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여성의 상처가 가져오는 불행을 막기 위해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최근 한 사건이 우리나라를 들끓게 했다. 동영상에 나온 한 장면, 한 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짜리 여자아이의 뺨을 후려치자, 그 조그만 아이가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자신이 흘린 김치 조각을 줍는…….

나는 잠시 동안 숨을 쉴 수 없었다. 얼마나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으면 폭력을 당했는데 울지도 못했을까. 어린아이는 두려움을 느끼거나 아픔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소리 내어 울게 된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아이들도 아무도 울지 않았다. 모두 무릎을 꿇고 교사의 다음 행동을 주시하며 무서워 떨고 있었다.

그 교사의 폭력적인 행동에 공분이 일며 지탄을 하느라 온라인 공간과 미디어들마다 떠들썩하지만, 폭력에 관대한(?) 우리 사회에서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뇌리에서 금방 사라져버릴 작은 사건에 불과하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울지도 못할 정도의 공포가 덧씌워진 깊은 상처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상처가 깊어져 공포와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그 아이들을 치유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어렸을 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에까지 그 상처는 무섭게 파생되고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간다.

K씨는 결혼을 앞두고 우울증과 불안증이 심해져서 나를 찾아온 케이스다. 그녀는 살아오는 동안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결혼을 앞둔 지금도 행복하지 않고 우울과 불안이 더욱 심해졌다고 했다. 가까운 지인들은 결혼을 앞둔 미혼 여성이 흔히 겪는 심리적 문제라고 일축했지만, K씨는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혼 이후에도 이렇게 불행한 기분으로 산다면 배우자와 자녀들까지 불행하게 만들 것 같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해결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히고 힘든 걸음을 했다고 말했다.

K씨의 아버지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거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심하게 욕설을 하거나 손바닥으로 뺨이나 머리 등을 가리지 않고 분이 풀릴 때까지 때렸다고 했다.

아동기·청소년기를 지나오는 동안 계속된 신체적·정서적 학대는 깊은 트라우마로 자리잡았고, 사람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키워갔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보이지 않았고, 향기로운 꽃들의 향기도 맡지 못했다. 마음에 캄캄하게 드리운 흑암은 서른 해가 넘도록 이어졌다. 

남자를 무서워했지만 다행히도 착하고 좋은 남자가 한결같은 태도로 K씨의 마음을 두드렸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K씨는 그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였고 곧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혼을 앞둔 신부의 설렘과 행복 대신에 불안이 더 크게 밀려왔다고 했다. K씨는 용기있게 치유의 기간을 인내심을 가지고 임했고, 예비 남편과 함께 상담을 받으며 마음의 상처와 병을 날려보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폭력을 당하면 마음 속 깊이 공포가 자리잡게 되는데, 이러한 내적 불안은 행복한 기분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나를 보호해 줘야 하는 대상이 행한 폭력은, 더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어린아이들에게 ‘대리 엄마’의 역할을 맡은 보육교사의 폭력, 나를 보호해주고 돌봐줘야 할 아빠나 엄마의 폭력은 치명적이다. 살아도 산 느낌을 가지지 못하고 ‘죽은 목숨’ 같은 느낌으로 살게 된다. 치유되지 않는 한 그런 느낌은 죽는 날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사는 내내 ‘나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과 함께 끊임없이 자책하고 자학하게 된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상처는 무의식을 점령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에게 ‘너는 왜 그 의지가 없느냐, 너는 왜 정신력이 그렇게 없느냐’라고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우선 어린 시절부터 그대로 남아 있던 상처의 쓰라린 느낌부터 알아 주고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오래 전 일이라고 잊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잊어버리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상처의 기억은 시간의 흐름을 멈추고 10년, 20년이 흘러도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것을 기억하자. 나는 네 살짜리 그 어린아이의 공포를 잘 알고 있다!

아무도 나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공황상태의 그 공포를 어린아이가 어떻게 이겨낼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공포는 온 생애를 장악한다. 만일 공포를 겪었더라도 누군가 건강한 사랑과 돌봄으로 다시 보호해 준다면 상처는 금세 치유될 수 있다. 

인간의 불행은 보호자인 부모가 상처를 주고 나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대부분은 알지 못하거나 부정한다. 자신이 나쁜 부모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저항한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다. ‘미안해!’라는 말이 때로는 강력한 치료약이 되는데도. 

상처와 함께 자라 성인이 된 여성은 자신의 아픔을 견디느라 에너지를 다 소진하게 되고, 결혼 후에는 자신이 좋은 아내와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자책이 심해지고 우울은 깊어진다. 

모든 상처는 우울증을 키우는 영양분이 된다. 따라서 치유되지 않는 상처의 저변에는 우울이 곰팡이처럼 번져나가는 것이다. 그런 상태의 삶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여성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치유되고 행복해져야 한다. 엄마, 어머니…! 이 이름보다 인간의 생애에 중요한 대상은 어디 있을까. 

치유는 남성들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치유된 남자가 여자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고, 상처 입은 여자를 치유해 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의 치유다. 이 치유는 하나의 새로운 가정을 행복하게 세워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더 나아가, 여성은 치유되기 전에는 엄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처 입은 엄마들이 상처투성이 아이들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또다시 상처받는 아이들을 양산한다. 

성경의 이 구절을 상기해 보자. “하나님이 네 모든 죄악을 사하시며, 네 모든 병을 고치시며, 네 생명을 파멸에서 구속하시고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시며,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케 하사 네 청춘을 독수리같이 새롭게 하시는도다(시편 103편 3-5절)” 

이 말씀을 믿고 의지하고, 믿음을 가지고 치유로 나아가자. 누구든 당신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한 사람이 당신의 주위에 있을 것이다. 눈과 마음을 크게 뜨고 치유자를 찾고 도움을 받자. 치유를 이루고 나서, 아름답고 행복한 여성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지상의 모든 여성들이 행복한 아내, 행복한 엄마의 소명을 꼭 이루길 간절히 기원한다.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강선영의 힐링카페 http://cafe.wowcc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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