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의 사랑 격대 사랑인가 황혼 육아인가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2015년 새해는 희망으로 시작하는 대신 다음세대의 희망들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CCTV로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온 국민들을 경악에 빠뜨린 인천의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아동학대 사건때문인데요.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어린이 보육교사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맞벌이 가정의 육아 문제, 낮은 출산률 문제까지 새해부터 우리나라는 아동 복지라는 담론을 갖고 뜨거운 의견들이 오고갔고 다음세대의 주역인 유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들이 활발하게 논의되었습니다. CCTV 설치 확대 등 많은 대안들이 논의되었고 그중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대두된 것이 아이들을 조부모의 손으로 돌려보내자는방안이였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는 조부모가 손주들을 교육시키고 그들에게 전통적인 예의범절과 집안의 가풍을 가르치는 교육이 전해 내려왔습니다. 조부모가 손주와 잠자리를 함께하며 교육한다고 해서 ‘격대 교육’이라 불린 우리나라의 전통 교육 방식입니다. 조부모의 헌신을 기본 전제로 한 격대 교육은 자식의 자손인 손주에 대한 큰 사랑으로 시작하는 교육입니다.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어떻게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과 이상들을 크게 갖고 있지만 정작 그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하는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반면에 조부모들은 세상의 풍파를 이미 한번 겪은 세대로서 이제는 세상을 관조하는 나이가 되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나이가 되었으며, 손자손녀를 그 자체로 소중히 여기고, 아이의 생각과 요구를 경청하는 여유를 갖고 육아를 할 수가 있는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조부모의 교육 방식이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보고 되기도 했는데 2012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엘더교수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부모 세대들은 새로운것을 학습하는 데 지장이 없을뿐만 아니라 감정호르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부모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제공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아이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 앞으로의 교육 방향 설정에 유리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탄생순간부터 아이를 지켜본 혈육이면서 아이가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끼는 조부모가 일대일 애착 형성이 필요한 시기에 부모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이들 연구팀은 조부모와 손자녀가 지리적으로 가까울수록, 또 자주 접촉할수록 아이의 성적과 성인이 된 후의 성취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렇게 조부모의 헌신적이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의 효과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조부모들은 손자녀들을 맡아 양육하고 교육시키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조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의 뒷바라지와 자신의 오랜 직장 생활들을 정리한 뒤 자신만의 인생 2막을 찾아나서려는 황혼의 시기에 자식들의 결혼과 출산, 재취업으로 인해 손주의 육아를 다시 본인의 손으로 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손주들에 대한 사랑과 자녀들의 바쁜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황혼 육아를 시작을 하기는 했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들을 기르다 보니 손목이나 허리와 무릎 등에 통증이 오기 일쑤이고, 교육 방식에 대한 의견차이라도 발생하면 자녀들과 다투게 되다 보니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체력적으로도 힘든 것도 고된 일이만, 본인의 시간을 헌신해가며 손자녀들을 기르고 있는데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에 조부모들은 지치게 되고, 금전적 보상만을 강조하는 자식들의 모습에 조부모의 마음이 또 한번 멍이 들게 됩니다.

▲비지팅엔젤스 원주지점 최순애 지점장
▲비지팅엔젤스 원주지점 최순애 지점장

비지팅엔젤스 원주지점 최순애 지점장은 인터뷰에서 “손주들의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시니어들의 희생정신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다. 황혼 육아를 시작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질환을 ‘손주병’이라고 하는데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손주들을 키우는 모습이 참 아릅답다”고 전했습니다.

격대교육과 황혼육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조부모와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고민하고 있는 게 오늘 한국 사회의 현실입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이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황혼 육아를 건강하게 정착해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언하고 있는데 1. 조부모와 부모가 함께 육아지침서를 작성, 2. 월 1회 가족회의를 통해 육아 상황을 점검하고 갈등요인을 해결, 3. 모든 양육을 조부모에게 떠넘기지 않고 보조적인 역할만을 감당케 함. 이렇게 세 가지 입니다. 부모와 조부모가 치우침 없이 서로의 희생을 인정하며 아이에게 부모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큰 사랑을 듬뿍 주어야 한다라는 걸 전제로 해야 함은 물론일 것입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자서전에서 “내가 편견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외할머니 덕분이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부으시며,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가르쳐 주셨다”는 말로 조부모의 양육에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비단 미국의 대통령을 들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조부모님들의 사랑으로 훌륭하게 성장한 인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조부모만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교육의 이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한 평생 신명나게 살아봤던 그분들의 이야기가 온전하게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일, 너무나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 교육과 그 사랑이 희생으로 그치지 않게 우리의 조부모님들을 우리가 먼저 돌봐야 할줄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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