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이것이 선교적 교회이다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모여서 예배하고 흩어져서 현장을 누비며 이런저런 사역을 감당하는 교회,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선교적 교회를 소개했었다. 오늘 한국교회는 곱게 차려입고 모여서 거룩한 예배를 하고, 은혜를 갈구하면서 몇몇이 모여서 교제하다가, 그리고 신앙적인 의무를 다 한 것처럼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형편이다.

아까운 고급 인재들, 재능들이 그대로 한 달란트 받은 자처럼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보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달란트를 묻어 두도록 만든 담임목사의 책임이라고 본다. 역동적인 성도로 만들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기 때문이다. 목사의 말에 ‘아멘’ 하고 순종하면 좋은 성도라고 치부하는,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태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교회의 본질은 선교이다. 이것은 성경을 통하여 여실히 나타난 사실이고, 신학적인 지식이 풍부해진 현대에 와서는 “선교 없는 교회는 죽은 교회”라는 것을 신앙생활 조금만 하면 다 배우고 알게 된다. 복음서와 사도행전과 서신서를 펼칠 필요도 없다. 성경의 모든 내용은 하나님나라로 이어지고 확장되어야 함을 설명하고 있지 않는가?

몇 년 전만 해도 선교는 교회의 대유행이었다. 너도나도 선교를 외치고, 선교여행을 하지 않으면 교회가 죽은 것처럼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갈 만한 현장은 다 둘러보고, 선교에 대한 외침도 시들해져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교회 재정이 줄어드니 1순위로 선교비를 줄이고 없애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구관은 버리고 신임으로 갈아타는 식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들의, 선교에 대한 무지와 엉뚱한 일에 대한 관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교회 하면 곧 담임목사를 지칭하게 되는데, 그만큼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담임목사의 성경에 대한 이해와 마음의 태도, 그리고 관심에 의하여 선교가 결정되고, 담임목사가 바뀌면 선교가 교회에서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을 쉽게 보게 된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의 본질이 담임목사의 태도와 성경의 이해에 따라서 훼손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주께서 많이 선생되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은, 연자맷돌을 목에 걸어야 하는 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한국교회의 암울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선교적 교회를 제안하고 싶다.

교회의 수많은 인재들과 은사를 가진 풍부한 자원들을 세상 속으로 파송하라는 것이다. 주일 오후만이라도 세상이라는 현장 속으로 보내어서, 주일에 받은 은혜를 나누고 실천하도록 배려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선교적 교회의 모습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성도를 대부분 앉아서 맨날 은혜만 받아먹는 명목신자로 만들어 놓았다. 역동적인 신앙은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첫째, 각 교회들이 지역의 작은 교회를 방문하여 그들과 함께 예배하고 격려하고 주일학생들을 지도하는 ‘재능 공유’는 어떨까? 중·대형교회를 빼면 작은교회들은 인적 자원이 없어서 항상 고민하며 허덕인다. 그들에게 그룹별로 나누어서 예배에 함께 참석하고 봉사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훈련을 하는 것 말이다.

내 교회만 잘 되고 은혜로우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지체이다. 그래서 내 교회가 아닌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우주적 교회 공동체를 돌아보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면 교회는 훨씬 더 힘이 있어지고 나눔을 통하여 살아날 것이다.

서울의 어느 교회는 교인들을 수백 개의 팀으로 나누어서 어려운 이웃 교회로 파송하고, 거기서 봉사하고 헌금하는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일에 동참하고 헌신하면 한국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늘 한국교회는 너무나 옹졸하다고 할까? 넉넉함과 여유가 없다. 자기 교회가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이상한 신앙인들로 만들어 놓았다.

둘째,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살피고 찾아서, 봉사의 현장으로 보내도 것도 좋을 것이다. 독거노인 문제는 100세 시대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가 속한 동리의 독거노인을 조사하고, 그들을 찾아서 심방하고 방 청소도 해주고 과일도 사다 주면서 위로할 수 있다면, 교회는 새로운 힘으로 넘쳐날 것이다. 국가가 기본적인 복지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면, 교회는 생명복지를 겸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훈련을 하면 안 될까? 교회 모임 때문에 갈 시간이 없어 어려운 일인가?

교회 성도를 그룹으로 묶어서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하여, 연중 행사가 아닌 평상시에 섬길 수 있는 길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필자는 젊은 시절에 SOS(save our souls)에서 삼촌 노릇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여 아이들과 가족이 되어줬던 경험이 있다. 그냥 친구가 되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삶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종교적인 행사가 아닌, 가난한 자와 고아와 과부 즉 소외된 이웃을 향한 교회의 역할일 것이다.

셋째, 교회의 기존 건물과 장비들과 인재들을 활용하여 각종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명의식만 분명하면 무엇이든지 고민하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1주일 내내 문 걸어 잠가, 가장 좋은 위치에 놓인 비싼 건물과 고급 장비들과 귀한 재산들을 죽이지 말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선한 열매를 맺도록 하여야 한다.

세상을 향한 섬김과 봉사가 없으니 교회가 힘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교회 식당에서 봉사하는 것은 자기들 먹는 것인데, 그것을 봉사한다고 생색을 낼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이 없고 무관심해서 그렇지, 교회가 세상 속에서 할 일은 얼마든지 있고 넘쳐날 것이라고 본다.

중·대형교회들은 허탄한 일에 많은 재정을 낭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교회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비본질적인 사역에 매우 많은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청지기 의식이 없다고 할까? 내 돈이 아니기에 마구 사용하고 눈먼 돈으로 취급하기에 생각없이 지출하는 일들이 매우 많다고 느낀다.

연말이 되면 각 부서에 편성된 남은 예산을 다 소비하려고, 선물을 사거나 뷔페 식당으로 전전한다. 먹어서 치우는 것이다. 남은 예산을 이양하면 신년 예산이 줄어든다는 생각인데, 전형적인 세속화 현상의 한 모습이다. 사회의 풍조가 교회 안에 들어온 대표적인 실례일 것이다. 한국교회가 몽학 선생이 되어 교인들을 죄짓게 하지 말고, 살아있는 선교적 교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현장의 소리,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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