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신화는 하나의 전승적인 설화이다. 그러므로 신화는 신화일 뿐 현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가 우리들의 삶 속에 회자되는 것은, 우리의 정서에 위안과 소망을 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부부관계에 관하여 어떤 신화가 있을까?
옛날 하늘나라에 직녀라는, 하늘나라 임금님의 딸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울 뿐만 아니라 베를 매우 잘 짜서, 사람들은 그녀를 직녀라고 불렀다. 어느 날 직녀는 선녀들과 궁궐 밖으로 나갔다. 넓은 들판에 이르렀을 때, 소를 몰고 나온 아주 잘생긴 청년과 마주쳤다. 견우란 소를 모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직녀는 견우를 흠모하는 마음이 생겼고, 견우 또한 직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뒤, 견우와 직녀는 남몰래 만나서 이야기의 꽃을 피우며 사랑을 키우고 결혼까지 약속하였다.
하늘나라 임금님이 이 소문을 듣고 펄쩍 뛰며 버럭 화를 냈다. 직녀의 가슴은 견우 생각으로 꽉 차 있어서, 베 짜는 일도 그만두고 하루종일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임금님은 직녀를 불러 여러 번 타일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임금님은 견우에게 마음을 바꾸라고 다그쳤지만, 견우는 뜨거운 눈물만 흘릴 뿐 입을 열지 않았다. 화가 난 임금님이 견우는 동쪽으로 9만 리, 직녀는 서쪽으로 9만 리 떨어진 곳으로 보냈다.
두 사람은 은하수라는 깊고 깊은 강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게 되었다. 견우와 직녀의 눈물로 땅에 홍수가 나서 먹을 것이 없자, 온 동물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까치와 까마귀가 날갯짓을 하며 줄지어 있는 동안 견우와 직녀가 새들 머리 위를 걸어가 만나게 하자는 의견을 내자, 모든 동물들이 대찬성을 하였다. 이윽고 칠석날이 다가왔을 때, 까치와 까마귀들이 은하수 강가로 날아들었다. 서로 날개를 맞대어 길고 튼튼한 다리를 만들었다. 1년 동안 애타게 그리워하던 견우와 직녀는 까치와 까마귀가 만들어 놓은 다리를 건너 얼싸안았다. 이것이 바로 오작교(烏鵲橋)다. 두 사람은 이렇게 1년에 한 번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는 신화이다.
신화 속에서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은하수를 넘는 것은 단 하룻밤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견우성과 직녀성 사이의 실제 거리는 약 16광년으로, 빛의 속도로 16년이 걸린다. 아주 먼 거리라는 것이다. 이것이 신화와 현실의 차이이다.
부부 사이에도 신화는 존재한다. 부부신화란 부부 간의 관계에 서로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는 것이다. 학자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부부신화가 존재한다: 서로 사랑한다면 부부는 항상 행복해야 한다. 부부는 배우자와의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항상 서로에게 정직해야 한다. 부부는 모든 시간을 함께하고 혼자 이기적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기를 원해야 한다. 우리는 서로 지지하기 위해서 모든 문제에 동의해야 한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누구 잘못인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으므로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없다. 만약 공동 활동을 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친밀한 것이다. 우리가 함께 있는 동안은 친구나 가족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가족이나 사회나 미디어를 통하여 부부관계에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는다. 부부관계의 현실은 배우자는 연약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오직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라”(딤전 4:7)는 말씀과 같이 신화를 버려야 한다. 오직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는 것과 같이 사랑하기를 실행하는 것이다.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의 사랑은 영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신화이며 1년에 한 번 만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정말 행복한 결혼은 현실 속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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