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의 힘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강선영우울증치료연구소 대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아픔이 있습니다. 지난 4월 세월호의 참상, 그 가슴 아픈 사연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고생인 황지현 양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지현 양의 18번째 생일 전날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7년여 만에 가진 늦둥이 외동딸이, 주검이 되어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애통함이 얼마나 사무칠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부모님이 외동딸의 마지막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켠 사진을 보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엄마는 매일 딸을 삼킨 바다 앞에 밥상을 차리며 딸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 엄마의 심정을 곱씹으며 같은 엄마로서의 애절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식을 잃은 고통에 절규하던 내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막내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속절없이 잃고 미친 듯 목 놓아 울부짖던 어머니. 그리고 지현 양 어머니의 애통한 울음소리…. 그 장면을 미디어로 보면서 세상의 모든 어미는 함께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언어로도 그 슬픔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스산한 가을의 막바지에서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다는 것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으로 자식을 잃고 평생 방랑자가 된 어떤 아빠의 사연, 성수대교가 무너져 딸아이를 잃고 수십 년이 흘러도 상흔이 가시지 않는다는 어느 부모의 사연들…….

어떻게 잊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잊지 말고 슬픔 속에서 추억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서둘러 잊고 묻어두려고 할수록 가슴엔 멍이 들고 심리적 병이 깊어지게 됩니다. 제발 잊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그 사랑이, 자식을 가슴에 묻고 눈물로 추억하면서도 살아가는 힘을 주게 되길 기도합니다. 

애도의 긴 시간이 흐른 후에, 지현 양의 부모님이 더욱 서로 사랑하며 딸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또다시 삶을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슬픔이 세찬 강물처럼 영혼 한가운데를 흐른다 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은 그만큼 힘이 셉니다. 먼저 간 딸도 그것을 원할 것입니다.

유가족들이 모이고 서로의 슬픔을 함께 슬퍼해주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상처를 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가족이 아니라도 가까이 있는 분들이 아무 말 없이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진한 아픔을 조금은 희석시키고 치유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가을의 바람 한 줌이 초겨울의 작은 문틈 사이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낍니다. 새로운 슬픔이 밀려와 낯익은 슬픔을 밀어댑니다. 죽음의 이별, 이 세상의 끝에서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잔인한 이별이 이 땅을 슬픔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슬퍼해주는 일 뿐이군요…. 

아, 하나님. 이 땅에 이렇게 참혹한 비극이 왜 일어납니까! 이 참혹한 비극의 뒤에 살아남아야 할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주세요. 이토록 ‘연약한’ 인간의 ‘위대함’이 이러한 ‘사랑의 힘’ 때문임을 깨닫게 해 주세요. 죽음을 초월하듯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어 또다시 살아갈 힘을 주세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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