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꺼지는 저녁 으슥한 시간에 보면 동네마다 재활용으로 배출된 종이를 줍고 다니는 시니어들을 심심치 않게 볼수가 있습니다. 폐지를 모으면 재활용센터 등에 팔아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른바 ‘폐지 줍는 노인들’ 입니다. 소일거리로 폐지를 줍는다는 시니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그 폐지 줍기를 통해 번돈으로 근근히 생활비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 ‘폐지 줍는 노인’이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 노인 빈곤률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지난 6월 <2014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사회통합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한국의 노인빈곤율 축소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며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을 통한 노인층 지원도 취약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들의 빈곤율은 49%로 OECD 평균인 13%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OECD는 작년부터 시행된 기초연금 확대 실시에도 불구하고 노인빈곤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거라는 평가를 내놓았는데 이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가 중복으로 지급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최극빈층에게는 기초연금 확대실시가 직접적인 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경제 불황이 이어지며 폐지와 고철의 싯가가 크게 떨어져 ‘폐지줍는 노인’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달동안 500kg~1톤에 달하는 폐지를 모으지만 실질적으로 소득으로 받는 돈은 5~10만원에 불과한데 그 이유는 폐지1kg에 70~80원 사이에서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폐지 1kg당 150원 가까이 쳐주었지만 폐지 수거 업체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면서 업체들도 가격을 높게 쳐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벌이 뿐만 아니라 노동을 하고 있는 환경 또한 열악해 이들은 하루 3~4시간 이상 동네 구석 구석을 다니면서 집 집마다 내놓은 폐지를 모으러 다니는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리어카 등을 늘 끌고 다니기 때문에 교통사고나 낙상사고, 찰과상이나 긁힘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이들이 65세 이상의 노령의 나이임을 고려하면 한번 다치면 추가적인 병원비 지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폐지줍는 노인은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과 더불어 인권적 관점으로 볼 때 건강권, 안전권,경제권, 노동권, 문화생활권등의 기본적인 사회권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이 ‘폐지줍는 노인’들을 빈곤노인 문제로 받아들여 사회 모두가 동참하여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공론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안전을위해서 형광조끼 지급이나 운반도구에 반사경 부착 지원 등의 방법부터, 폐지를 함께 수거하는 협동조합 설립 등을 통해 폐지의 안정적인 수급과 마진없는 수익 분배 등으로 직접적으로 수입을 증가를 목색하는 방법까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여기면서 바라보고 있는 추세로 바뀌었습니다.
비지팅엔젤스 강북미아 지점 김영희 지점장은 “사회에서 극빈층을 위해서 많은 제도적 혜택을 주고 있고, 장기요양보험에서도 기초수급자이신 등급자 어르신에게 국가에서 본인부담금까지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방문요양을 이용하고 계시다”며 실질적이고 더 많은 지원이 빈곤으로 힘들어하고 계신 어르신들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처럼 연약하고 갈 곳 없고, 보호받을 곳 없는 이스라엘 민족을 신께서 구원해주셨듯이 고아와 나부와 나그네들을 내 몸과 같이 돌봐주어야 한다는 풍습이 있어 구제가 활발히 이뤄졌었다고 합니다. 이 시대의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는 누구일까요? 사회의 도움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는 빈곤노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가나 사회에서 도와주고 있는 각종 빛에서 멀어진 채로 어둠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그들을 다시 빛가운데로 나아오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지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