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시니어 라이프 32]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는 일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작년 11월, 모든 야구 일정이 끝나고 조용하던 야구계에 뜨겁게 감자처럼 수많은 이슈를 불러왔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수년째 하위권을 맴돌던 한 프로야구팀이 71세 고령의 야구인에게 3년간 팀을 맡아달라 했고, 3년째 프로야구계에서 떠나 있던 그 야인이 국내에 10명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으로 복귀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바로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입니다. 

남들은 모두가 은퇴를 생각하는 나이에 다시 현역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은퇴를 했던 한 사람이 다시 일터로 돌아올 때에는일단 모두가 공감할 만큼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가 더해져야 함은 물론이며 본인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야구인으로 60여년간 쌓아왔던 그간의 명성들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만큼 열악한 상황의 팀이었지만, 70세가 넘은 노년의 야구인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에너지까지 모두 다 모아서 태워버릴만한 열정으로 야구판으로 돌아왔습니다. 

은퇴 시기를 넘긴 시니어가 다시 본업으로 돌아오는 일은 김성근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할수 있을겁니다. 또한 특수한 환경의 야구계와 일반 산업 업계를 일반 비교하는 건 무리수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대한민국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기에 자신이 젊음과 에너지를 다 바쳐 헌신했던 과거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김성근 감독은 현재 자신의 팀과 각 선수들의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알았으며 보완해야 할 부분 또한 냉철하게 짚을 줄 알았습니다. 화려한 명성을 갖고 있는 선수들의 단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으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 선수들이나 나이가 많아 뒤로 밀려나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노장들의 장점을 찾아 팀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 사용했습니다. 

시니어에게도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판단은 매우 중요합니다.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대의 자신과 시간이 흐른 뒤에 현재의 자신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화려했던 과거의 경험이 현 시점에서는 소통 불가 어르신으로 비쳐질 수도 있고, 크게 생각해본 적 없던 과거의 경험이나 소박한 성품들이 때로는 큰 강점으로 어필이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주변 지인이나 컨설팅 업체를 통한 자기 자신의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성근 감독의현재 능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달성 가능한 목표 설정으로 이어졌으며, 목표를 위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힘과 능력을 집중시켜 목표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합니다. 프로선수들에게 중·고교 때나 받아봤을만한 단순한 훈련들을 수백차례 반복시킨다고 하죠.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설정된 목표, 나은 성적을 위해서입니다. 또, 그는 경기 중에 잦은 투수 교체와 수많은 작전을 지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경기 시간을 지연시키고, 재미없는 경기를 만든다는 평가를 듣지만 김성근 감독은 그런 평가에 개의치 않고 투수 교체와 작전의 야구를 펼칩니다. 그 이유 역시 간단합니다. 이기기 위해서이죠. 

시니어들에게도 동일합니다. 다시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목표가 세워졌다면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되어있어야 합니다. 문서와 서류철의 세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고 현대는 빅데이터와 모바일, 클라우드처럼 단어도 생경한 세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이런 것들을 배우기에는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굳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배우는 게 창피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배우지 않으면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을 조금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조금 더 열심히 노력을 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비지팅엔젤스 광진지점 김주민 지점장. ⓒ비지팅엔젤스 제공
▲비지팅엔젤스 광진지점 김주민 지점장. ⓒ비지팅엔젤스 제공

비지팅엔젤스 광진지점 김주민 지점장은 “은퇴 이후 시니어가 다시 취업을 하거나 창업 통해 다시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각종 정부 지원 사업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기업들에서도 많은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안다. 용기를 갖고 도전을 하고,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새로운 곳에서도 젊을 때 못지 않는 활약을 하는 시니어가 될걸로 생각된다”고 전해왔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이미지는 냉철하고 혹독해 보이는 고령의 노인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선수들은 엄하기만 할 것 같은 김 감독을 무척 잘 따른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높은 강도의 훈련과 수많은 주문들이 결국 그 선수들을 성장시켰고 팀 성적 상승과 개인 연봉 상승이라는 달콤한 보상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 목표가 아닌 팀 전체와 구성원 개개인이 함께 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있었기에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니어들도 사회에 진출함에 있어, 자기 자신의 금전적인 목표 뿐만 아니라 이 세대와 이 사회를 위한 자그마한 초석을 놓는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다시 찾은 현장에서 밝은 빛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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