벼워진다.

무엇보다도 가족 간에 상처 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편하고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생각 없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격려하고 아껴주는 말을 해야 한다. “수고했어” “고마워” “정말 잘했어” “감사해요”라는 따뜻한 말 한 마디는 명절증후군을 날려버리는 명약이다.

명절에 일하는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잘 지켜야 한다. 일하기 위하여 잘 먹어야 한다. 또한 하루종일 쭈그려 앉은 채로 일하다 보면 허리가 아프기 쉬운데, 이럴 경우 자세를 바꿔 가면서 허리를 쭉 펴고 한 번씩 양손을 어깨 위로 모아 온 몸을 쭉 펴는 등, 단순 스트레칭으로 통증을 해소할 수 있다.

추석 이후에 서로 수고한 것을 위로하는, 부부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가벼운 여행, 안마해주기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배우자를 기쁘게 할 수 있다. 가족은 가장 상처를 주면서도 가장 힘이 되는 존재이다. 부부가 하나님의 사랑에 의지하여 이해와 배려하기를 노력한다면 명절을 더 의미 있게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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