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갈멜산 이야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우체국에서 전화가 온다. 한국에서 소포가 왔다고. 누가 보낸 것일까? 현장에서 20년이 지나면 거의 잊혀져가는 존재인데, 소포가 왔다는 소식에 궁금해진다. 아침 일찍 소포를 받는다. 중간 박스, 발신처가 명확하지 않아 개봉해 보니, 서울 근교의 갈멜산기도원에서 온 것이다. ‘아하’ 기대가 된다.

갈멜산기도원에서는 해마다 전 세계 선교사들에게 이렇게 성탄 선물을 보내온다. 기도하러 온 성도들이 한 선교사 가정씩에게 보내는 것인데, 그 대상이 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른다. 포장을 뜯으니 새로 나온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떡라면으로 시작하여, 냉면, 카레, 짜장, 울릉도 취나물, 위생장갑, 김, 찰떡, 당면, 떡국, 남녀 속옷, 책 한 권, 연간 수첩 등.

현지의 필요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아기자기하게 소품들을 꾸민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지혜로운 선물인 것을 금방 느끼게 된다. 가족이 둘러 앉아 선물을 꺼내면서, ‘와~ 이런 것도 보냈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한다. 작은 고사리 말린 것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또다시 살펴보니 “우리 엄마 명이절임” 캔이 들어 있다. 멸치볶음이 들어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축복하고 한국의 맛과 사랑을 먹는다. 이렇게 구구절절 기록하는 것은 선교 후원의 방법이 생각하기에 따라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소개하고 싶어서이다.

갈멜산기도원에서는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렇게 세심하게 챙겨서 보낼 것인가? 친구들이, 연세 드신 부모들이 이렇게 보내겠는가? 전 세계 선교사 가정에 얼마나 기쁨이 되는지 모른다. 필자는 벌써 여러 번 이렇게 선물을 받는다. 몇 년 전 처음 받아들고는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해가 갈수록 가치가 귀한 것임을 느낀다.

현장에서는 성탄절이 되어도, 새해가 되어도, 그 누가 작은 것이라도 들고 와서 대접하거나 나누는 일이 없다. 오히려 내가 선물을 준비하여 현지 목회자들에게 베풀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선교사들의 입장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를 기억해주고 기도해 주고 이렇게 귀한 선물을 보내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기쁘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메모장을 보면서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느낀다. 신앙이 이렇게 서로 위로하고 함께하는 것임을 생각한다.

이제 한 주간이 지나면 둘째 아들이 군에 입대를 하게 된다. 추운 겨울에 훈련받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더구나 서울에서 혼자 임시로 거처하다가 훈련소에도 혼자 가야 한다. 러시아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졸업해 한국에 친구들도 없다. 우리 가족은 멀리서 기도할 뿐이다.

어떤 집사님이 전화 와서 아들을 훈련소까지 데려다 준다고 한다. 엄마 대신 엄마 노릇을 하겠다고 자청한다.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지, 첫째 아들 군 입대 때에도 우리는 멀리서 기도만 하였는데,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아직도 군 복무 중인 큰아이가 군에서 휴가를 나와도 멀리서 전화만 받을 뿐이다. 이것이 선교사의 삶인가 보다. 이렇게 자녀들을 돌보고 필요할 때에 작은 힘이 되어주는 후원 방법도 있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나이 만큼이나 세월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한 해 동안 한국선교를 위하여 기도해 주시고 수고해 주신 여러분들께, 성탄의 기쁨이 가정과 섬기시는 교회 위에, 그리고 하시는 일 속에 충만하시기를 기도한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주님의 사랑과 인도하심이 있기를 위하여 바라며, 갈멜산기도원을 축복한다. 사랑의 후원자들을 축복한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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