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방어-창 3:12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심리상담센터 대표).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심리상담센터 대표).

사람들은 자신이 공격을 받는다고 느낄 때 본능적으로 방어적이 된다. 특별히 자신의 자존심, 자신이 믿는 가치나 진리가 위협받을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지나친 자기방어는 인간관계를 파괴할 수 있다.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한 사람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격렬하게 자신을 옹호하면, 타협이 아닌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싸움이 되고 만다.

건강한 관계의 사람들은 건설적인 비판을 하고 논쟁을 하며,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점을 모색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기방어적인 사람은 이분법적 논리가 마음 속 깊이 뿌리 박혀 있어서 상대방을 동지 아니면 적으로 간주한다. 상대방을 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이길 때까지 방어를 하게 되어 관계는 끊기게 된다.

방어를 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상대방이 단점을 지적하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에 바쁘다. “왜 이렇게 약속 시간마다 늦니?”라고 지적하면, 미안하다는 말 대신 “차가 막히고, 전화가 오고, 시간을 잘못 보았어”라고 사실이 아닌 변명을 한다.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고 변명을 통해 자기 행동을 합리화한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상대방이 화를 내면 오히려 오해를 했다고 상대방을 지적한다. “너는 낮에 술을 먹고 네 할 일은 왜 안 하니?”라고 화를 내면, 자기 일을 안 하는 것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술 먹는 것도 내가 일하는 것 중에 포함돼. 너는 얼마나 네 일을 잘하는데 그래?”라고 한다. 이렇게 상대방이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기 못했다고 우기는 것이다.

상대방이 못마땅한 점을 불평하면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린다고 반박한다. 상대방에게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당신이 요즘 돈을 아껴서 썼으면 좋겠어. 너무 계획 없이 쓰는 것 같아”라고 하면, 절약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대신에 “이 사람이 제정신이야? 물가가 얼마나 비싼데 그래. 돈을 쥐꼬리만큼 벌어오면서”라고 대응한다.

상대방이 비판을 거두어들이지 않으면 싸움을 멈추고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는다. “또 술 마시고 늦었어?”라고 아내가 말하면,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 문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관계에서 물러나 귀를 닫는다.

상대방이 “절대”, “여태”라는 말을 사용하면 그의 주장을 무력화하는 예외적인 상황을 들고 나온다. “너는 절대 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비난하지 마”라고 하면, “너도 저번에 그랬잖아”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비판을 무력화하는 예외를 언급한다.

정직하게 자신을 돌아볼 때, 상대방의 도전에 대하여 이러한 식으로 반응한 적이 많았다면, 지나친 방어자세로 인한 ‘인간관계 파괴자’라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 발끈하고, 자신의 고집에 매달리며, 상대방을 이기려고 계속 다툼을 벌인다면, 관계는 악순환된다.

지나친 방어자세를 인정한다면 행동은 쉽게 고칠 수 있다. 방어적인 행동을 바꾸기 위한 첫 단계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옳지 않은 일까지도 받아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행동보다 자신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창세기에 하나님을 명령을 어긴 아담과 하와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담은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2)에 대답하였다. 하와는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3)라고 대답하였다. 아담과 하와는 방어적인 자세로 자기 책임을 회피하였다.

지나친 방어적 태도로는 승리를 얻는다고 해도 서로 손해 보는 게임이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지나친 방어적인 태도를 수용하는 자세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지 않고 잘 듣고, 자신을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방어적인 다툼을 오히려 서로 이해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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