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판타지-롬 1:28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심리상담센터 대표).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심리상담센터 대표).

결혼은 서로에 대한 무지 때문에, 이혼은 서로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한다고들 한다. 남자와 여자가 상대방에 대한 좋은 면만을 보고 잔뜩 기대하는 심리로 결혼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한 이후 여자와 남자는 열정이 식어, 상대방의 나쁜 면을 적나라하게 보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배우자에 대한 해석을 잘못해서 생기는 현상이 이혼이다. 

부부는 자신들과 배우자와의 관계성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비현실적인 기대는 현실을 직면하는 데 방해물이 될 수 있다. 부부가 결혼 초기 관계 성립에 있어서 상황을 인정하면 할수록 더 진전된 관계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된다.

행복한 결혼에 대한 판타지는 무엇일까? 부부가 서로 사랑한다면 항상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랑한다고 해서 전혀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갈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환상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부부관계이다. 

필자가 예전에 어떤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집의 아내가 “저는 남편과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마치 아무런 갈등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이 반영해주듯이 거실과 침실과 아이들 방 모두가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녀가 손수 만든 퀼트가 여기저기 집안을 아름답게 장식되어 집안을 빛내 주었다. 

얼마 시간이 지난 후에 그녀는 뜬금없이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어떤 죄라도 용서해 주실까요?”라고 물었다. 필자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 달이 지난 후 그 부부의 이혼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혼 사유는 아내의 외도였다. 결국 갈등을 외면한 채 행복한 겉모습만을 지닌 부부가,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필자가 예전에 다른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집의 아내가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이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기에, 너무 화가 나서 내 몸으로 방문을 부딪쳐서 문을 망가뜨린 적이 있어요”라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나는 내심 무척 놀랐다. 그녀는 화가 나서 텔레비전도 들었다 놔서 밑부분이 좀 파손되었다고도 말했다. 

그녀는 워낙 호탕한 성격이라 그런지 별 큰 일이 아니라고 하였다. 오히려 그녀는 자기 친구 중에는 자신보다 더한 사람도 있다고 하였다. 나는 다시 한 번 놀라며, 이 부부는 다음 번 싸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놀랍게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부부가 알콩달콩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부부의 경우 갈등에 직면하여 위기를 겪었으나 그 문제를 극복한 예이다. 

부부가 갈등을 극복하고 나면 서로에게 신뢰가 생기고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부부관계가 애정의 관계에서 실망의 단계로 변할 때, 최악의 상황에서 그 사람을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실망의 단계를 극복하여 새로운 만남이 되어 다시 상대방을 얻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갈등은 그런 의미에서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귀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느냐 이다. “또한 그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롬 1:28)에서 상실한 마음이 갈등을 유발 요인임을 말씀하고 있다. 결혼 판타지는 인간의 죄성을 인정할 때 깨어진다. 예수 그리스도를 내 안에 모심으로 갈등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창조적인 기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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