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봄길, 치유적 동행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최근 모 방송에서 여성 우울증에 대한 주제로, 전문가 패널로 참여하여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녹화가 끝나고 나서 마음이 답답해졌다. ‘우울증에 대해 사람들은 참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가벼운 우울증에 대한 얘기를 가볍게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방송에서 논의된 내용 가운데 아래 체크리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체크를 한 후 5개 이상으로 나올 경우에는 심한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분도 한번 해 보길 바란다. 

+미국정신의학회 우울증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1. 하루종일 슬프거나 우울한 기분이 든다
2. 매일 어떤 활동을 할 때 흥미나 즐거움이 없다. 
3. 체중과 식욕의 감소 또는 증가가 나타난다.
4. 잠을 자지 못하거나 너무 많이 잔다. 
5. 항상 흥분 상태거나 정신이 몽롱하다. 
6. 항상 피로하다고 느낀다. 
7. 자신이 가치 없다는 생각이 들고 죄책감을 느낀다.
8. 집중력이 감소하고 어떤 일을 결정하기 어렵다.
9.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든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개 이상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가벼운 우울감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나고 있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9개 모두 체크되는, 중증의 증상을 가진 분들이다. 그런 분들에 대한 치유는 분명 달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가볍게 이겨내라고 말할 수 없다. 기독교인들인데도 하나님 앞에 나가지도 못하고, 기도도 하지 못한다. 하나님과의 조용한 만남을 통해 치유된다고 내적치유사역자들은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중증인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 자신이 심각한 우울증 상태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누군가 어설픈 조언을 해주는 것이 더 불편하고 상처가 되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 그렇다! 사람은 자신이 아팠던 만큼 아픔에 대해 알 수 있다. 아픔을 동반한 감정도 아파본 만큼 느낀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 안에서만 다룰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이 몹시 아픈 이들에게 겸허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섣부른 위로는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야 한다. 

나는 극심한 우울증에서 헤어나오기 전까지는 하나님께조차 원망과 토로만 했었다. 그건 기도가 아니었다. 그저 절규였다. 치유 후에야 기도도 할 수 있었고 그분의 사랑을 피부로 영혼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었다. 

기독교인들이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너무 함부로 접근하는 것을 자제했으면 한다. 자신이 경험한 우울증보다 더욱 심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지시나 충고보다는 “그냥, 사랑해 주라”고 말하고 싶다. 

슬퍼하는 사람과 슬픔을 공감해주고, 외로워하는 사람 곁에 있어주고, 아무 말 없이 어깨를 토닥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당신만 아픈 것 아니야. 누구나 다 아파”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자. 그 대신 “많이 아프구나. 아프다는 것 알아. 얼마나 아프니…”라고 공감 어린 반영을 해주자. 

내가 아프다는 것을 누군가 한 사람만 받아주면, 아픔은 가시기 시작하고 치유는 시작된다. 

차가운 시선 하나에도 상처받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대신에 따뜻한 마음의 동행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상처받고 찢긴 가슴으로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 곁에서 함께 길을 가며, 그들의 아픈 마음을 받아주며 묵묵히 동행해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해 보자. 주님은 우리에게 서둘러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채근하지 않으신다. 치유되고 회복될 때까지 끝까지 기다려주신다. 아마 평생이라도 기다려주실 것이다.

치유는 마음의 동행이다. 이 치유적 동행이 여자를 살리고 남자를 살리고 어린아이들을 살린다. 당신이 바로 이 동행자가 아닌가. 곁에 누군가 당신의 동행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주위를 세심하게 살펴보길 바란다.

봄을 기다리듯 치유를 기다리는 가엾은 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오늘도 따뜻한 동행자가 되려고 한다. 그녀가, 혹은 그가 온전히 치유될 때까지 마음을 다해 기다리면서…!

봄꽃들이 향기를 뿜어내듯이 치유는 일어난다. 치유에 대한 갈망은 땅 밑 씨앗들까지 깨워 무덤 같은 검은 땅을 뚫고 나오게 한다. 나와 당신이, 봄길의 치유적인 동행을 서두르자. 아파서, 절망으로 치달아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더 이상 없도록!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강선영의 힐링카페 http://cafe.wowcc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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