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허황된 한국 문화 엿보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면 많은 낯선 변화 앞에 당황하게 된다. 필자는 지난 여름 퇴계로 동대문 지역에서 거하게 되었는데, 저녁 9시가 넘으면 대로변 전봇대 주변으로 생활 쓰레기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적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먼저는 시각적 불쾌함이다. 서울특별시 중구 대로변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는 참으로 가관이다. 어떤 때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로 인하여 야단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외국인들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저녁이 되면 이렇게 쓰레기가 도로변에 넘쳐난다. 어느 후진국이 이러한 방식으로 도시의 쓰레기를 수거해 갈까?

필자가 사는 러시아는 아파트 지역이 아니어도, 동리 구석에 쓰레기통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 모두 모인다. 큰 가재도구나 재활용 가능한 것은 한쪽에 모아두면 된다. 공휴일이 되면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을 보게 되기도 하지만, 보통 생활쓰레기들은 이틀에 한 번씩 치워간다. 인구가 적어서 그런가? 아니다. 주의 깊게 살펴 보면 쓰레기 양이 적다.

한국은 불필요한 치장에 의지하다 보니 과포장을 비롯하여 쓰레기가 너무 많다. 지나친 소비문화와, 가난했던 지난 역사를 망각한 물질주의 영향 때문이라고 본다. 비실용적인 문제에 치중한 것인데, 이로 인하여 허례허식이 늘어나고 허황된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물이나 전기나 소모품의 사용량이 대폭 늘어났다. 물량도 소비도 넘쳐난다. 조금도 아까운 것이 없는 듯하다. 전기·수도세가 교차지불로 인하여 서민들에게는 비싸지만,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절약은 찾아 볼 수가 없는 듯하고, 보이는 대로 있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마구 써버리고 사용한다. 그런데도 소비진작이라는 말이 경제관료 입에서 나온다.

자본주의 시대에 경제활성화를 위하여 소비를 장려하고, 그로 인하여 나라가 발전한다는 취지로 국민들에게 세뇌교육을 시켰다. 모든 일에는 언제나 양면성이 존재한다. 발전을 이루는 대신에 지불하여야 하는 비용이 너무나 크다. 오늘의 시대는 지나친 소비로 인하여 인류의 자원이 심각하게 고갈되어가고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자연의 재앙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와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엄청난 숫자에 이르고 있다.

우리가 마구 뽑아 사용하는 휴지는 나무를 통하여 생산하지 않는가? 수많은 통나무들이 마구잡이로 벌목을 당하여 거대한 숲들이 사라져 간다. 그로 인하여 홍수가 발생하고 이상기온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인류의 재앙은 나의 손이, 인간의 허탄한 사고와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기초가 지켜지지 않는다. 도시 한복판 인도 위에 차량을 주차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통행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이지만, 그 누구도 관리하지 않는 것 같다. 금연구역이 설정되었음에도 공공연하게 피워대는 담배, 그 연기를 맡고서 지나가야 하는 시민들, 법을 만들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관리되지 않는다.

보행자 도로에 사람이 걸어가는데도 차는 달려든다. 러시아에서는 사람이 보행자 도로에 들어서면 10m 전방에서부터 정지를 한다. 어떤 때는 보행자 도로에 들어서지 않았는데도 차는 멈추어 서 있다. 나는 미안함과 동시에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인도가 아닌 차도를 건너는 사람을 보아도 차들은 어김없이 멈추어 선다. 개방 이후 운전자들은 사람이 지나는 것을 보면 오히려 달려들어 사람을 좇아내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무엇이 선진국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IT산업이 발달하고 인터넷 사용자가 많은 것이 자랑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선진화됐다고 하지 않는다. 좀 잘 살게 되었다고 하여 선진국이 아니다. 지도자들의 의식이나 국민들의 삶의 질은 많은 경우 수준 이하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로 인한 천민 자본주의가 판을 치고, 공의가 실종되고 정의가 죽은 사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환경에 대한 문제를 논하고 환경보호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신앙과 신학이 구원신학에서 창조신학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창조의 원리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1. 그리스도인은 창조의 질서를 보존하고 회복시키고 만들어 가는 자들이다. 파괴하는 것은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일 것이다. 창조적 질서 회복의 의미를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교회에서 가르쳐야 한다. 공공의 질서도 회복하여야 한다. 자기만 편리하고 좋으면 된다는 사고가 만연해 있다. 국민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구원받은 자들이 해야 할 사회적 사명이 아닌가?

2. 물질만능시대의 풍조에 따른 소비가 미덕이라는 세속주의를 타파하여야 한다. 근검 절약하는 청교도적 정신도 필요하고, 나의 모든 소비와 허탄한 생각들이 직·간접적으로 세상에 영향을 주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물질주의 세계관, 소비주의, 허탄한 사고방식을 버리는 훈련을 교회에서 시켜야 하는데, 찾아볼 수가 없다. 이것이 구원받은 백성들이 행하여야 하는, 세상에 대한 다스림이다.

3. 약간의 불편을 감소하고 견디는 훈련을 하여야 한다. 물질적인 환경이 좋아질수록 사람들의 인내심은 약해진다. 편리함을 맛본 이상, 인간의 본성을 견디고 참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아주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 병원에 가나 택시를 타나 여름날의 시원함을 누가 싫어하겠는가마는, 5분만 앉아 있으면 서늘함에 몸을 움츠릴 정도이다.

조금 온도를 조절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면 안 된다는 말을 한다. 공공재라는 생각 속에 마구잡이로 소비하는 경향이 많다. 도둑의 심리이다. 내 것이 아니기에 함부로 사용하고 소비해 버리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태도가 아니다. 저급한 물질만능시대의 산물이다.

그리스도인은 허황된 문화의 종속자가 되어서 무의식적으로 살지 말고, 그리스도의 문화를 창조하고 전파하고 영향력을 끼치는 문화의 산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으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작은 일이지만 세상을 책임지는 그리스도인의 삶일 것이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 (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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