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사람이 부모에게 받는 영향력은 일평생을 통하여 강력하다. 물론 성인이 되어 결혼하여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만, 물리적인 분리가 온전한 독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었느냐가 결혼 후 부부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은 부모와의 관계방식에 따라서 자아를 형성하고 부모 자아를 이해하며, 자신이 이해한 방식에 따라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받은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이 자녀에게 내면화된다. 자녀는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녀는 어머니에 대한 즐거운 경험과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모든 것을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은 자기 자신에게, 부정적인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투사시킨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좋지 않은 모습 중 대부분은, 자기 자신의 부정적 속성이 투사된 것이다.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에서 각자 부모의 그림자는 그들이 관계를 발전시켜가는 과정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떤 여인은 결혼해서 남편과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 여인은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이 여인에게 아버지는 옆에 갈 수도 없는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데 이 여인과 결혼한 남자는 아내에게 친절하였다. 그래서 이 여인은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오히려 부부관계의 행복을 배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미 부모에게서 형성된 자아가 부부관계에 서로 투사되어 문제를 야기한다. 실제의 경우 부부 갈등이 현재 남편과 아내의 갈등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가 과거 겪었던 내면화된 상처를 투사하여 나타난 것일 수가 있다. 이러한 상호투사로 인한 작용이 일어나는데, 자신들은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몰라서 갈등이 증폭되어 마침내는 이혼을 궁리하게 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에 관련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난다. 어떤 남자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 의해서가 아니라 할머니에 의해 양육됐다. 대학교 시절에는 할머니가 서울까지 와서 뒷바라지를 하였다. 그의 부모는 자의반 타의반 자식에 대한 책임을 행사하지 않았다. 결혼 후 이 남자는 할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할머니를 중심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아내에게 그의 어머니상을 투사하였다. 그의 어머니가 할머니의 그늘 아래 있는 것처럼, 결혼생활도 아내에게 그의 어머니의 위치를 원했다. 그의 결혼생활은 많은 갈등 끝에 부부관계 중심으로 바뀌자 변하게 되었다.
어떤 여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아버지가 병마로 인해 돌아가시게 되었다. 여자가 결혼하여 남편이 나름 잘해주려고 노력해도 별로 만족함이 없었다. 아버지가 남자에 대한 기준이 되어, 그녀의 결혼생활을 지배하였다. 그녀는 많은 내면적 갈등 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완전히 떠나보내고 나서야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아담은 백삼십 세에 자기의 모양 곧 자기의 형상과 같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셋이라 하였고”(창 5:3)에서 보듯이 우리는 부모의 형상을 닮는다.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자신이 자란 가정과 현재 가정이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부모의 긍정과 부정의 모습을 파악하고 나와 배우자의 긍정과 부정의 모습을 찾아보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거의 경험이 자신의 인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깨닫게 되고, 배우자의 내면과 심리구조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또한 현재 부부관계 및 가정이 세워지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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