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현장 사역 이야기 -전도자의 길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모스크바 북동부 지역, 1천km를 올라가면 타이가가 시작되는 지점이 나온다. 타이가는 인간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러시아의 거대한 숲을 이르는 말이다. 신앙을 지키려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 수하베스보드노에 지역에서 유형을 살았다. 여기서부터 유배지가 시작되어 시베리아까지 확장되었다고 한다.

‘하나님’이라는 말 한 마디에 끌려가서 5년형을 선고받고,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다가 잡혀가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고, 수많은 사람들이 출구 없는 이 거대한 숲의 한복판에서 소리 없이 일생을 마감하였던, 그 후손들이 신앙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을 찾아갔다.

얼마나 깊은 숲인지 수십km를 달려가도 차량이 보이지를 않는다. 눈보라 치는 어두운 길, 울퉁불퉁한 도로 뿐이다. 이곳은 지금도 늑대와 곰이 출몰한다고 한다. 주일 오후 가정교회 예배를 위하여 4시간을 달려갔다.

긴 도로를 달리면서, 믿음을 지키기 위하여 갇힌 사람들의 피눈물과 억울한 고통과 소망의 죽음, 그리고 믿음과 인내를 보았다. 사람들을 만나서는 그들 속의 순수한 믿음을 보았고, 마음속에 엉켜있는 고통과 삶에 찌든 어두운 얼굴을 보았다. 말씀을 들으면서 감사하며 눈물을 한없이 닦아내는 모습을 보았고, 내일을 알 수 없는 삶의 막막함 속에 갇혀 있음을 보았다.

그곳에는 외지 사람들이 전혀 들어온 적이 없어서 그들의 환영은 남달랐으며, 외국인이 전하는 메시지와 가르침은 현지인들이 가르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인 것을 보았다. 어디를 가나 말씀에 대한 관심과 갈급함이 매우 크니, 이 시대는 말씀이 부족한 시대이다.

우리 민족도 복음이 들어오기 전, 무지함과 고집과 우상숭배로 소망이 없는 인생을 살았으나, 외국인 선교사의 전도와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인하여 엄청나게 변화되어 도전과 능력의 삶을 살게 된 것을 안다. 그래서 우리는 복음에 빚진 자의 삶을 살게 됨으로, 여기저기 많은 선한 역사를 이루고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빚진 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사명자의 길은 편안함과 게으름을 타파하는 일이 우선이다. 일꾼이 일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지금은 힘써 일할 때이다. 쉬지 말고 어두운 밤 오기 전에 더욱더 일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일제의 압박을 당했던 것처럼, 언제 다시 어둠이 찾아와 세계 곳곳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러한 징조를 느낄 때에 경성하여 주의 일에 힘을 다하여야 하는 것이다. 기회가 항상 주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이번 지방순회 전도사역을 행하면서, 교회가 든든하게 세워지고 말씀 속에 자라도록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생각하며 깨닫는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찾아가 저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고 함께 기도하니,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자라게 하시는 이는 오직 주님 뿐이다. 우리는 그 길을 예비할 뿐이다.

곳곳마다 말씀이 부족하고 도전이 없어서 갈증이다. 사실 이렇게 수천km를 달린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을 떠나는 것에서부터, 낯선 환경에 적응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숙소가 편한 것도 아니다. 음식이 입에 맞는 것도 아니고, 추위를 견뎌야 하고, 장시간 밤 늦게 이동하는 일이 피곤하고 위험하다. 이를 위하여 수많은 재정이 소비된다.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훈련받은 사역자를 보낸 것이 아닌가? 현장의 선교는 발로 뛰는 사역이다.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하여 편리함과 안락함에 젖어 게을렀던 것을 생각하며 회개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었다. 역시 사역자는 현장을 누비고 현장이 살아 있어야 한다. 거기에서 새로운 생각과 도전이 생기고, 사람들과 만남 속에서 비전이 생기게 된다. 8일 동안, 시·군·면소재지를 돌아서 오니 3,200km를 달렸다. 대장정이다.

한국교회가 한 일은 무척 크고 많다. 그러나 아직도 할 일이 더 많고 복음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부지기수인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 때를 위하여” 한국교회에 복음의 역사를 이루시고 부흥을 이루셨다. 이제 그 은혜와 사랑의 빚을 갚는 길만이 남아 있다. 한국교회가 더욱더, 기도하는 만큼 믿음으로 도전하기를 기대한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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