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과 숙면-시 127:2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선이 칼럼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심리상담센터 대표).
▲이선이 목사(듣는마음심리상담센터 대표).

사람은 매일 잠을 자고 일어난다. 80세까지 하루 수면 시간을 8시간으로 가정하면 25년 이상은 잠으로 보낸다. 잠을 자는 동안 사람은 육체적 피로가 풀리고 뇌의 기능이 회복되며 불쾌한 감정이 정화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육체적·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표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지새울 때가 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제목은 낭만적인 남녀의 만남을 그린 멋진 말이지만, 정말로 잠을 자고 싶어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사람들은 고통스럽다.

불면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은 높은 각성의 심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면은 이완 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각성 상태에서는 잠을 잘 수 없다. 각성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 긴장도와 체온이 높아진다. 또한 여러 가지 생각이 계속되어, 머리가 복잡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정서적으로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예민하게 반응하여 흥분한다.

성격적으로 한 가지 생각에 강박적으로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고 사소한 일에도 과도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은 불면증에 걸리기 쉽다. 어떤 불쾌한 일을 경험하면,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내면적으로 오랫동안 곱씹으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불쾌한 감정은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각성 상태를 증가시켜서 불면을 초래하는 것이다.

불면증의 시작 요인은 이별·사별 등 개인적 상실 경험과 관련된 스트레스 사건과, 가족·건강·직업과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가장 흔하다. 대부분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불면증도 사라지지만, 계속 각성 상태로 있게 되면 만성적이 될 수도 있다.

중년 남성들은 명예퇴직 후나 건강 이상 후, 가정에서 소외되고 대인관계에 대한 위축으로 스트레스가 쌓여 불면증에 이르는 수가 있다. 각성 수준이 높아 불면증에 취약한 사람은 그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심지어 오랜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옆에 놔두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디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수면제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수면제 중독 또는 의존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불면을 극복하고 수면을 취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과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취침 전에 카페인·니코틴·알코올·음식 섭취를 금한다. 그리고 숙면을 방해하는 소음과 불빛을 차단한다.

둘째는 수면 습관을 통제하는 것이다. 침대와 침실은 수면과 성생활을 위하여만 사용한다. 낮잠을 자지 않고 침대에서 깨어 있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셋째는 긴장 완화를 위한 신체적 운동과, 정서적 순화를 위한 자기 암시를 하는 것이다. 넷째는 수면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신념이나 생각을 긍정적인 것으로 대처한다. 수면일지를 작성하여 자신의 상태를 과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의 평강이 있어야 한다. 기독교 신앙은 삶의 주인 되신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다. 성경에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2)라는 말씀이 있다. 삶 속에 끊임없는 걱정과 근심에 시달린 어떤 사람은, 기독교 신앙을 가짐으로써 불면증이 없어지고 깊이 잠드는 체험을 한다. 그런 경우는 신앙심으로 인하여 마음에 평안이 생기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불면이셔도 상관없으시지만, 인간은 행복한 삶을 위해 숙면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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