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아버지, 사랑을 주세요!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삼십대 후반의 A씨는 슬프고 우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아버지께 사랑받고 싶었어요. 아버지는 사랑한다는 표현도 하지 않고 언제나 조용한 방관자였어요. 저는 항상 방치되었던 것 같아요……. 그 아버지께 사랑받는 딸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사랑을 주시지 않았어요.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느꼈어요. 돌아가신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저를 사랑하셨던 것 같아요. 가끔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시는 눈빛이 기억나는데, 그 눈빛 속에 사랑이 담겨 있었던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러나 어린아이였던 저는 아빠의 사랑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어요…….”

사랑은 지상의 모든 사람에게 필수요소이며, 부족하면 전인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모든 어린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사랑이 필요하며, 엄마와 아빠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이해하고 원하는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이 부족해지면 어른이 되어가면서 겉모습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핍과 상처를 이겨내느라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찾아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 다 쓰게 되어 무기력해집니다.

그렇다면, 아빠의 사랑은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예전부터 우리나라 아버지들대부분은 ‘사랑한다’는 말의 표현을 하지 않았고 따뜻하게 포옹해주거나 손을 잡아주는 행동의 표현도 부족했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은 딸들은 그 사랑이 결핍된 채 살아야 했기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매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자신도 주위 사람도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A씨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공감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 번의 심리상담 후에 이 여성은 깊은 자기 내면의 문제를 직면하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항상 나쁜 남자를 만났던 것 같아요. 아니, 어쩌면 아버지에게 못다 받은 사랑을 그 남자에게 받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최근에 만난 그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어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 남자가 어려워해서 대출도 받아주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건 아마도 제가 그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에요. 그러나 그 남자는 사랑을 주기 힘든 나쁜 사람이었죠…. 그 남자는 저희 아버지와 정말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제 무의식에서는 그 남자를 아버지라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사람이 아무리 저에게 나쁜 짓을 해도 떠날 수도 없었어요.”

A씨가 고통을 주던 그 남자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만의 삶을 살게 되기까지는 힘든 치유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그 깊은 상처와 결핍이 치유되면서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고, 건강한 사람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주기 힘든 사람, 사랑을 받기 힘든 사람, 미친 듯 사랑에 집착하는 사람……. 이 모든 문제들은 어린 시절 애정 결핍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문제는 성인이 된 후까지 연결되어 새로운 트라우마를 만들고, 더욱 큰 결핍을 만들게 되어 병들게 됩니다.  

결핍이 된 한 사람이 결핍을 충분히 치료한 한 사람을 만나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 치유는 아주 빠르게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곧 두 사람 모두 사랑이 충만한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남자나 여자는 자신에게 무슨 결핍의 문제가 있는지 모르고 있거나 인정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치유받아야 할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치유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겸손한 태도입니다. 자주 화를 내게 되거나, 매정한 사람이 되거나, 차가워지거나, 상대방을 외롭게 만들거나…. 그런 사람들은 병리적 문제가 있고 치유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문제를 인식하지 않는 그 사람 옆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될 것입니다. 곁에만 있어도 죽을만큼 외롭게 만들기 때문에.

딸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하는 아빠들도 이런 사람들일 것입니다. 모든 딸들은 아버지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아버지가 되었는데 자신의 딸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그건 죄악입니다. 그 딸들을 병들게 하고, 평생 그 사랑 결핍을 채우기 위해 사랑의 기능도 없는 아버지와 비슷한 남자를 만나 방황하다가 심장이 부서지는 고통을 당하게 할 것입니다. 

“아버지, 사랑을 주세요!”
“아버지, 사랑을 표현해 주세요. 그래야 당신의 딸이 건강하게 자라요!”

인간 아버지는 하나님 아버지의 표상이므로, 상처 주는 아버지를 가진 딸들은 하나님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게 됩니다. 영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져 오랜 시간 해결이 안 된, 불행한 크리스천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나님은 아버지인 당신에게 요구하고 계십니다. 딸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라고. 딸이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고 노력하고 결핍이 없게 키우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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