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툰드라 이야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필자는 지난 1월 러시아의 북극 툰드라 지역을 다녀왔다. 모스크바에서 북쪽 열차의 종착역인 보르꾸따 도시까지 거리가 2400km, 왕복 4800km. 4일 동안을 기차에서 보내게 된다. 거기에서 다시 스키를 타고서 툰드라 지역, 왕복 240km를 달려 갔다 왔다. 툰드라는 얼음덩어리의 땅을 말한다. 아무 것도 자라지 않는 곳, 이곳에서는 해가 아침 10시에 떠오르다가 오후 2시면 진다.

툰드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작은 민족으로, 사슴을 먹이면서 삼각텐트를 치고 떠돌이 삶을 산다. 그곳은 영하 40-50도가 기본이다. 내가 방문할 때에는 비교적 양호한 기온이었다. 영하 40도 정도의 기온에 북서풍이 초속 5m정도로 불었으니 아주 좋은 상황이라고 한다. 회오리 바람이 일지 않기 때문이란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과 경험에 따라서 자기가 보는 대로, 아는 대로 환경을 해석하기에 그렇다. 3초도 맨손을 내놓을 수가 없다.

500여명 남은 민족, 그 중 42명이 현재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신앙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함께 예배하고 대화하면서 성경 말씀에 익숙한 우리와 똑같은 신앙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은 들판을 이동하면서 다니기 때문에 예배나 성찬식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사역자가 100km 얼음길을 달려와서 이렇게 매번 성찬식을 인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삼각텐트, 가죽을 양면으로 대어 만든 것을 조립한다. 이것을 설치하는 데 고작 35분이면 된다고 한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세 번씩 이런 일을 반복한다고 한다. 천막 내부에는 난로 하나가 있다. 그리고 몇 가지 냄비와 빵 조각들이 전부이다. 아이들도 네 명이나 보인다. 부모와 더불어 대가족이 함께 산다. 다른 천막에는 아이들이 다섯 명이다. 어떻게 살아갈까?

한 부모는 아이를 스키에 태우고 이동하였는데, 나중에 목적지에 도착하니 아이가 없었다고 한다. 썰매에 매어놓은 두 살배기 아이가 길을 가는 중에 흔들려서 떨어진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한다. 어떤 때는 흰곰이 와서 아이를 삼켰다고 한다. 이래서 아이 둘을 잃었다고 한다. 기기 막힌 인생이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는 모든 길과 흔적을 지우고, 1m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고 거대한 눈 산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광야에 길이 없기 때문에 스키를 타고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돌아가는 길에 전동 스키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완전 얼음덩어리 광야에 덩그러니 멈추어 섰다. 불빛 한 점 보이지 않는다.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기가 찬 일이다.

앞서 가던 팀이 되돌아왔다. 이들은 팀으로 움직인다. 그래야 비상시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오리 몰아치는 영하 50도의 어두운 눈보라 속에서 수리를 시작한다. 익숙하지 않은 광경에 숨이 막힐 뿐이다.

내가 쓴 안경은 얼어서 앞이 보이지를 않는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찬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그러면 즉시 얼굴이 얼게 되니, 이래저래 참 숨막히는 상황이었다. 한 시간을 광야에서 수리를 하더니 드디어 시동이 걸린다. 광야의 얼음 골에서는 모든 것이 단순하지가 않다.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할까?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툰드라에서 생긴 일이다.

우리는 문명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너무나 한량한 생활을 하고 있다. 과학이 가져다 준 덕분일 것이다. 지구 한편에서는 이렇게 살아간다. 신앙생활을 하기 위하여 몸부림치고, 그들을 위하여 왕복 200km의 얼음광야를 다니는 이들이 있다. 사명이 다르다고 하겠지만 목적은 같은 것이 아닌가?

광야를 달리다가 길을 잃으면 엉뚱한 곳으로 한참을 헤맨다고 한다. 특유의 감각으로 길을 찾지만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회오리 때문이라고 한다. 한번은 얼음 골을 달리다가 4m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을 고비를 넘기고, 눈썰매는 강물 속에 빠지고, 한 달간에 걸쳐서 눈을 치우고 얼음덩어리를 톱으로 자르고 2m 웅덩이를 파면서 그것을 찾아내었다고 한다.

한 교회에서 말씀을 나누었다.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23세부터 시작하여 25년 동안 살아오면서 갈등하고 고민하였던 문제를 오늘 말씀 속에서 해답을 얻었다”고 한다. 나는 문득 어떤 말씀이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하나님께 감사하고 헤어졌다.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말씀이 듣는 사람에게 이렇게 인생을 변화시키는 핵심이 된다는 사실에, 말씀의 능력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된다.

사명이라는 것은 이처럼 위대하고 강한 것이다. 참으로 훌륭한 사역자들의 삶을 보게 되니 감사할 뿐이다. 그 동안 안일했던 삶을 생각하기도 하고, 온상 속에서 살면서 이런저런 일에 불평하고 만족함을 모르고 살았구나를 느낀다. 우리도 나름대로 열심으로 일을 한다. 바른 목표를 가지고 나아간다면 하나님의 나라는 여기저기에서 확장되어 나갈 것이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모스크바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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